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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Nov 07. 2022

시계에 투자를 한다고요?

빈티지 시계 1

이야기의 시작이 티파니-노틸러스, 폴 뉴먼 데이토나였던 것은 손목시계는 1980년대부터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서 투자의 대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오스발도 패트리지(1945~)


'아브라함 브레게를 수집하던 날들의 기록'에서 데이비드 솔로몬스를 예로 든 것처럼 20세기 초에도 아브라함 브레게의 회중시계 등 골동품 시계들에 대한 경매가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이루어지곤 했다. 그러나 현행품에 가까운 손목시계가 골동품처럼 경매되는 날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시계에서 컴플리케이션이 매력적인 것은 고가이며 일반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량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제품인 것이다. 그 결과  몇십 년 후 경매가 이루어지면 구입 가격의 몇 배, 몇 십배, 혹은 천문학적인 가격이 되어 주식이나 아파트에 투자하는 이상의 이득을 볼 수 있게 된다. 빈티지를 수집하는 컬렉터들은 착용할 시계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식이나 아파트에 투자를 하듯이 시계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현행품이라면 구입 직후부터 중고가 되어 가격이 내려가겠지만 빈티지 시계는 유행이 한참 지난 시계이고 이제 중고에서 골동품으로 변신하게 된 시계들이다. 투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시계를 고르는 안목이 바뀌어야 한다. 남들에게도 예쁜 것은 유행하므로 제조 수량이 많아진다. 최초의 제품이 아니라면 수집할 가치가 없는 시계들이다. 고가이며 제조 수량이 적고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시계라면 비싸다고 피할 일이 아니라 아파트라도 팔아서 구입해 두어야 할 시계가 된다.



컬렉터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인 파텍 필립과 롤렉스에는 몇십 년 후 수 십배, 수 백배로 가격이 폭등한 시계들이 즐비하다. 낡아서 버리는 시계를 하나 구입해 두면 이제 곧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동일한 디자인으로 수 만개 제조된 시계는 수집 가치가 없다. 매장에서 만나는 흔한 스와치나 지-쇼크에 수집 가치가 없는 이유이다. 단 몇 개, 몇십 개 정도 제조되어야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진 것이다. 제조 수량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현행품이라도 한정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불량품이라고 반품한 시계가 단 하나의 시계가 되어 몇십 년 후 천문학적인 가격을 만들기도 한다.


1945년 이후 지겹게 생산되는 롤렉스의 데이트 저스트도 1945년 모델은 고가의 제품이어서 제조 수량도 적어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된다. 이처럼 시계를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순간부터 정보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시계에 담긴 정보가 그 시계의 수집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크리스티나 소더비에 경매 물건을 조사하는 조사원들이 근무하는 이유이다. 카르티에, 파텍 필립, 롤렉스에 대한 역사 서적의 시작은 크리스티, 소더비 등의 경매 물건 설명서이다.



시계의 투자시대는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파텍 필립, 롤렉스 등 극히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아직 그 가치가 발굴되지 않은 보물섬이다. 이미 인기 시계로 유명해진 폴 뉴먼 다이얼 데이토나, 파텍 필립의 빈티지 컴플리케이션은 새로 투자하기엔 너무 비싼 시계들이다. 주식처럼 실패하는 빈티지도 많다. 롤렉스의 버블백이 그런 시계이다. 블루칩인지 알았는 데 폭락해 버린 시계이다.


황학동 같은 곳에서 좌판에 널브러진 빈티지 시계들에서 가치 있는 시계를 찾기 위해서는 시계와 브랜드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필요해진다. 사라진 브랜드의 매력은 더 이상 시계를 제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름을 날리기 전에 죽은 고호와 같다. 파네라이 빈티지 같은 것이 그런 시계였다. 그 이전에 컬렉터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시계들이 파네라이가 인기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수량이 적었던 빈티지 시계들이 단기간에 파텍 필립이나 롤렉스를 넘어서는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진 빈티지가 되었다.



시계 투자에 관심이 생긴다면 빈티지는 유행이 지난 시계가 아니라 투자가치를 가진 시계로 다가오게 된다.


이전의 이야기에서 실패한 시계로 분류되었던 시계들이 가장 가치 있는 빈티지로 재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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