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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히려 더 좋다 Sep 26. 2023

"내 맘의 강물"이 흐르는 독일마을

강(江)은  성(聖)스러운 영혼 치유의 장소이자 고백성사의 장소였다.

행복하신가요?

그러시다고요... 그러면 참 다행입니다.


대부분의 삶이 그렇게 행복하거나 녹녹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요.

주변을 둘러봐도 다들 각자 처해진 삶의 현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느라 여유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해 보입니다. 그만큼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더 갖겠다고 욕심으로 가득 차 아우성치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어딘가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요.


'아.. 나는 행복해..'라고 의도적인 세뇌를 해보지만...

마음 한구석 진실을 속이고 있는 불편함까지 세뇌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요.


요즘 신문 사회면에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폭력적인 행동과 생각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람의 행복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것을 볼 수 있지요.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파괴된 정신세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슬프기도 하고... 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분노와 실망감, 좌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 보입니다. 더욱 분노가 치미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사전 조치와 책임조차 확실하게 묻지 않는 상황이지요. 어떠한 상황이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지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지요. (머릿속에 함무라비 법전이 스쳐 지나가네요. An eye for an eye, a tooth for a tooth: 극단적인 보복 형벌 주의 도입... 너무한가요?)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 살펴보면, 하루하루가 치열한 도전의 연속 이지요.  성공과 실패의 반복으로 피곤함이 극도에 다다르는 경우도 가끔씩 생기기도 하지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좌절감과 분노, 실망감으로 인한 피로도가 위험 수치를 넘나드는 것 같아 큰 걱정이지요.


사회적인 것이야 지금 당장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개인적인 것이야 직접 제어(control)가 가능한 경우이니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지요.


몸과 마음의 피곤함을 다스리는 효율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지요.

자연과 함께한다... 그렇게 거창한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잠시 눈을(肉眼) 감고 눈을(心眼) 떠보자는 것이지요.


자연을 접하러 멀리 나가실 필요 없어요.

가까운 동네 숲 속이나 실개천이 흐르는 곳으로 나가보세요.

자작나무 한 그루 심어있는 야외 카페나 정원도 좋지요.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나뭇잎 비벼대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포근한 자장가나... 기분 좋은 실내악 운율로 느껴질 거예요.

피부에 스쳐가는 상쾌한 바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거예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분도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사실... 느끼려는 노력과 표현.. 이런 것 다 필요 없지요.

그냥... 그렇게... 그런대로... 기분을 내 맡겨두어 보세요.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가까운 시골계곡이나 숲 속... 강가로 나가보세요.(제주도나 설악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바위,  멀리 보이는 산과 어우러지는 풍경... 파란 하늘과 흰 뭉게구름... 그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피곤함이 어느새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조금 거창한 표현으로... 영혼까지도 맑아지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우리들 삶이 자연과 멀어지는 그만큼 점. 점. 더 비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강(江)은 내게 있어 성(聖)스러운 영혼 치유의 장소이자 고백성사의 장소를 의미하지요.


세상 사는 일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닌 것은 어쩌면 당연(?) 하다고 할 수 있지요.

기대와는 달리 거의 매번 반대쪽인 일만 일어나고... 잡지 못한 기회가 아쉬워 후회로 가득 찬 한숨을 내쉬고... 소위 이불킥을 하기도 하지요.  가끔은  도무지 앞길이 깜깜해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하지요. 더욱 힘든 것은  감정을 밖으로 내보일 수도 없고, 어느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는 경우이지요. 가끔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기도 하지요.


영화의 한 대목이 생각나네요.


"다른 놈들한테 솔직하지 마... 쪼다 돼"


'.........'


솔직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무(?)한테나 솔직하면 안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믿음이기도 하지요.

솔직하다가는 쪼다가 되거나 뒤통수 맞기 십상이지요.


솔직하게 터놓고 고민을 나눌 친구나 멘토가 있으시다고요?

