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돋움 Jan 10. 2024

정말 확실한가요?

확신에 찬 그들에게 묻습니다.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기 화면엔 아이들이 자주 가는 내과 병원이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네 여보세요.

네 **의원인데요. 11월 29일 날 독감 검사비를 저희가 빠트려서 입금을 부탁드렸었는데, 아직 입금이 완료되지 않아서요.


수화기 너머 입금 이야기가 들려오자마자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11월 29일 당일 병원 방문 후 집에 들어섰을 때 병원으로부터 입금 요청 전화를 받았고, 문자로 전해받은 경남은행 계좌를 통해 25000원을 휴대전화 입금했었다. 금액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일처리가 탐탁지 않은 병원 원무과 직원을 질타하듯 쏘아붙이는 대답을 내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제가 분명히 그날 입금을 했거든요! 제가 입금한 시간, 날짜 확인하고 바로 이 번호로 연락드릴게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바로 인터넷 뱅킹으로 들어가 출금내역을 살폈다. 통장출금화면을 아예 캡처해서 보내줘 버리리라 다짐하며 작년 11월 거래 내역을 살피고 있는데, 출금 내역이 보이지 않았다. 눈을 비비고 연신 껌뻑이며 스크롤을 위아래로 휘돌려봐도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그럴 리가? 내가 분명 보냈는데. 경남은행 계좌를 누르고 숫자 25000을 눌렀는데...

손가락으로 뱅킹화면 이곳저곳 몇 번을 터치해 가며 나갔다 들어갔다 뒤져봐도 결과는 같다. 나는 병원에 돈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아...  부끄럽다. 진짜...


뭘 믿고 이리 매사에 당당한지. 분명 내가 잘못했을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시키고, 남 탓만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 이를 때 없다. 


제가 입금 한 줄  알았는데 마지막 확인을 누리지 않은 모양이에요. 입금이 안 됐네요. 지금 입금했어요. 바로 확인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늦게 보내 죄송해요~


소크라테스가 최고의 철학자가 된 이유는 바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은 잘 알지 못하고 늘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겸손할 수 있었고, 질문을 달고 살 수도 있었다.  어쩌면 확신은 무지에서 올 수도 있다. 세상에 1 더하기 1을 해서 2로 정확히 떨어지는 경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닮은 강아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