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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히려 더 좋다 Jul 31. 2023

독일 돌길의 물결무늬 디자인

물결무늬 포장 골목길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원 갤러리 전시를 보다.
건축의 한 장치에 의한 물결무늬에 마음이 더 끌리다.

고즈넉한 아원(我園) 고택을 들르다.     

고택 갤러리의 전시물도 좋았지만, 건축 구조 장치물이 의도하지 않은 관심을 더욱 끌어당긴다.



낮은 물받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동심원의 파동을 일으킨다.

물방울이 떨어진다.

물방울은 잔잔한 파동으로 모습을 바꾼다.


잔잔한 파동은

장방형 물받이 캔버스 표면을 따라

천천히 동심원을 그리며

캔버스 가장 먼 길을 향해 너울져 이동한다.


잔파동은 긴 너울로 변하고

건너편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아쉽게 흔적 없이 사그라져 간다.


세월의 흐름을 담은 철재 캔버스

녹슨 모습이 시간 흐름에 아련하다.




작가(건축가)는 물의 정(靜)적인 요소를  파동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동(動)적인 요소로 바꾸어 담았다.


물 자체로의 과거... 물방울로 변한 현재... 파동으로 바꾸어 나아가는 미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간결하게 응축되어 마음에 잔잔한 생각의 파동을 일으킨다.

형태는 바뀌어도 기(氣)라는 우주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음일까...

장방형 물의 캔버스; 처마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만든 파동이 왼쪽 끝 목적지를 향해 퍼져나간다


더욱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장치는 물의 캔버스 위 천장이다.

캔버스 크기에 맞춰 적절하게 사이즈를 조절한 슬라이딩 개폐식 천장이었다.

물의 캔버스 위쪽 슬라이딩 개폐식 천장; 하늘의 풍경을 캔버스 위로 투영할 수 있다.


천장을 열어놓는다면...


하늘이 맑고 푸른 어느 날, 

청명한 하늘과 구름이 물의 캔버스 위로 투영될 것이다.

흑백 동양적 캔버스가 순식간에 풀컬러 오일페인팅 캔버스로 바뀌어 버릴 것 같다.

우주의 기(파동)까지도 캔버스 위로 끌어들이고자 한 작가의 의도에 감탄이 나온다.(개인적인 감상평이다.)


소나기라도 내리는 어느 날,

물의 캔버스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성대한 파동의 향연을 즐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수많은 빗줄기 중에 작은 캔버스 위로 떨어지는(떨어질 수밖에 없는) 빗방울...

우연이지만 필연이라는 철학적 요소와 하늘의 경치를 캔버스 위로 빌려오는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개인적인 감상평이다.)


꿈보다 해몽이 너무 컸는지는 모르겠다.

작가는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으로 만으로도 그 역할이 충분하다.

자극된 상상력의 날개로 경계 없는 세상을 향해... 한없이 날아다니는 것은 감상자의 몫일뿐이다.


물이 물방울로 변하고 다시 파동으로 바뀌는 모습이 새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철학적인 요소는 별개로 하더라도, 퍼져가는 동그라미가 주는 편안함 동그라미끼리 어우러지는 간섭무늬...

디자인적 요소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독일(유럽) 내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보행자들 이 주로 다니는 광장이나 골목길에서 돌바닥 길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 대신에 단단하게 땅에 박혀있는 돌로 이루어진 돌길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바닥의 느낌은 콘크리트 바닥이주는 그것과는 달라도 아주 많이 달랐다.

지압을 받는 듯 편안하고 시원했다.


불편함이 있다면, 숙소를 찾아서 골목길로 캐리어를 끌고 갈 때, 캐리어의 바퀴와 울퉁불퉁한 돌길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하고 큰 소음이 신경 쓰인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주인공.... 돌길(포장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발견 할 수 있는데... 바로 물결무늬이다.

독일 마을 골목길; 물결무늬의 조화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도로 한쪽 면에서 떨어지는 여러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것 같은 물결파동과 간섭무늬가 아름답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여러 물결무늬가 실제 물 위에서 파동을 이루며 퍼져가듯 아주 자연스러워 보인다.


