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witter Oct 22. 2023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진 말아야겠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진 말아야겠죠. 

 학업에만 열중하고 있다 보면 간혹 빠지는 딜레마중에 하나로,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때로는 어느 정도는 비교하고 가늠을 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 옆사람도 나와 같은 정도의 이해 수준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나면, 한 층 더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 도와주거나 도움을 받거나 하는 등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때로는 이렇게 자신의 주변과 나를 비교해 보라고 하였을 때, 이상한 비교를 하는 경우를 볼 수가 있는데 대부분이 자신보다 아득히 앞선 대상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다.


 "선생님, 전공자 애들은 벌써 프로젝트도 몇 개씩 있고, 저랑 같이 공부 시작했는데 벌써 한참 앞선 챕터를 공부하고 있는데, 제가 따라갈 수 있을까요?"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좋은 일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는 것은 참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런 목표를 잡는 학생들은 간혹, 자신과 시작 선상 자체가 다른 사람을 자신과 비교하고 있다. 어떠한 조급한 마음이 더욱 서둘러서 나보다 앞선 사람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 보일 정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라잡겠다고 무리해서 달려 나가는 것보다는 나는 나의 페이스대로 나와 같은 선상의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결국 학업에서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은 꾸준함이다. 그런데 그렇게 높은 우상만 쳐다보면서 달려가고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와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을 좁은 세상에 가두는 행위인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 일반적으로 더 넓은 세상을 생각지 못하고, 자신이 속한 좁은 환경이 전부라 생각하며 자신의 우월감을 나타내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넓다. 나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넓고 다양한 환경이 존재한다. 그 넓은 세상에서의 내 위치를 가늠하기 전까지는 나보다 더 높은 사람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면서 한탄하고 있는 것은 시간 낭비이지 않을까? 굳이 자신의 감정을 갉아먹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내 체력을 헛되이 날려버리는 생각을 해야 할까? 나보다 아래의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우월감을 가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나보다 높은 수준의 사람들을 보며 힘들어하고 있는 것도 잘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만약 내가 속해 있는 집단 속에서 충분히 열심히 했음에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내 집단 속에서의 나의 위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바깥세상에 내놓았을 때의 나와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전국 단위의 평가나, 시험이 있는 고등학생 때의 모의고사나 수능과는 달리, 이렇다 할 기회가 잘 없는 취준생 분들이라면 더욱이 말이다. 


 "근데 그렇게 비교했다가, 제가 진짜로 못하고 있는 상황인걸 알아차리면 어떡해요?"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나도 그리 고운 대답을 해 주지는 못하였다. "진짜 못하고 있으면... 더 공부... 해야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얻어낸 것은 있지 않은가? 내가 정말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지금까지의 공부 방법이 혹시 비효율적인지는 않은지, 혹은 내가 정말 잘하고 있었던 것인지 재점검해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 부족한 점이나 잘못된 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라면 더욱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어떻게 학습하는 것이 나에게 딱 맞는 방식일까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를 알아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한 동안 밈처럼 돌던 말이 있었다. LOL 프로게이머 Deft 선수의 인터뷰 영상 제목에 쓰인 이 문구는 짧지만 강렬하게 퍼져나갔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단순히 밈으로 치부하기엔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시 여기는 능력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다. 조금 고급지게 표현하자면 '회복 탄력성'이 바로 그렇다.


 위키에서는 회복탄력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심리학, 정신의학, 간호학, 교육학, 유아교육,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며, 극복력, 탄성, 탄력성, 회복력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물체마다 탄성이 다르듯이 사람에 따라 시련에 대한 탄성이 다르다. 역경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
 - 중략 -  
 따라서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바닥에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되튀어오르는 비인지능력 혹은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근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번 쓰러졌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커서 인 걸까, 막연히 어렵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학생들 대부분 꺼려한다. 특히, 이력서를 작성하고 지원하는 부분에 있어서 더욱 그러한 성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현재 자신의 성적과 비교해 보고는 한다.


