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에 밥을 되는 데로 넣고 냉장고 남은 반찬을 뒤져 아무렇게나 덜어낸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대충 두르고 계란 프라이는 귀찮아서 뺄까 잠시 머뭇거리다 두 개나 부쳤다.
얼마나 맛있을까 잔뜩 기대하는 손길이 아닌 탓에 약간의 신경질이 섞였다. 주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 생전 없던 금기에 가까운 짓. 바로 야식이다.
그게 뭐라고 금기에 부치고 살았을까 아랫배나 엉밑살과 팔뚝에 살 한 점 붙는 그게 뭐라고. 세금이 붙는 것도 아닌데.
식탁이 아닌 침대 위로 가져와 끌어안고 먹어야 한다. 좀 흘리면 닦으면 된다. 고추장 얼룩이 생기면 어떤가 어쩌면 눈에 안 보이게 내 몸에서 떨어지는 세포가 더 더러울 수도 있다. 양심은 있어서 슬쩍 시계를 쳐다보는 자신이 싫다. 몇 시가 지나면 음식 따위는 입에도 안 대는 건 지난 몇 십 년간 지켜온 일이었다. 몸이 달라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까탈스러움이 지금 이 순간 깨지려 한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이왕 깨지는 거 다시 이어 붙일 수 없게 바스러져 속이라도 시원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속. 깨지면 어떻고 찢어지면 어떠랴
우걱우걱 대충 씹어 삼킨다. 그래야 허한 속이 빨리 차오를 것이다. 이왕이면 텔레비전도 켜놓고 생각 없는 숟가락질이어야 한다. 중간에 정신이 들어 멈추면 의미 없다. 대접을 비우면 바로 누워야겠다 다짐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치통으로 고생하느라 더 큰 아픔이 오는 건 막아야겠으니 칫솔질 그것만 해주고 바로 눕자. 배가 차서 마음이 차오르면 잠이 와주겠지 혹시 모른다. 의외로 달콤한 잠이 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