만드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방법이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우리로 치면 도로포장 기술 관련 인간문화재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복잡함은 별개로 하더라도, 파동이 어우러져 만드는 물결무늬를  예술품처럼 아주 조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하이델베르크 대학 광장: 주차장의 물결무늬가 조화롭다.


독일 마을 시장어귀의 물결무늬 포장 골목길


리히텐슈타인 St. Florin성당 옆 국제음악학교 앞 물결무늬 포장


리히텐슈타인 St. Florin 성당 옆 국제음악학교 앞 무결무늬 포장


왜?

하필 물결무늬일까?

이유가 아주 궁금했다.


한 가지 가능한 합리적인 추측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힘의 분산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사각형의 경우 바닥돌 한 개당 네 개의 이웃한 돌이 감싸고 있는 규칙적인 구조이다. 이에 비해서 물결무늬의 경우 바닥돌 한 개당 대략 여섯 개의 이웃 돌로 둘러싸여 있고... 돌마다 상황이 다른 불규칙적인 모양을 하고 있다. 바닥 돌 하나하나를 기준으로 보면 같은 것이 거의 없는 불규칙적인 모습이다.


그냥 바둑판처럼 사각형의 벽돌이나 석재를 박아 넣으면 쉽고 빠르게 공사가 끝날 텐데...

우리나라의 보도블록을 보면 대부분이 사각형인 것을 쉽게 볼 수 있다.(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다시 수선을 반복하는...)

사각형과 더불어 육각형의 벌집 구조도 간혹 보인다.  사각형보다는 유리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규칙적인 구조라는 점에서 불규칙적인 물결무늬구조의 내구성을 따라갈 수는 없을 듯하다.


물결무늬 구조는  마차나 자동차가 지나갈 때 위에서 누르는 힘의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훨씬 유리하다.

공학적으로 튼튼해야 한다는 기능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주 효과적인 설계임이 틀림없다.


기능적인 면에 더하여 물결무늬의 미적인 아름다움까지 포함(완성)하고 있으니, 디자인 관점에서 만점을 준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기능을 강조하면 미적인 것이 떨어지고... 미적인 것을 강조하면 기능이 떨어지는 배타적인 요소를 함께하는 우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불규칙적인 모양으로 돌을 다듬고... 물결무늬로 담아 넣는데... 걸리는 시간과 수고는 바둑판 사각형 무늬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소모될 것이다. 그런데도, 한번 깔아 놓으면 오래간다는 장점이 있으니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겠다. 유지보수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더욱 경제적일 수 있다.


가장 불편한 것이 어쩌면 가장 편한 것일 수 있다는 말장난 같지 않은 교훈... (시작하는 나는 불편하지만... 뒤에 오는 누군가를 편안하게 만드는...)

우리  세대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후손에게 도움이 되는 그 무엇이 있어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여 걱정이다.


서울 한복판에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서 있는 고층 빌딩.... 콘크리트 덩어리 아파트...(수십억짜리라고 속으로 좋아죽는 우리들 재산)

이백 년 정도 뒤(백 년이나 갈라나..) 우리 후손에게 남겨진 쓰레기... 골치  덩어리임이 틀림없을 텐데...

오백 년 뒤까지 살아남아서... 역사적인 건축물로 후손에 남겨질 만한 현대 건축물이 있을까?

하나도 없다고 확신한다. (조폭이 아니라.. 신체 일부분을 걸 수도 없고...)


물결무늬 이야기하려다 너무 삼천포로 빠졌다.


물결무늬로 잘 깔린 보행자 도로에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는 발자국은 마치 발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진 듯 물결이 퍼져 나가는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골목길을 걷는데 한층 재미를 더해주고 피로감을 덜어준다.


지나가던 꼬마가 물결무늬 위에서 신기한 듯 작은 몸짓으로 깡충 뛰며... 깔 깔 대고 웃는다.

모습이 귀엽고 앙증맞다.


꼬맹이가 시각적 착각을 느낀 것이 틀림없다.


물 위에서 물장난을 쳤는데 물이 없다...


그런데... 물결이 친다...

어라... 이상하다...

어이가 없다...

엄마를 보고 어색한 듯 씨익 웃는다.


엄마의 얼굴에도 행복으로 가득 찬 작은 미소가 물결처럼 잔잔히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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