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 곳곳으로 수업다닐 때 종일 아이를 봐주신 엄마. 하나뿐인 손자에게 이런 고백을 하실 때면, 6살 아이는 익숙한 듯 손수 만드신 누룽지 튀김과 닭튀김을 양손에 들고 얼굴로 먹고 있었다.
일하는 나 쉬라고 주말이면 일부러지하철, 버스 대중교통 태워 남산 타워, 남대문 시장, 서울역, 홍대를 돌며 맛있는 것 사 먹이고, 갖고 싶다는 팽이, 로봇 장난감 손에 쥐고는 집에 오던 어린아이와 내 엄마.
겨울은 슬퍼서 더 시리다.
엄마는 금싸라기 같은 손자가 9살이 되던 해 2월. 갑자기 내 곁을 떠나셨다.
아무도 어떤 예상도 하지 못했다. 차라리 얼마간이라도 편찮으시다가 하늘도 가셨으면 놓아드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까..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건 할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은 여전하고 여전하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엄마는 그것 조차 미리 아셨기에성급히가셨나 보다.
날이 차고 눈 마저 찬찬히 나리는 날이면
울컥울컥 대는 가슴을 어쩔 수 없다. 누굴 붙잡고 말할 처지가 안되니 뭐라도 휘갈겨 써야 한다. 와중에 울컥. 아이 저녁 쌀을 씻으며 울컥. 안쳐 놓고 울컥. 내 방에 돌아와 또 휴지를 뽑는다.
엄마, ㅇ이가 내년 1월 4일이면 초등 졸업이래. 입학 때 우리 다 같이 갔었는데.. 이런 날이 오네..
겁이 나요. 사춘기에 들어설 테고, 본격적인 공부 시작이고,
엄마가 계셨으면, 아무 걱정 안 할 텐데.. 두려움이 앞서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아이를 믿고, 기도하면 되겠지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이제 이혼도 마무리될 테고요.
엄마가 물려주신 이 집도 용기를 내서 잘 가꾸고 있어요. 동생, 올케와 우리 열심히 살 테니, 아픈 아버지를 잘 지켜갈 수 있게 엄마가 도와주세요.
엄마, 엄마 있잖아.. 우리 가슴엔 지금도 항상 엄마가 필요해요. 어린 ㅇ이 마음에도요.. 9살이던 아인 이제 저보다 10센티가 크지만, 아이 마음속 할머닌 늘 마음 다해 모든 걸 주시던 분이셨데요. 얼마나 사랑한다고 말해야 엄마에게 닿을 수 있을까요. 그립고 그립고 또그리운엄마의 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