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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Apr 16. 2023

세상을 떠나고 내 마음에 남겨진 아빠에게

2022년 04월 16일,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경찰에 발견되어 사망일로 지정된 날짜이다. 바로 오늘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


1년 동안 나는 어땠을까,

1년이 흐른 시점에서 무엇이 달라졌냐 물으신다면,


아주 많이 그리워하는 사람이 생긴 것과 흑백과 같았던 세상이 이젠 조금 어둠 속 작은 별도 보이고 꽃을 보며 시간이 흐름을 느끼고 있다. 죽도록 싫어했던 꽃이 이젠 보면 애틋하다. 사랑, 애정, 따뜻함 따위 모르던 내가 나 홀로 남겨져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는 게 두려웠던 나에게 참 따뜻한 눈길과 진심 어린 걱정으로 애정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는 듯하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고통이었던 지난날들은 지워져 가는 듯 흐려진 기억처럼 느껴진다.


부모의 사랑? 절대 와닿지 않았던 단어, 어쩌면 난 평생이해하지도 알지도 느끼지도 못했을 그 말, ‘사랑’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내 마음에 살아 숨 쉬니 ‘사랑’을 알았고 느꼈다. 이제 남은 모든 시간들 속에서 더 많이 알게 되겠지.


꽤나 씩씩해지고 사람들과 두루두루 어울릴 줄도 알게 됐다. 삐뚤어진 말과 마음으로 마음을 전하지 않게 되어 사람들이 내 진심을 오해하지 않게 되었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힘들면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아빠가 떠난 건 너무 슬프고 아직까지 명패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었던 그 감정과 유골함을 옮기고 남은 온기가 기억나지만 마냥 괴로워만 하며 하루를 울음으로 보냈던 날들보다 울긴 해도 다음날을 기대하는 마음, 희망을 안게 되었다. 엄마가 없어지고 아빠의 짧은 사랑이 나의 전부를 바꾸었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떨리는 마음으로 장례식을 매일 기다리면서 수십 번은 써내려 갔던 그 편지 속 나의 약속과 다짐이었겠지.


“지금보다 더 당당하고 씩씩하고 부끄럽지 않은 딸, 정직하고 바른 아빠의 딸로 이젠 살게.”


아빠의 손가락에 약속을 걸 수 없었지만, 단단했던 그 약속.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꿈에 나타나 신신당부하고 떠났던 그 말​ 무너질 때마다 바로 잡고 일으켰었지. 사람들이 말하는 부모의 사랑을 아빠가 내 마음에 자리 잡고서야 알았기에.., 늦었지만 확실했던 그 사랑을 가지고 색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고마워, 아빠.

미안하기도 해. 후회도 할 때가 참 많아.

그렇게 독하게 숨은 아빠를 한 번씩 찾아보려 애써봤다면 덜 아팠을까 생각도 해. 미치도록 후회도 할 때가 있지만 죽도록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랑도 해. 그리고 늘, 항상 말하지만 말이야.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또다시 나의 아빠로 태어나주길 바라. 다시 만나도 나의 아빠로 그땐 우리, 서로 따뜻한 온기가 되어주자. 아빠는 그냥 있어주면 내가 아빠 품으로 숨어서 내가 아빠의 가장 빛나고 특별한 별로 반짝이며 아빠에게 잔뜩 쏟아질게.


비록 올해는 이 글로 나의 마음을 전하고 1주기를 기념하지만, 내년엔 꼭 납골당으로 모셔서 찾아갈게요. 세상을 떠났지만 나의 마음속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어준 고마운 우리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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