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노래들이 주는 옛스러움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했던 노래들을 사랑한다.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필두로 변진섭의 98년도 앨범을 좋아하고 유재하와 여행스케치, 조정현 노래, 이치현과 벗님들의 노래를 아낀다.
나는 멜로디 못지 않게 가사를 중히 생각하는데 요즘 나온 노래들 중 가장 아끼는 노래들도 가사가 굉장히 은유적이고 시적이다. 시가 가사가 되고 노래가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사랑한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미디어는 한정돼있었다. 라디오나 TV나 손에 꼽는 매체들로 취향을 나눴다. 시대를 풍미하는 노래들이 있었고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이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뉴미디어가 나타났다. 우리는 각자의 취향을 가지고 각자의 계절을 각자의 방식대로 기억하기 시작했고 추억은 파편화되고 개인화되기 시작했다.
수십년이 흐른 뒤 지금은 어떤 노래로 기억될까. 차를 타고 이동하며 노래를 틀면 몇이나 같은 추억과 같은 공기를 추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