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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Jun 23. 2024

영화<카페 뤼미에르>

-일상이라는 낯선 느낌

만혼, 비혼이 유행?인 요즘, 미혼모의 존재감은 뭘까? 우리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였다. 그리 길지 않은 러닝티임에도 살짝 지루한? 그러나 뭔가 나직나직 이야기하는 내러티브의 구성진 흐름이 그나름 돋보인 영화라 할수 있다.


대만을 다녀온 요코는 임신 3개월이지만 '마마보이'인 대만연인과 결혼할 마음이 추호도 없다. 그런 딸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안타깝고 걱정으로 가득차 있지만 딸에게 부담을 주고싶지 않아 그들은 애써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한편, 요코에게 새로운 인연의 남자가 다가오는데 그는 사진작가 하지메다. 그는 전철역 주변의 소음을 녹음하는게 취미다. 이 둘은 풋풋하면서 정갈한 마음의 교류를 하게 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큰 산' 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일종의 '예술 영화'로 분류될수 있다. 아니 그보다는 감독의 '작가주의 영화'부류에 들어간다 하는게 더 맞을지 모른다.


미혼모와 그를 좋아하지만 선뜻 다가갈수 없는 새로운 남자라는 러브라인이 보일듯말듯 흐르고, 그들의 미래는 오픈엔딩으로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진다.


아이를 가질만큼 서로 사랑을 했던 사이라면 애면글면 할 만도 한데 요코는 전 연인에 대해 냉담할 정도로 무심하기만 하다. 그리고는 어둠속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 하지메를 그 어떤 가치판단도 보류한채 조용히 곁에 두는 침착함을 내보인다. 그들의 관계는 과연 연인으로 발전할까? 고요히 흐르는 강같은 그들의 사랑이 어느날 욕정으로 변하게 될까,는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게 되고 이렇게 '여백의 미학'을 감독 허우 샤오시엔은 너무나 자연스레, 세련되게 일상속에 배치해 마치 프랑스영화 거장 에릭로메르의 작품을 대하는 느낌까지 주게 된다.



아빠 없이도 아이는 낳겠다는 딸의 고집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부모의 심정도 요란하게 표현되지 않고 일상속에 침잠된다.

우린 과연 '일상의 미학'이라는 것에 얼마나 익숙해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그런 영화라고 할수 있는데

아무렇지 않은 그저 비슷비슷한 나날의 연속으로 보이는 '일상'속에는 이처럼 다양한 인간군상의 희비가 내재해있고 그것을 감내하면서 , 끓어오르는 격정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는 무수히 많은 존재의 고통과 노력이 응집돼있다 할수 있다.


오랜만에 큰 액션이나 직한 메시지없는  잔잔하고 그래서 조금은 지루한 영화를 보면서, 영화라는 장르의 '다채로운 미래'를 예견하게 되었다.

모든건 개인화, 미시화 돼가고 있고, 그 가운데 영화입자도 점점 세분화돼간다는 느낌을 주는 '일상의기록'으로 보여진다.


참고로 불어로 '뤼미에르'는 '빛'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일상의 빛'이란 뭘까,라는 잔잔한 화두를 던지는 듯 하다.








타이틀 <카페 뤼미에르  cafe lumiere> 2005. 대만, 일본

러닝타임 108분

주연 히토토 요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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