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번 에세이나 단상이라는장르?를시도했다가 나와는 맞지 않는거 같아 더이상은 쓰지 않고 창작소설이나 리뷰 위주로 쓰다보니 구독수도 늘지않고 암튼, 저조한 브런치 성적표를 보이고 있는듯하다. 하긴, 한두편을 써도 잘 쓰고 감동을 주면 편수와 상관없이 구독은 올라갈테지만...
이 브런치를 처음 알게 해준 이는 지금은 남이 된 예전 남친이었다. 작가인 그가 자기글을 좀 소개해달라면서 브런치와 오마이뉴스를 알려주었고 기사형식의 글보다는 순문학모드의 글쓰기가 가능한 이 브런치를 난 먼저 선택했다.
대부분이 그렇듯이 두어차례 고배를 마신후 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처음 두번 떨어진건, 되돌아보면 나의 자만심에 기인한다. 주어진 공란과 요구하는부분을 가득 정성들여 써야 하는걸 외면했다. 이미 소설, 드라마로 등단이라는 절차를 거쳤고 그부분만 어필하자 했지만, 브런치는 오만함을 싫어했다. 그 과정에서 예전 남친은 나의 글쓰기 수준에 당연 의혹을 갖는거 같았다 . 해서, 이 짓?을 포기할수도 없어 세번째는 꼼꼼히 공란을 메꿨고 응모글도 세편이나, 장르별로 제출했고 저녁 6시무렵 합격 문자를 받았다.
운전면허증을 땄을때 정도의 기쁨, 그런게 밀려들었다. 그리고는 제출했던 남친의 신간리뷰를 보란듯이 그에게 전송했고 그제야 나는 '그럭저럭 글 쓰는 여친'의 반열에 오를수 있었다. 지금은 남이 됐고 그 과정이 혹독했기에 그때를 회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아무리 사나운 이별도 상대가 내게 준 한 두가지의 선물은 있기 마련임을 새삼 느낀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무엇을 선물로 남겼을까? 약간의 물질적, 금전적 지원? 그것과 , 지속적으로 내 글을 소수나마 브런치 독자들에게 오픈할수 있게 해준 그의 배려중 어느것이 더 크고 감사할 일인가,두가지를 비교하다보면 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그 답은 '이퀄하다'는 것이다.
쌀없이, 궁핍속에 예술이 탄생하는 시대는 찰스 부코스키의 말처럼 이미 오래전 이야긴걸 보면, 내가 준 물질적 도움은 분명 그의 창작생활과 동기에 자양분 역할을 했으리라.
반대로, 조금은 먹고 살 형편이어도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없다면, 마찬가지로 찰스 부코스키의 말처럼 '문학없는 나의 생은 지옥'이 되었으리라.
사실 난 내 글쓰기의 수준이나 앞으로의 가능성을 크게 보지않는 터에 이 행위를 '부업'으로 간주하고 그럴수밖에 없다는걸 안다. 내 취향부터가 속으로 침잠하고 주관적인 그런걸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은 객관적이고 스트레스 덜받는? 외국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듣고 쓰고 읽고 말하고 문법 체크하고 ...하나의 언어는 하나의 세계를 열어준다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해서 나는 조악하나마 몇개의 세계를 갖고있다. 언젠가는 소설을 비롯한 인문학 서적을 외국어로 옮기고 기회가 된다면 뒤늦게나마 문학에이전트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각설하고, 이미 떠난 사람이 주고간 이별선물같은 브런치공간이지만, 난 아마 오랫동안 , 비록 재능은 딸려도 이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발표하고 소수의 '좋아요 하트'를 받고 그러리라 생각한다.
내 소설의 몇몇은 내 연애담에 기인한다. 눈밝고 눈치빠른 독자들은 이미 감을 잡았으리라...
잘 만나는게 중요하듯이 잘 헤어지는것도 중요한데 그와 난 서로에게 traumatize를 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에세이같은 내 일상쓰기를 기피하는 것도 이런 나의 치부를 오픈하는데 주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체로 무언가를 끄적이는데 취미가 분명 있긴해서 이제는 굳이 장르에 얽매이지않고 쓰려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브런치 글들을 묶어 나도 한번 책이라는걸 낼수 있나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다. 내이름으로 발간된 책 한두권쯤 갖는건 분명 소확행이리라.
하지만 온라인 라이터로 남는다해도 글쓰는 행위, 그리고 읽어주는 소수의 독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족한 것도 사실이다.솔직히 종이책을 더 우월하게 여기지도 않고 그런 로망도 없다.지금은 디지털 시대 아닌가.
아무튼 하루 한시간정도의 구상과 쓰는행위는 '발행'을 누르고 난 뒤 나를 으쓱하게 만든다.
어제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 <그녀에게>를 올리고 나서 찜해둔 영화는 인기스타가 출연하는 상업성 1000%의 헐리웃 영화다.어떻게 매일 미학이니 예술만 논하랴. 쉽고 나이브한 것들이 주는 즐거움과 릴렉스가 분명 존재한다...모른다, 우습게 본 그 헐리웃 영화가 사람잡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