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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히려 더 좋다 Aug 08. 2023

독일의 지붕(Zugspitze) 추억으로 더위 잊기

더위를 잊고자 지난겨울의 기억을 잠시 소환합니다.

요즈음 무척 덥지요?


시원한 빙수 한 그릇이면 더위를 잠시나마 쫓아내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요즈음... 한 그릇에  십만 원이 넘는 빙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줄 서지 않으면 먹어볼 찬스가 없다고 하니...

제 반응은 이해가 조금은 어려운...


 WTF이지요.


뭐...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 작품으로 똥(Artist's shit)을 담은 캔 하나가 1억 원이 넘게 거래되기도 하니 이해의 여부가 문제는 아닌 것 같지요.


참... 똥을 담은 캔은 그래도 고귀한 예술품인데... 빙수 같은 하찮은(?) 것과 비교하고 있으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요.

예술품으로서 비록 태생은 똥이지만, 예술가(창작자)나 감상자(소비자) 모두에게 예술작품에 관한 심각한 철학적 고민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빙수와는 격이 달라 보이지요.


얼마 전에는 리움미술관에서 12만 불짜리 바나나 한 개를 먹어치운 관객이 뉴스가 된 적도 있었지요.

똥이냐... 바나나이냐.. 보다는 행위를 담아 예술계를 조롱(?)하는 개념미술의 한 형태가 아닌가 싶어요.


십만 원짜리 빙수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못하는 소비자를 조롱하는 개념상술(?)이 아닌가 싶어요.

고도의 상술은 고도의 예술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명품(비싼 것이라고 간주하는)이라고 포장하면 똥이라도 비싼 돈 주고... 맛있다고 퍼먹을(는) 우아하고 고상한 소비자들을..... 조롱하는 듯해요. (지극히 개인적 견해이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오늘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방법으로 더위를 잠시나마 쫓아 드리도록 해볼게요.

시원함에 있어서는 십만 원짜리 빙수에 모자람이 없을 듯싶어요.




독일의 지붕이라 불리는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추크슈피체(Zugspitze)에 올랐던 내용을 소개해 드리면서 더위를 잊어볼까 해요. 더위를 잊고자 지난겨울에 올랐던 내용으로 소개드리는 것이니 지금이라고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추크슈피체는 아래 지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뮌헨에서 남서쪽 아래, 인스브루크에서 북서쪽 약간 위에 위치한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Garmisch-Partenkirchen)이라는 조그만 도시에 속해있지요. 알프스산맥 일부로 스위스 국경에 가깝고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서 높이가 해발 2,962m나 되지요. 독일에 만년설 빙하(Glaciers)가 존재하는 거의 마지막(유일한) 산이기도 하지요.  지금처럼 지구의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이마저도 곧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되네요.


산에 올라 보이는 풍경도 장관이지만 하이킹과 스키 그리고 보드를 타는 사람에게도 인기 만점이라고 해요.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에 있으니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스키장이 되겠네요.

스키장이 길이가 약 20km 정도 된다고 하니 스키인들에게는 인기 만점일 것으로 생각하지요.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소개를 쉽게 하기 위해서... 동영상 두 편을 먼저 보셨으면 해요.

Skip 하시면 안 돼요.


동영상 1 (2:42). Zugspitze I 

동영상 2 (3:22). Zugspitze II 


  Eibsee에서 정상까지 빨간색 직선이 케이블카 루트 (동영상 1번),  빨간색 곡선이 톱니바퀴 기차 (동영상 2번) 점선은 산악 터널입니다.



동영상 두 편을 잘 보셨나요?

그럼... 추크슈피체를 다 보신 것이나 다름없지요.


동영상 1번은,

Eibsee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추크슈피체 정상으로 직접 올라가는 방법이지요.

이 케이블카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27미터 철제 지지 타워를 갖고 있지요. 이 지지 타워에서 정상까지에 해당하는 3213미터 거리가 지지대 없는 가장 긴 무지지 (Free span) 거리로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해요.

오르고 내리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 자체도 색다른 재미가 있지만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또한 장관이지요.


동영상 2번은,

Eibsee 역에서 톱니바퀴 기차 (cograil)를 타고 Zugspitze plateau에 먼저 들러서 경치를 감상한 다음 케이블카를 타고 추크슈피체 정상으로 올라가는 방법이지요. 이 기차는 물론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부터 탈 수도 있어요.


우리가 이용했던 루트를 소개드리면,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Garmisch-Partenkirchen)에서부터 톱니바퀴 기차를 타고 두 번째 동영상처럼 아입제 (Eibsee) 역을 거쳐서 Zugspitze plateau에 들린 다음 추크슈피체 정상으로 향했지요. 내려올 때는 동영상 1번처럼 케이블카를 타고 Eibsee 역에 잠시 내려 Eibsee 호수를 구경하고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돌아왔지요.


