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작 Oct 12. 2023

결혼할래, 헤어질래? 돌아온 대답은 3일간의 잠수였다

01. 중학교 동창에게 결혼 얘기 꺼내기


  "나랑 결혼하거나, 헤어지자. 결혼 생각이 당장 없다면 나 놔줘."


내불남로의 정석이던 B-현재 남편이지만 편의상 B로 칭한다.-는

내가 무슨 선택을 하든 늘 내 편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별'을 무기로 결혼 얘기를 꺼냈을 때 돌아온 건 3일간의 잠수였다.




나와 B는 중학교 동창이다.

중학교 땐 무려 1반과 11반이란 거리로 인해 졸업 때까지 말 한마디 못 섞어봤지만

나는 그를 S의 남자친구로, 그는 나를 W의 여자친구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의 친구로 성인이 되어 만났고,

2019년 9월 18일 B의 고백으로 연인이 되었다.


그의 고백은 사실 20대의 고백 치고는 좀 남달랐다.

"나랑 사귀자"도 아니었고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는 당연히 아니었고,

캔맥주를 무려 4캔이나 마신 후 그가 꺼낸 말은.


"나는 지금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아무것도 없어.
근데 이런 나라도 괜찮으면 나랑 연애할래?"


아니, 없는 것도 있다고 말할 시기에

이런 고백은 또 뭐지?

그동안 내가 받아온 적잖은(?) 고백들은

모두 없는 건 숨기고

있는 것들 부풀리기에 바쁜 유형들이었다.


0으로 시작해도 서로 될까 말까인데,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고백이라니!


그러면 고백을 거절했냐고? 그럴 리가.

나는 당시 내 눈앞의 남자에게 미쳐(?) 있었다.

나도 모르게 0.1초 만에

"당연하지!"라는 말을 뱉을 뻔했으나,

"화장실 다녀와서 얘기해 줄게."

가까스로 튕겼다.


 맥주 4캔 분량의 볼 일을 다 보고 와서야 대답을 건넸다.


"(그 말을 기다렸어!! 내 대답은 당연히!!!!) 좋아."


   



코로나19가 극심한 시절에 만나

한때는 9시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헤어지기 싫어 버스정류장에서

눈물을 글썽인 지 2년째.

나는 이 헤어짐의 끝에 종지부를 찍기로 마음먹었다.


29살 당시 내가 모은 돈은 2천만 원 남짓,

그리고 플러스 학자금 대출 천만 원.


3포(연애, 결혼, 출산) 세대를 넘어

5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세대가 넘쳐나는 작금의 시대에

나는 무모함을 넘어 무식하게 외쳤더랬다.


 나는 너만 있으면 돼, 우리 결혼하자.


어쩌면 19년 9월 18일의 그의 고백에 대한 긴 대답이기도 했는데,

그런데, 이 남자 반응이 이상하다.

당연히 YES라고 할 줄 알았는데, 너, 왜 시원하게 대답을 안 하는 건데?


B에게 고백 받은 날, 아름다웠던 한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