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몬자야끼

도쿄에서 일본 소설에서 봤던 몬자야끼 먹어보기

by 조이진

일본 소설 읽는 걸 좋아한다. 말도 안되게 잔인한데 마지막에 휘리릭 허무아게 비밀이 풀리는 미스테리도 좋아하고, 큰 사건은 없는 잔잔한 가운데 뭔가 인간의 숨기고 있는 본성을 보여주는 것 같은 스토리들도 알 수 없는 위로가 되어주기도 해서.


읽다보면 가끔 몬자야끼를 먹으러 갔다는 얘기가 등장하는데 대체 몬자야끼란 무엇일까 항상 궁금했다. 처음읽었던 설명은 각주에 달려있었던 ‘*일본식 누룽지 같은 음식’ 이라는 해석으로 기억하는데 도무지 어떤 음식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몬자야끼가 등장할 때 마다 이게 어떤 음식이라그랬지?라고 찾아본 것 같은데 들어가는 재료나 동영상을 봐도 도무지 그 식감이나 맛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사실 먹어보고싶은 비주얼도 아니었음..) 그리고 신기하게도 야끼소바, 오꼬노미야끼는 흔한데 한국에서 몬자야끼 집을 본적도 없었다. 나에게는 엄청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데 언젠가 먹으러 갈일이 있을까 싶었던 미지의 음식. 그리고 드디어! 그 오랜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가 왔다.


부모님과의 일본 여행 중, 묵었던 호텔 주변 맛집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뜨는 것이 이 몬자야끼 집이었지만, 첫날 우연히 지나가다 줄이 길게 서 있길래 음~ 듣던대로 맛집인가보군.. 부모님과는 절대 못가겠군(줄 안서심ㅋㅋ)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둘째날 저녁! 부모님께서 꼭 한국밥을 드셔야겠다 하여, 따로 먹게되어 줄도 없고 바로 앞집이길래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앉아서 주문하기를 기다리는 데 갑자기 너무 설레고 행복했다. 아! 몬자야끼라는 것을 드디어 먹어볼 수 있다니 하고..


주문부터 뭘 시켜야하는지 오래오래 고민했고, 1인분인건지 하나 시켜 셰어하는 건지도 도통 모르겠고..-물어봤더니 원래 1인분이지만 둘이 셰어해도 된다고 친절히 말해주셔서 일단 하나랑 토마토 김치 주문함. 1인 1메뉴+1인1음료에 지친 나에게 한줄기 빛 같았던 친절! 흑흑- 이게 직접 조리해 먹는 거라 주변을 열심히 관찰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몬자야끼를 맛보겠다!는 결의로 못하는 일본어로 처음 먹어보는 거라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사장님인지 점장님께서 직접 심혈을 기울여 제조해주시고 먹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일단! 선택한 재료들(우리는 새우, 오징어, 양배추, 대파, 치즈, 모찌)과 따로 부침 같은 반죽을 준다. 약간 계란말이에 야채를 넣은 것 같은?정도의 묽기. 건더기를 먼저 펼치고 큰 새우 같은 것은 따로 철판에 익히면서 테판야끼하듯 칼로 잘게 잘라주고, 어느정도 익으면 그 아이들을 가장자리로 몰아 가운데 동그란 공간을 만들어 반죽물 같은것을 부어서 살짝 익혀준 다음 다시 섞어서 부침개처럼 펼쳐준다. 작은 스크래처 같은 것으로(이름이 뭘까) 먹어도 될 것 같은 상태가 아닐 때부터 긁어먹는다. 이때 가장자리 부분을 얇게 밀어서 바닥부터 긁어내 살짝 탄 부분이 제일 맛있는 부분. 이것 때문에 누룽지라고 한 듯.

뒤늦게 아 맞다! 찍어야하는데 하고 황급히 남긴 동영상.

사진이 하나뿐인 것은 맛있는 몬자야끼를 위해 사장님과 안되는 일본어로 초집중해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보고싶은 비주얼이 아니기도 함) 대충 일본에 몇번째 왔냐, 뭐가 재미있냐, 일본 사람들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한국 사람이 착하다고 좋아한다. 아내도 매일 한국 좋다고 한다. 몬자야끼는 한국에 없냐 등등.. 별것 아닌 이야기지만 사장님 리액션이 너무 유쾌하고 좋았어서 나름 즐거웠고, 일본어 공부를 다시 해야겠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고싶은 말 못하는 거 답답해서! 아무튼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테이블들과 차원이 다른, 완벽한 몬자야끼로 보여서 뭔가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이 체인은 기본 베이스가 새우 육수라고 하는데, 그래서 고기보단 해물 베이스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 맞음. 긁어 먹는 재미도 있고, 얇고 따뜻하고 보들거리고 바삭한 것을 먹으니까 배가 엄청 부르지도 않으면서 맛있게 먹었다. 모찌가 중간중간 섞여있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었고.. 근데 어떤 맛이었냐면? 이건 먹고 나서도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몬자야끼는 몬자야끼맛!앞으로도 가끔 생각날 것 같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재료들을 추가해서 본격적으로 술을 곁들여 먹고싶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오랫동안 궁금했나 싶기도, 먹어보면 될 걸 왜 시도해보지 않고 아는 맛만 먹었었나 싶기도 하지만, 또 새로운 걸 먹어보고 그게 맛있었고 먹는 과정도 재미있어서 좋았다.(그래서 일본에서 데이트할 때 몬자야끼 먹으러 가나봄) 역시 뭔가 계획대로 착착 되지 않을 때 마주치게되는 새로운 즐거움이라는 것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고, 그게 여행의 묘미이기도 한 것 같아!

자연스럽게 끼니마다 곁들이게되는 생맥주.

그나저나 일본 생맥주는 왜이렇게 맛있는 건가요? 거품도 더 가볍고 부드러운 것 같고, 기포가 미세해서 팍 쏘지 않아 먹기 편합니다. 끼니마다 곁들이지 않을 수 없고, 첫모금을 마실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맛!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