라운드트립 일정표:

Garmisch-Partenkirchen -> Zugspitze plateau -> Zugspitze summit -> Lake Eibsee -> Garmisch-

Partenkirchen


Eibsee는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추크슈피체 기슭에 위치한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지역의 큰 호수이지요. 산과 나무가 호수 주변을 포근히 감사고 있으며 가까이 혹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설산의 경치가 아주 환상적이지요. 호수 옆에 여러 호텔과 좋은 식당이 있고 여름에는 산책과 수영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고 해요.

언젠가 반드시 다시 한번 들러야겠어요.


우리를 Zugspitze plateau에 데려다줄 톱니바퀴 기차이지요. 길이는 짧지만 내부는 S-bahn 하고 거의 비슷해요.

열심히 올라가는 톱니바퀴 기차 기관실 차창 앞으로 보이는 눈길이 시원하네요.

잠깐만... 보셨나요?

기차 레일 중간에 톱니 같은 것... 저 구조가 있어야 기차가 미끄러지지 않고 급 경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것이지요.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조그만 마을과 멀리 Eibsee 호수 일부가 보이기 시작하네요.

기차가 산으로 올라갈수록 호수가 전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네요.

호수 넘어 멀리 보이는 설산이 시원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호수에 비친 하늘도 장관이었지요. (사진이 실제의 느낌을 제대로 담아내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호숫가 옆에 있는 하이킹 코스도 하얗게 내린 눈으로 그 윤곽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네요.

기차가 Zugspitze plateau에 다다를수록  멀리 시야가 넓어지고 저만큼 더 멀리 있던 산들도 성큼 앞으로 다가서기 시작합니다.

이제 막 Zugspitze plateau 종착역에 도착하려고 합니다.

내려서 직접 눈을 만지고 체험하는 경험을 한 다음... 정상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거예요.

독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조그만 예배당이 있다고 해요.

들러 봐야겠지요....

역에서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설경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네요. 눈기운을 잔뜩 머금은 짙은 구름이 전방에서 몰려오기 시작하네요. 눈으로 덮인 하얀 설산과 짙고 하얀 구름이 아래위에서 그 웅장함과 조화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네요. 사진 아래로는 제설용 스키드 로더 (skid loader)가 지나간 흔적도 보이네요. 화성 탐사용 로봇 큐리오시티(Curiocity) 흔적이 이유 없이 연상되어 피식 웃음이 나왔어요.

 밖으로 나오면 작은 야외 카페가 있지요. 양털 같은 담요로 덮인 의자가 포근해 보이네요.

사진에서 느끼기에는 엄청 추워 보이는데... 실제는 전혀 춥지 않았어요.

딱 좋은 날씨 그 자체였지요.

보이시나요?

저 건너편에 보이는 언덕 위 작은 건물... 그 작은 예배당이에요.

닫아놓아서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밖에서라도 볼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요.

정상 쪽을 향해 보고 있네요.

사진 가운데 보이는 장소가 포토존이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네요.

출처 https://zugspitze.de

예배당 앞의 둔덕 위... 이곳도 베스트 포토존이라고 해요.

서서 팔을 벌린 모습이 작은 십자가를 연상시키지요.

언덕 위 아담한 예배당... 작은 십자가 형상... 아주 절묘하기도 하고... 하얀 눈과 어우러져 묘한 신비감을 주기도 하네요.

뭔가... 오늘 지은 죄만큼은 여기서... 사해질(forgive)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한 가족이 반려견을 데리고 올라왔네요.

하얀 반려견 솜 같은 털과... 하늘에 몰려오는 짙은 양털 같은 구름이... 하얗게 주변 풍경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네요.

저기 사진 오른쪽 끝에 보이는 곳이 정상이지요.

있다가 올라가서 거기에서 또 보도록 해요....

한쪽에서 구름이 점점 더 짙어지네요.

이러면... 안되는데... 만약 구름이 심술이라도 부린다면 경치를 볼 수 없겠지요...

구름아 물렀거라.....

다행히도... 또 다른 한쪽에서 구름을 반대편으로 몰아내는 고마운 바람이 불어오네요.

파란 하늘이 걱정 말라고 간간이 얼굴을 비춰줍니다.

파란 하늘과 짙은 솜털 구름이... 심술궂은 연인처럼 투정을 주고받네요.

 주변의 풍광도 하늘과 구름의 눈치를 보느라 제 모습찾기에 갈피를 못 잡고 있네요.

구름과 하늘이 투정을 잠시 멈추었을 때.... 보란 듯이 포토존에서 다정한 한 컷 찍어봅니다.

