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 Aug 31. 2022

모기와의 전쟁

이 정도면 모기를 생산 중인 게 아닐까

우리 집은 모기가 많다. 지금 시기가 모기가 많을 때이기도 하지만 우리 집은 특히나 더 많은 거 같다. 그리고 또 어찌나 잘 숨어 있는지 분명히 서너 마리가 방 안으로 들어간 걸 보고 불을 켜서 들어가면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그러나 또 가만히 앉아할 일을 하고 있으면 귓가를 웽웽거리고 교묘하게 눈에 띄지 않는 다리나 팔뚝에 앉아 피를 빨아먹는다. 그래도 전과 같았으면 밝게 불이 켜있고 사람이 활동하는 때에는 알아서 몸을 사리고 자는 밤중에나 활동하던 것들이 이제는 밝든 어둡든 사람이 있던 없던 활개를 치고 다닌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나는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먼저 모기가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바뀌었는지 생각했다. 그러다 나에게 비실대며 몸통 박치기를 하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걸 알아챘다. 비실대는 꼴이 꼭 굶주려서 필사적으로 보였다. 그럼 왜 굶주렸을까 집에 피가 포동포동한 사람이 넷이나 있는데. 생각해보면 아침부터 모두 출근을 하고 외출을 하니 먹을 사람은 없고 밤에 활동하려고 보니 모두 모기장 텐트 안에 누워 있으니 먹을 틈이 없긴 했다. 그래서 저렇게 필사적이었구나.


우리 집에는 전기 파리채가 있다.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틈틈이 그걸 들고 다니며 눈에 보이는 족족 휘둘렀다. 모기가 닿자마자 전기로 지지는 터에 웬만큼 손에 닿지 않는 이상 모든 모기는 걸리면 죽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에 수십 마리를 잡았다. 도대체 한 가정에 모기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냐고 한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돌아서면 모기가 토너먼트 마냥 튀어나왔고 다 잡고 불을 끄고 나온 방에 다시 불을 켜고 들어가면 천장이며 창문에 모기가 붙어 있었다. 


모기라면 치를 떨 정도로 많이 잡았기 때문에 이제는 지나가는 모기에도 흠칫하면서 모기채를 잡고 일어난다. 천장에 붙은 모기는 이미 한 번 뜀박질로 두 마리를 한 번에 잡기도 하고 비실비실 거리며 날아가는 모기는 한 번 휘두름으로 지져버리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 집에 남은 모기들은 그 과정을 살아남은 영악한 친구들만 남아있다.


사실 이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요 며칠 비가 와서 날이 서늘해졌기 때문에 밖에 거주하던 모기까지 집에 들어온 모양이라 집에 모기가 수배로 늘어났다. 현재 나는 집을 벗어나 있지만 오늘 아침에도 나오기 전에 모기를 다섯 마리 잡았다. 잠시 휴전 상태인 것이다. 집에 들어가면 다시 전쟁이 일어날 예정이지만 오늘 술을 마실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너무 불리하다. 오늘은 몸을 사리고 내일 아침 다시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몸에 피 한 방울 없이 비실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부터 시작해서 몸을 붉게 통통하게 벽에 붙어 소화를 시키는 모기까지 단 한 마리도 이 집에 있을 수 없도록 철저하게 씨를 말릴 예정이다. 나는 단 며칠간의 가려움이지만 모기들은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착한 일을 하면 복이 찾아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