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창업지원금 실사를 하고 갔다. 자연스레 온게 아니라 내 급한 성질머리에 휘둘려 왔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분명 작년 연말 상담을 해놓고도 진행조회에 보니 아무흔적이 없어 홈페이지에 휘갈겼다. 상담시 반말 찍찍하고, 다 된것처럼 하더니 나중에 번복하면서 실사나온다 어쩐다...
그랬더니 한두시간 후에 결정권자라던 젊은 직원이 전화해서 연말연시라 일처리가 늦어져서 미안하다,라고 싹싹... 오늘 내일중으로 연락드리고 실사나간다, 그러고는 끊자마자 전화가 또 띠리리..
"지금 가면 됩니까?"라는 중저음의 터프한 남자 목소리.
얼굴 안봐도 성질 고약한 아저씨다, 생각하고는 대강 방을 정리하고 자료를 모으고 징글징글한 편집창을 띄워놓고 한시간이상 대기...또 부글부글...내 이것들을, 하는데 인기척이 들려서 문을 열었더니 "문 닫아요!"라며 씩씩대고 있는 어디선가 본듯한 사나운 인상의 한 남자가 우리집 홋수를 사진찍고 있었다. 어디서 봤드라?
그렇게 들어선 남자에게 "제가 어디서 뵌적 없나요"물었더니
"내가 상담했잖아"라고..그렇게 내게 굴욕과 수모를 준 사람이 실사를 나온것이다. 그러더니 거실에 켜져있는 컴 사진을 찍고 작업실 (급조) 사진을 찍더니 다짜고짜 구상청구권 어쩌구 하면서 서류한장을 내밀었다.
"한 2000주심 안돼요?"
"안돼!"
끝까지 반말...
민증 까보면 나보다 아래일수도 있는데...
물어보는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분위기 감지만 하고
서류 몇군데 사인sign시키고는 후딱 갔다.
내가 내민 출간(사업)계획서를 보고 자기들끼리 어지간히도 웃을 것이다. '나중에 수익나고 출판사가 궤도에 오르면 어려운 문인이나 예술가들 후원할 생각이고 불우이웃 돕는 방법으로 사회환원'어쩌구 써놨다. 제발 그리 되면 좋을텐데..당장, 전자편집도 버벅대고 있으니...
이제 내가 할건 다 했다.
결과를 기다릴밖에..
"지난번에 다 된거처럼 그러시더니"
"다 됐지 뭐"라면서도"아직 결정 안났으니 금액은 일단 안적어"라며 반말로 일관한 그 남자가 가서 그 여우같은 어린 상사한테 잘 얘기만 해주면 되는데, 웹을 읽어보니 출판, 특히 1인출판은 거의 지원을 안한다고 한다. 예전엔 큰돈도 준거 같은데..
그래도 난 느꼈다. 툴툴대면서도 어떻게든 지원해주려 한 사람임을.
트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것을. 아들같은 상사밑에서 고개 숙여야 하는 연장자의 비애가 묻어났다.
고마워요 고릴라 아저씨!
all pics from google
네이땡 스토어하는 친구 말이 '왜 하필 책장사한다고 해서 개고생이냐'라고 했다.
그냥 옷판다 신발판다 음식판다, 하면 실사고뭐고 나오지도 않고 후딱 돈 주고 그것도 큰돈 주는데,라면서 장탄식을 하였다.
그거야 케바케지만, 그래도 뭘 굳이 팔아야 한다면 책을 파는게 덜 어색할거 같아서 골랐다.
출판으로 지원금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건 아직 지식산업이라는게 우리한텐 생소하다는 얘기가 될것이다. 수익나기 어려운 필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