참 다행이네요.


내게 있어 솔직해질 수 있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강(혹은 자연)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운이 좋게도 집 바로 앞에 네카(Neckar) 강이 있어 좋았지요.

집 앞으로 자동차 두 대가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이 차선 도로가 있지요. 거기에 이삼 미터 정도의 적당한 인도 폭을 더한 공간 뒤에 네카 강이 흐르고 있지요. 강폭은 좁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아주 넓지도 않은 화물선과 여객선이 교차로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적당하게 충분하지요.


화물을 가득 실은 화물선이 교차하는 강가 풍경. 화물선의 뚜껑이 덮여있다. 속에는 대부분 고철로 가득 차 있다.

네카강은 슈바벤 알프스 지역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흐르다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급격히 휘어져 흐르지요.  튀빙겐, 슈투트가르트, 하일브론,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등의 도시를 지난 후 만하임에서 라인강의 오른쪽으로 합류하지요. 이런 강의 흐름 때문에 집 앞에서 배를 타고 라인강을 따라 그 유명한 로렐라이 언덕까지도 갈 수 있지요.(여정은 다음에 소개 드릴게요... 집 앞에서 배를 타고 로렐라이 언덕에 간다... 너무 환상적인가요?)

강물은 고철을 잔뜩 실은 화물선이나 관광객으로 가득 찬 여객선에 수시로 물길을 내어주며 흐르고 있지요.

경박스럽지 않고 잔잔하면서도 도도한 자태가 흠뻑 드러나는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지요.


집 앞으로 전면에 고성이 보이는 중세 마을과 그리 높지 않은 낮은 산을 배경으로 네카 강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품위 있는 중세 귀족을 연상하도록 하기에 충분하지요. 무게 있으며 우아하고 근엄한 자태로 자칫 무질서해 보일 수 있는 도시 분위기를 강물의 존재 자체로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지요.  이 완벽함은 마을 전체를 감성적 분위기로 고조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이지요.


운무가 가득한 강가 풍경: 앞에 보이는 배는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정박 중이나 강을 한 바퀴 운행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고성과 다리를 배경으로 강가에 앉아 풍경과 포근한 봄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정기적으로 강가를 운행하는 유람선이다. 삼십 분 정도 강가를 한 바퀴 돌아 탑승한 자리로 돌아온다.
고성과 다리를 배경으로 강가에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진다. 한 폭의 유화를 연상시킨다.
집 앞 인도에 서서 바라보는 강가 풍경. 건너편 둑에 유람선이 보인다. 저 유람선을 타고 로렐라이 언덕에 갈 수 있다.
쌀쌀한 어느 겨울날 차가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해 질 녘 서서히 저물어가는 동네 풍경. 노을빛이 아페롤 스프릿을 연상시킨다..

참고: 아페롤 스프릿

늦은 오후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강가 마을 풍경. 한 폭의 인상파 풍경화가 연상된다.

강이 말을 걸어온다.


다정다감하고...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은 리스링(Riesling) 와인 한잔하는 친구처럼...

조용히 귓가에 세상 사는 이야기를 속삭여주지요.

기쁜 일 슬픈 일... 축하와 위로의 말을 건네 오지요.


댐 밑 출구를 막 지나는 거센 물결은 독일 맥주 한 잔에 조금은 거칠어진 목소리로...

힘든 일들 잘 견디라고... 잘하고 있다고...

등을 토닥이며 격려해 주는 듯하지요. 


"세상일이 다 그런 거야... 담아두지 말고 잊으라고...."


"내가 말이야, 저기 멀리 안 보이는 곳에서부터 여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더 흘러갈 곳까지..

무슨 일을 겪었고.. 어떤 일을 더 겪어야 되는지 말해줄게..."


강물이 말하는 듯하지요.


강가를 따라 걷거나 앉아서 강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지요.

