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정리하다 예전에 들었던 '셀프 브랜딩' 강의 자료를 보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훑어보다 "내 삶의 전환점 3가지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떠오르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는데 첫째는 경제학 전공을 뒤로하고 20대 후반 영어교육 석사 유학을 떠난 것이고 두 번째는 긴 프리랜서 생활을 접고 30대 후반 외국 기업 인사팀 정규직으로 근무한 일이었다. 둘 다 학문적 커리어적 배경이나 나이를 고려했을 때 통념을 깨는 선택들이었다. 첫 번째 경험은 지금까지도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이었고 두 번째 경험은 배움도 많았지만 상처도 깊게 박힌 시간이었다. 결과를 떠나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데이터와 분석 그리고 계획이 동반되어야 마음이 편한 나는 그럼에도 인생의 중요한 선택은 늘 마음과 배짱으로 내렸다. 첫 사회생활을 사전 지식 전무한 해외에서 한 것, 이미 대학원에 합격했고 직장도 있었음에도 모두 그만두고 해외 유학을 준비한 것, 30대 후반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 HR로 커리어 전향을 시도한 것. 세 선택 모두 당시에는 위험요소가 많은 선택들이었다.
시간과 함께 쌓인 경험만큼 상처도 있기에 그때만큼 용감하지는 못하다. 사는 것 자체가 변화의 연속일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몸을 사리게 된다. 또다시 커리어 적 선택을 맞이한 지금 깨달은 게 있다. '업'이 바뀌고 '일터'가 바뀌고 주변 '사람'이 바뀌면 내가 더 잘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것. 다양한 일과 일터를 경험할수록 더 잘 알게 된 건 나에 대해서였다. 내가 이런 면도 있구나. 나는 이런 환경에서는 이렇게 소통하고 일을 하는구나. 결국 모든 건 다 나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이구나. 앞으로는 일도 일이지만 내 마음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 그리고 성정에 부합하는 일을 장기적인 시점에서 일구어 가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제 사업과 인생에서 최고의 결정들은 분석이 아닌 마음, 직관, 배짱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분석에 기반을 두고 결정할 수 있을 때라면 그렇게 해야겠죠.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들은 언제나 직감, 직관, 기호, 마음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 Invent & Wonder, Jeff Bez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