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라익스뮤지엄의 마지막편, 프란스 할스 회고전이다.
프란스 할스의 독립 뮤지엄은 하를렘에 있다. 9일의 시간동안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브뤼셀의 미술관들을 가고 혹시 시간이 되면 하를렘에 가보려고 리스트업은 해두었는데 이곳 라익스뮤지엄에서 대규모 프란스 할스전이 하는 것이다.
아싸!
시간 벌어쓰!!
그래도 작품의 수나 격이 할스뮤지엄 본향만은 못하겠지.. 부러 기대치를 낮추고 관람을 했는데 '아니, 이 정도면 다 털어왔는데??'싶을 정도로 주요작품들이 죄다 라익스에 와 있었다.
동타임에 할스뮤지엄에 갔다면 많이 실망, 아니, 거의 좌절 했을 법한 대단한 컬렉션이었다.
(글을 쓰다 알게 되었는데 이번 전시는 프란스 할스 특별 회고전이라 전세계 할스의 작품을 대거 공수해 온 것이었다!)
라익스뮤지엄의 입구부터 할스 특별전을 주요 포인트로 삼고 짱짱하게 홍보중이다.
자, 이제 부터 할스의 유쾌한 초상화들로 고고!
전시 초입에 단독으로 걸려있는 그 유명한 <즐거운 술꾼>
기분 좋게 취해서는 함께 즐겁자고 우리를 향해 술잔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 나도 이쪽에서 마음으로 'Cheers!' 했다.
웃지 않는 초상화로는 엄청 희귀한 작품
설명판을 보니 생활을 위해 그렸던 할스 초기 작품이라고. 아직 여러 스타일을 고민하던 때였기도 했을 법 하다.
하긴 바니타스 계열의 두개골을 쥐고 활짝 웃기는 쉽지 않겠다.
당시 결혼한 커플이긴 하지만 아내가 남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였다는 해석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설명판엔 부부가 '같은' 크기로 '함께' 그려진 경우도 드물었다고.
그림 밖으로 세상을 당당하게 쳐다보고 있는 모습도 매력적인 여러모로 시대를 앞섰던 유쾌한 신혼부부와 이들과 친구였던 할스의 시대정신도 함께 엿보이는 그림
할스도 그룹초상을 그렸는데 하를렘에 살았던 할스가 암스텔담의 초상화 대상들과 늬가 오네 내가 가네 옥신각신하다 암스텔담의 Pieter Codde가 어랜지되서 마무리하게 됐다는 그림
할스는 그림을 다소 불분명하게 남겨 놓았지만 전반적인 구성은 그가 하고 왼쪽 7명은 거의 확실히 할스의 작업이라고 한다. 시선을 가장 사로 잡는 중앙의 노란색군복을 입고 반 등을 진 남자부터는 Pieter의 작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
지금에야 하를렘이 차로 20분 거리던데 그때는 마차 등으로 훨씬 오래 걸렸겠다.
I형 인간이라면 못가지 ㅎㅎ
그룹방식의 군대나 소위 지금의 경찰등의 초상화가 많이 그려진 시대.
할스도 한 몫 했다.
싱그러운 집시여인의 에너지가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다.
박제된 초상이 아닌 춤을 추던 노래를 하던 어떤 움직임의 한순간을 포착한 듯 어찌보면 사진 같은 느낌이다.
Pekelharing 또는 Pickle Herring은 유명한 코믹 무대캐릭터라고 한다.
손이나 목 대비 얼굴을 어둡게 칠하고 우스꽝 스러운 행동을 한다고 하는데 보통은 이러면 삐에로처럼 겉은 웃고 속은 우는 이중적 면모가 있게 마련인데 할스의 캐릭터는 속도 웃고 있을 것만 같다.
오른쪽 손가락 끝이 그림 밖으로 나가 있어 그림이 좀 더 세련되진 느낌이다.
그 유명한, 미술관에서도 대표 포스터로 삼은 <류트를 연주하는 어릿광대>
검정과 빨강의 스트라이프 공연복과 둥근 류트, 바람에 휘날리는 짧은 머리카락만으로 이미 그림에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데 아득한 듯 먼 곳을 바라보는 눈동자와 웃는 입매가 그림에 정점이다.
연속해서 밝고 경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그림들
연주를 하거나 고기를 잡거나 무엇을 하든 밝은 웃음을 가지고 있는 일상인들을 많이 그렸다.
그래서 더욱 날 것의 싱그러운 에너지가 넘친다
할스는 그의 유명작들 외에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이들을 다양한 삶에서 밝은 에너지로 그려냈구나
(그의 삶이 혹시 우울과 비관으로 점철되었다면 반전인데.. 제발 그러지 않기를;;)
죽음과 인생무상과는 먼 앳된 청년이 두개골(바니타스 계열)을 들고 있어 그 이질감에 눈길이 갔고
삼손 스토리를 레퍼런스로 삼아그렸다는 이 초상화는 웃는 것은 아닌 듯한 묘한 표정때문에 눈길이 갔다.
책에서 본 그의 유명작들에선 다루지 않았었는데 실 전시에서 이런 작품을 발견하게 되면 '이게 바로 전시를 직접 봐야 되는 이유지!' 싶다.
세상 이치를 다 깨달은 듯한 늙은 연주자의 온화한 표정과 그를 바라보며 그가 연주할 음악을 기대하며 대롱대롱 메달려 있는 아이들이 따사롭다.
아이도 어른 할 것없이 그림 속 모든이가 행복한 이 그림은 세상의 어떤 장소에 걸어놔도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할 것이 분명하다.
관람하는 사람들도 어쩐지 예술적으로 보였다. 개인 간 거리감, 옷의 컬러감, 남녀 비율 등등이 이런 아우라를 만든 듯
전시 말미에 독립벽을 사용해 하일라이트 해 놓은 또 그 유명한 <웃고 있는 기사>
웃음엔 수백가지 표정이 있을 것인데 이 기사의 웃음은 올라간 콧수염과 내려깔아 보는 시선, 과시적인 의복을 고려하면 거만하기 그지 없어야 되는데 희안하게 따스하고 스멀스멀 웃음이 삐져 나오게 한다. 그의 눈은 내려볼지라도 그림밖 관객과 정확하게 시선이 맞춰지는데 멀리 보면 깔아보는 것 같아도 가까이 기에 눈이 마주치고 나니 애정이 담뿍 담긴 독특한 눈이구나.. 생각이 든다.
이게 할스의 힘인가...
두개의 그림이 하나의 타이틀로 있는 그림.
하를렘 양로원의 남자관리인들과 여자 관리인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남성의 그룹 초상은 많이 봤고 여성이 같은 구도로 그려져 눈길이 갔는데 남성보다 여성들이 좀 더 규율적이고 단단하게 그려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프란스 할스 특별전이 열리는 독립공간 계단실에 작년 즈음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처음 대면했던 Studio Drift의 작품을 만났다. 몰랐더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것인데 알고 보니 반가운 마음에 더하여 Drift팀의 창의적인 작품 스타일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4편으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포스팅은 정리한다.
언제고 또 올 공간이고 <골목길>을 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올 곳이라 그때 나는 이 작품들과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느꼈었다, 미래의 나에게 전해두는 편지같은 글이다. 그때는 조금 더 깊어진 지식과 안목을 갖추었기를...
끝내자니 너무 좋은 작품들이 많은 미술관이라 심히 아쉬운데, 아직 포스팅할 다른 미술관 글들이 20여편이 남아 주저없이 이만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