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가 와서 마중을 나났는데 버스에서 웬 백발 노인이 내려서 '야, 염색좀 해'라고 지청구를 날렸더니 '안 해'라며 샐쭉 웃었다.
마흔이 다돼 임용고시를 거쳐 중고등에서 영어선생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한 친군데 위례에서 여기까지 정말 먼거리를 와주었다. 살짝 내 팔짱을 끼기에 "뭐야 여자들끼리"하고 투덜대면서도 좋아서 2단지를 거쳐 우리 단지로 건너와서 여기는 미로 같아서 몇번 헷갈린 담에야 아는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동 안에 엘베가 있는걸 보고는 "어머 엘베가 있네?"라고 놀라했다. 5층 아파트는 당연히 없으리라 생각해선데,"야,난 엘베 없으면 안 산다"라며 거드름을 피웠다. 엘베유무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ㅋ
그렇게 집에 들어서서는 그래도 '집들이용'방문이어서 이방 저방 둘러보다 침실에서 머뭇, "봐봐. 안방에도 큰 욕실있어"하며 억지로 보여주었다.
그런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는 전날 이마트에서 사온 밀키트류의 음식에 된장찌개를 끓여 조촐하게 늦점겸 이른저녁을 먹었다.
자고 가라고 하였지만 집에 시모도 계시고 친정에서도 불편해서 요즘와서는 안잔다며 5시경에 일어나길래 또 배웅한다고 같이 나왔다.
"이제 오는거 알았지?"했더니 살짝 눈을 흘기며 "담엔 합정에서 만나"라며 살짝 핀잔을 주었다. 그렇게 먼가? ㅎ
그뒤 문자로 어디까지 갔나를 수시로 확인하다
"다음엔 아마 일산이나 합정 내 오피스텔에서 보게 될거야 . 뻥"이라고 했더니
귀여운 이모티콘들로 답을 하였다.
평생지기에게 한 이야기인만큼 내 기어코 일산이나 합정에 최소한 미니 오피스텔 정도는 가져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