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의 근무는 업무일지를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관리 총괄이 되면서 생긴 습관인데 매일의 현황을 숫자로 확인하고 오전, 오후를 나누어 일정 및 해야 하는 업무들을 써 내려간 다음 그날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시간 관리는 물론 그날의 업무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려진다.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이렇게 글로 꺼내어 보면 압박감도 덜 하고 하나하나 리스트를 지워가면 예상보다 더 일이 빨리 끝나기도 한다. 긍정적인 경험이 쌓여 이제는 아무리 바빠도 업무일지를 약식으로도 챙긴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업무일지는 아카이빙이 되어 시간대 별, 시기별 어떤 업무가 몰릴지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업무일지만큼 근면하게는 아니지만 하루의 시작을 여는 또 다른 쓰기가 있다.
불안 노트. 가끔 불가항력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심적 압박감이 커지는데 그러면 잠을 못 자거나 출근 준비를 다 하고 신발을 신고도 현관 앞에 서서 멍을 때리곤 했었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돌연 신발을 벗고 책상으로 가 노트에 그때의 감정을 여과 없이 적어내려 갔다. 출근하기 겁난다. 무서워서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누구든 무엇이든 제발 도와주세요 등등. 날것 그대로 그냥 쭉쭉 썼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드디어 현관을 나설 수 있었다. 그날의 경험이 꽤 강렬했는지 요즘도 비슷한 심적 상태를 마주할 때면 나는 무조건 쓴다. 주로 출근 전이지만 어떨 땐 일하다가도 쓴다. 오늘 진짜 안 풀린다. 나도 반차 쓰고 싶다. 같이 막상 쓰고 나면 깊은 고민도 아닌데 머릿속에만 담아두면 두통 유발감인 감정들. 꺼내어 보면 한 발치 멀리 보게 되고 객관화된다.
그렇게 심적 부담과 책임을 덜기 위해 올해도 부지런히 쓸 예정이다. 그게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