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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화 Mar 26. 2024

일상의 고귀함

행복이 조용히 깃들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드롱기에 물을 붓고 원두를 넣고 커피 한 잔을 내리는 일이다. 따뜻하게 내려지는 원두커피의 향이 주방으로 흐뭇하게 퍼지고 갈색 거품이 뽀얗게 올라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하는 일은 우리집 반려견 조이의 물을 갈아주고 아침식사를 챙기는 일이다. 밤새 같이 있었으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오래 떨어졌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데 매일 아침을 웃으며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귀한 식구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오전에는 무조건 앉아서 글을 쓰기로 했다. 오후에 생길 어떤 일에도 영향 받지 않고 글쓰기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다. 어떤 일정이든 될 수 있는대로 오후시간으로 잡고, 오전에는 모든 것을 잊고 노트북을 키고 자판을 두드린다.      


   오후시간은 그야말로 거의 자유롭게 보낸다.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장을 보거나 하면서 혼자 걷거나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하기도 한다.      


   소박하고 단순한 것 같지만 루틴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독립해서 밖에서 지내고 있는 식구들이 갑자기 찾아오거나, 누군가를 만나기로 약속하거나 하면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 던져지듯이 파장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반갑고 즐거운 파장이다. 바로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건강에 이상이 올 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서 목디스크로 인해 어깨까지 신경통이 번져서 누울 수가 없고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이틀이 머다하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며 치료를 받았는데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글쓰기는 물론 설거지, 빨래 같은 것들 도 어려워져 집안이 엉망인 상태로 지냈었다.      

아파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고 백번을 깨우쳐보지만 인간은 또 망각의 동물이라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무리하지 마세요. 또 재발됩니다.’


   통증으로 병원에 갈 때 마다 듣는 말이다. 한계를 시험하듯 무리하고 혹사시키며 살아온 습관을 이제는 몸이 견뎌내지 못하나보다.      


   어렵게 다시 얻어낸 일상으로의 복귀는 너무나 감사하고 평화롭다.           


   만일 허전하고 심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비슷비슷한 날이 유지되고 있다면, 행복이 조용히 깃들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삶의 기쁨은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가 눈을 맞추고 찾아내주길 기다리는 작은 강아지와 같이 일상의 순간 순간에 숨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만 깃들기 때문이다’

    버틀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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