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시끄럽다. 왜 아니겠는가. 갱년기에 절여진 나와 사춘기에 발을 들인 아들이 여름 방학에 꼭 붙어 있으니.
어쩌면 배부른 소리다. 그건 병도 아니고 지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사춘기라는 건 건강하게 성장하는 고마운 일인 것이다.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매우 시끄럽다.
어쩌면 사람들과 만나는 게 내 생각이 잠잠해질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으나 그건 언젠가부터 날 위로하는 방식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가장 쿠폰을 많이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냉장고, 냉동고를 채운다. 오랫 만에 전을 부치고 싶어서 부추를 사고, 아이가 좋아하는 육개장 거리도 담았다. 늘 구비해 놓아야 할 것들 담다 보면 장바구니가 꽉 차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주부의 마음은 할인이 많이 돼도 똑같다는 게 싫다.
어릴 때부터 애쓴 덕분에 아이는 책을 좋아한다. 틈이 나면 책을 찾는 아이를 보며 힘들다는 핑계로 한 동안 게을리했던 책을 다시 마주했다. 한 때는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 마음 어디 갔을까
종이를 만지고 넘기는 건 힘이 있다. 글쓴이를 상상하며 나와 동일시되는 기쁨과 잠이 확 깨도록 나와 다름을 느낀다는 것도 종이를 만지며 순화된다.
감정의 동요만큼 피곤한 것도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피톤치드가 절실한 어느 주말에 아줌마의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