쪼그만 아이가 눈썰매를 타는데 부모가 보이지도 않네요. 아이의 신나 하는 모습에 덩달아 신나는 상황입니다. 부모는 저 아래쪽...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겠지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을 향해 올라갑니다.

저기 위에 보이는 건물이 정상입니다.

케이블카 아래로 보이는 그림자도 뒤처지지 않고 힘차게... 박자 맞춰서 잘 따라 올라오네요.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래로 눈 치우는 자칭 큐리오시티가 길을 내느라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보이네요.

큐리오시티가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그냥 이유 없이 스쳐 갑니다.

정상에 올라 멀리 바라다보이는 눈으로 뒤덮인 설산과 운해(雲海)가 장관을 이루네요.

이 풍경은 적어도 100인치 이상 4K 디스플레이 정도로 봐야 될 것 같아요.

조그만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전달하는 데 있어 무척 아쉬움이 남네요.

정상에... 최고 높은 정상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시 황금 십자가 (Golden Cross)가 보이네요.

눈이 좀 없었다면... 가까이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안전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네요.

지척에서라도  볼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황금 십자가를 향해서 속으로 소망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짧은 기도를 올렸지요.

모두 이루어지리라 확신하고 있지요. 아래 예배당에서 오늘의 죄를 용서받을 것 같았지요.

여기에서는 소망과 감사의 기도를 드렸으니... 오늘 하루는... 최고 높은 곳에서... 최고의 하루를 보내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날임이 틀림없네요.

하늘과 구름의 연인이 팽팽한 신경전을 잠시 멈춘 듯... 풍경을 아래위로 반반 나누어 가졌네요.

심술 맞은 구름이 아래쪽 풍경을 다 가려버리고... 마음 넉넉한 하늘이 제모습을 활짝 열어 보여주네요.

그 반대가 좋은데....

바람이라는 친구가 빨리 와서 심술 맞은 구름을 하늘의 넉넉한 품으로 안겨주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정상 관망대에는 제각기 다른 위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동영상에서 소개되었던 그 식당(Panorama 2962)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내려가려고요.

시장이 반찬이라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주 맛있고 정겨운 점심시간을 가졌지요.

독일의 지붕 꼭대기에서... 정겨운 사람들과... 특별한 점심은... 당분간 잊기 어려울 듯하지요.

하산 케이블카 창밖에 안개가 자욱하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네요.

구름이 몰려온 것이 틀림없어요. 바람에게 몰아내달라고 부탁한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까불지 말라고 경고하는듯 창가를 두드리네요.

맑았다 흐렸다 하는 것이... 누구(?) 널뛰기하듯 예측불가로 반복되고 있네요.

거의 아래로 내려오니 올라갈 때 보았던 풍경이 다시 제모습을 보여 주네요.

다시 보이는 Eibsee 호수가 아름답게 포근함을 더해주네요.

내려가서 호수에 가까이 가볼 거예요.

Eibsee 정거장에 도착했네요.

주차장 건너편에 호수가 있으니 걸어내려가면 될 듯싶어요.

호숫가로 걸어내려 가던 도중 뒤돌아보니 Zugspitze 정상에서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조그맣게 보이네요.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네요.

자.... Eibsee 호수이지요.

저 멀리 보이는 눈에 덮인 산... 하늘에 가득 찬 구름이... 동시에 거울을 보려는 듯 옥빛 물가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네요.  구름의 형상에 따라 시시각각 그 모습을 바꾸는 풍광이 경이롭기까지 하네요.

아름다운 호숫가 풍광을 배경으로 호텔과 식당이 있네요.

북적이지 않고 고요한 모습이 적막한 호수 풍경과 함께 약간의 애수가 섞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작은 두 건물 사이로 보이는 호수.. 산.. 그리고 하늘과 구름을 프레임에 담아보았습니다.

자연의 조화롭고 장엄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나옹선사의 가르침 문구가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Eibsee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호수 풍경...

시간이 어느덧 저녁을 향해 들어가는 즈음이라 사람들도 숙소를 찾아 돌아갔는지... 보이는 숫자가 눈에 뜨게 줄어들어가네요.


풍경도 더불어 적막감을 포함한... 고요함으로..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네요.


오늘의 수고함을 위로하고 감동을 정리하고자...

혼자만의 의식으로 호숫가에 손을 담갔지요.

물이 아주 차가웠습니다.

머리까지 속까지 전달되는 차가운 시원함은...

자연의 기를 받아 가는 느낌이 확실했지요.


오리 떼도 하루를 마무리하려는지 물가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네요.


어떠세요?

십만 원짜리 빙수 효과에 비할 바는 아니었겠지만,

시원한 풍경을 빙수 삼아 잠시나마 더위를 잊으신 것은 아니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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