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대학생 라우라에게는 동성연인 이리나가 있다.둘은 함께 러시아 무르만스크에 고대 암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하지만 막판에 이리나의 변심으로 라우라 혼자 열차에 타게 되고 그녀가 탄 6번칸엔 무례하고 불량기 있는 남자 료하가 동승한다. 그렇게 라우라는 료하를 경계하면서 불편한 여정을 함께 하는데...
이 영화의 부제를 '인생 별거 없다'로 단것은 '삶은 여행'이라는 흔한 비유와 '고대 암각화'로 대변되는 인생의 목표라는 것도 막상 이루고 나면 시시하고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조금은 저자의 자조적 인생관이 묻어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주인공 라우라가 뛰어난 미모도아니고, 그렇다고 료하가 제임스딘에 버금가는 핸섬 빌런도 아닌 그저 평범하고 흔한 외모와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107분동안 몰두하게 만드는것은 , 일상의 핍진함, 그속에서 그래도 가끔은 꽃이 피고 햇살이 비춘다는 작은 희망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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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만스크까지의 여정이 결코 쉬운것은 아닌니었다. 폭설로 길이 막혀 못갈뻔 했던 그 길을 료하의 노력으로 동행하게 되는 라우라. 둘은 가벼운 애정행각을 벌였지만 분명 그 짧은 순간은 고대 암각화 이상으로 서로에게 평생 각인될만한 추억과 그림움으로 자리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 할수 있는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의 고단함과 다양한 만남들이 목표를 이룬 그 자체보다 더 값지고 소중할수 있음을 말해준다.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설경이 또한 장관인 이 영화는 조금은 낯선 BGM들로 이국적 매력을 더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이룬 '인연'의 끈을 두 사람은 애써 고집하지 않는 나이브함도 젊은 영화가 주는 셀링 포인트라 할수 있다. 만약 라우라에게 동성연인 이리나가 있다는 걸 몰랐으면 료하의 선택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작은 아쉬움을 남기고 영화는 적당한 러닝타임 속에 막을 내리고 우리의 기억속에 깊은 암각화를 남기고 떠나간다.
상상해본다. 라우라가 변덕스런 동성연인 이리나에게 돌아갔을때 그녀는 온전히 다시 이리나를 마주할수 있을까...
이렇게 한번 '여행'을 다녀온 뒤의 삶은 그 앞의 삶과 같을수는 없다 .그만큼 삶의 여정속에는 수많은 비밀스런 만남과 변수가 많음을 나이브하게 보여준 영화다.
'사는거 뭐 있어' 라고 묻는다면 '길을 떠나는 거지'라며 짧게 답할수 있는, 그러나 결코 짧지만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