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 Dec 15. 2022

좋은 날 다 갔네

이직한 회사로의 첫 출근을 앞둔 기분은?

사실 내가 퇴사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놀다 보니 시간이 지났고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을 여럿 해도 지원한 거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동안 시간이 지났다. 아무튼 4개월이 지났다.


최근에 한파가 찾아왔다. 창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벽에서 한기가 느껴졌고 이불을 잠깐만 벗어나도 발이 시렸다. 잠깐 볼일이 있어 집 밖을 나서면 다시 집에 오자마자 이불을 덮고 한 시간은 있어야 추위가 가셨다. 이런 날씨에 어떻게 출근을 해. 어떻게 아침에 일어나서 집 밖을 나가.


그렇게 나의 출근일이 다가왔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은 아니지만 이전 회사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고 입사에 성공했다. 입사 전까지 나름 충분한 시간을 벌었고 그동안 편하게 놀다가 출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출근일이 다가오고 한파는 더 강력하게 찾아온다고 하니 굉장히 출근이 하기 싫어졌다.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싶어 짐.


그럼에도 굉장히 설렌다. 귀찮음과 설렘이 공존한다. 다시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직장인의 생활로 돌아가는 게 싫지만 더 지긋지긋한 백수 생활을 청산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앞으로 당분간 새벽 내내 게임하면서 유튜브 보다가 동틀 때쯤 잠들었다가 점심때가 되어야 잠에서 깨는 것도,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이불 덮고 졸다가 게임하다가를 반복하는 것도, 도장깨기처럼 매일 다른 카페로 출석하는 것도 못하겠지만


그동안 못했던 다달이 꼬박 월급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뺐던 십몇 킬로에서 백수 생활 동안 다시 찌운 살들을 다시 빼는 것도 우선으로 해야 할 사항이다. 넘치던 시간은 남들에겐 많은 걸 해볼 수 있는 기회였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게으름을 정당화할 수단에 불과했다. 오히려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행동할 때 남는 시간을 틈타서 무언가를 하는 게 나에게는 더욱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동안 즐겁게 놀았고 많이 게으름 부렸으니까 일단 출근부터 하자. 그리고 남은 날은 충분히 놀아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소주가 필요한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