이 순간은 현인(賢人) 이자... 다정다감한... 인생의 은사(恩師)를 만난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요.


강과 조금만 같이 있다 보면, 어느새 편안하고... 위로받는 느낌과 더불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고는 하지요. 강을 바라보고 있는 외면은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고요함으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마음속 내면에서는 끊임없는 고백성사와 고민을 화두 삼아 치열한 자문자답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대화가 꼬이고 해답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때... 소용돌이치는 물줄기와 도도하게 흐르는 물줄기가 시각을 통해 대신 간단하고 명확한 대답을 해주기도 하지요.


쓸데없는 고민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해라.

네가 조절(control) 할 수 없는 상황은 그냥 잊어(흘려) 버려라.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시기와 질투심을 버려라.

일이 잘 안 풀리는 것은 네 것이 아니니 욕심내지 말아라.

너무 강한 척하지 말아라... 바위를 휘돌아 나가는 나처럼 유연성을 가지는 것은 어때?


눈앞에 흐르는 강물은 서서히 내면으로 흘러들어 의식을 자극하고 평정심을 갖도록 하지요.

내면에 흐르는 강물은  어느새 불안한 의식을 정화하고 귀중한 깨달음을 주는 매개체가 되어 있지요.

내면에 흐르는 강물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살이 그 자체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 듯하기도 해요.


강물은 우리의 삶과 비슷한 흐름을 갖고 있는 듯하지요.

기쁨과 슬픔, 애수와 희망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듯해요.


평온하고 잔잔한 강물이 때로는 숲속을 휘돌아 흐르면서 자연의 노래를 들려주지요.

살면서 평화롭고 행복했던 순간과 기쁨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강물이 때로는 바위와 다리의 기둥을 만나 굉장한 힘으로 부딪히며 물결을 일으킵니다.

삶의 어려움과 도전, 슬픔을 상기시키는 듯하지요.  

비록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지라도 끝내는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상징하는 듯하지요.


때로는 홍수나 갑작스러운 비 때문에 강물은 급격히 부풀어 오르며 범람하지요.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견디기 힘든 슬픔과 애수를 표현하는 듯하지요.


강물은 결코 멈추지 않지요.

시간이 흐르면 강물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마치 우리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며 희망을 찾아가는 것과 아주 비슷하지요.

 

강물의 흐름은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변화하고 성장하며 계속해서 흘러가는 것이지요.


인생과 강물을 연결 지어 생각하니 "내 맘의 강물"이라는 곡이 떠오르네요.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지나간 추억, 사람, 눈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내 맘의 강물-  이수인 작사, 작곡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새파란 하늘 저 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나고,

비바람 모진 된서리 지나간 자국마다 맘 아파도...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노래는 들어 봐야 제맛이지요.

이 노래는 소프라노가 감성적으로 제일 감동이 크더라고요.(개인적 취향이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tbcjsQX-DAY


어떠세요?

내 맘에 강물이 흐르는 듯하지요.

가사와 곡, 성악 모두 벅찬 감동이지요.


작사, 작곡가 이수인이 누구신지 알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중장년들의 초등(국민) 학교 시절... 이 노래 모르면  간첩이 틀림없어요. (112에 신고? 농담이에요)


1. 둥글게 둥글게...

2. 앞으로...

3. 방울꽃 (개인적으로 최고 좋아하던 노래예요)

4. 아빠의 얼굴 (좀 슬펐던 기억이 나네요)

5. 목장의 노래 등

500곡이 넘는 동요를 만드신 분이지요.

우리는 이동요와 함께 풍요로운 꼬맹이 시절을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어렸을 적 이 노래들을 신나게 부르면서 골목길... 산과 들을... 쏘다니던 기억이 나네요.

어렸을 적 감성이 메마르지 않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신 정말 고마운 분이지요.

어른인 지금에는 "내 맘의 강물" 물길을 하나 더 내어 주시기도 했고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맘의 강물이 끝없이 흐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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