 "제 성적으로 이 회사를 지원해도 될까요?"

 목표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본 조건들(어학을 포함한 각종 자격증 등)을 충분히 만족했음에도, 자신의 현재 학업 상황을 이야기하며 지원해도 되는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걔 중에는 직무적성검사나 NCS, 코딩테스트 혹은 면접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이력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또한, 그 많은 걱정들의 근간은 대부분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선생님, 저는 불합격 통보를 받은 날부터 3일은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너무 기분이 안 좋아요. 떨어지면 어떡하죠?"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못하는 사람'이라는 테두리에 가둬둔 채로 자신의 현 상황을 피하기만 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질문도 해 본 놈이 잘하고, 이력서도 써 본 놈이 잘 쓴다. 이력서를 컨펌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꾸준히 수정해 가면서 잘 정리된 글을 쓰는 연습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혹은, 내가 준비한 이력들 중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열심히 노력한 만큼 실패했을 때 돌아오는 충격이 큰 것도 이해한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또 준비했는데 떨어지면 도대체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문턱까지 와 놓고 이제 와서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은 더 아쉽지 않을까?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의 새발의 피도 안될 만큼만 더 얹으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좌절하고 있기엔 그간의 노력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 얼마나 더 많이 남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당신이 작성한 그 이력서들과 몇 번이고 떨어지고 틀렸었던 문제지와 시험지에 답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오답노트'라는 것을 작성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지금껏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꼭 작성해 보기를 바란다. 왜 정답노트가 아니라 오답노트를 쓰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 부분이 내가 모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실패로부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배우고 정진해 나갔었다. 틀린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조금씩 그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틈이 있거나, 깨진 부분을 조금씩 보수해 나가다 보면 다른 곳에 새로운 구멍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 마저도 숙달이 되면 새로운 구멍이 생기는 시간보다 기존의 틈새를 메꿔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짧아질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한 발자국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기초 프로그래밍 강의를 진행하면서 많은 학생분들이 오류와 예외 상황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게 되었다. 분명 배운 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교재에 있는 대로 작성했는데 왜 결과는 다르게 나오는 것일까? 왜 또 '실패' 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학생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한 참을 고민하고 온 신경을 집중하여 찾아낸 오류의 원인이 단순한 오타였다면, 마음에 금이 가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럴 때면 괜히 더 웃으면서 "잠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할까요?" 라며 머리를 식힐 시간을 내어주기도 한다. 그리고는 오답노트 이야기를 꺼낸다. 


 내가 틀렸거나, 혹은 내가 틀리지 않았더라도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의 마음은 크게 변화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이해하고 있을 때는 과정을 알고 있으니 결과에 대해 마음이 아프기보다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해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을 때는 더욱 마음 졸여할 일 없이 다른 해결책을 활용해 보면 된다. 실수를 했을 때, 실패했을 때, 스트레스를 일절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한 번의 실패에 내 모든 감정을 쏟아붓는 것은 좋지 않다. 좌절하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 빨리 일어서서 다음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얼른 오답노트를 꺼내 벌서듯이 베껴쓰기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떤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부족한 것인지 천천히 마음을 식히며 분석해 보자. 무엇을 틀렸는지 조차 모르겠다면 잠시 머리를 식히고 오자. 그래도 도저히 모르겠다면 도움을 요청하자. 삶을 살아오면서 나와 동일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많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그 정도의 크고 작음이 약간, 빠르고 느림이 약간 있을 뿐, 대체로 모두가 겪었음 직한 일들이다. 

 

 매번 들리는 말이고, 수없이도 비꼬아지기도 하였지만 그만큼 화자가 많이 될 정도로 진리에 가까운 말이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성장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몇 번의 사소한 실패로 나를 벼랑 끝으로 몰지 말고, 더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밑거름으로 밭을 일궈보자. 그럼에도 아직 여전히 절망하고 있다면,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전 02화 내 성적이 분하다면, 좋은 징조군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