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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Sep 01. 2024

호암과 니콜라스 파티의 환상적 콜라보  

<<Nicolas Party: Dust>>  리움 멤버십 프리뷰 

리움 멤버십으로 호암미술관 니콜라스 파티 프리뷰에 다녀왔다. 니콜라스 파티는 옥션과 프리즈에서 처음 보고 '와우'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작가고 기억으론 옥션에서 그날의 최고가인 70억대 경매가격이 붙어있었다. 리움은 언제나 여러면에서 또는 어떤 면에서 가장 앞서있는 작가전을 하기에 이번 호암에서의 니콜라스 파티전은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다. 


유화나 아크릴, 다른 수채물감을 사용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유한한 파스텔을 주 재료로 하는 파티는 유한성을 인식하듯 그래서 더욱 찬란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창조해 낸다.  


니콜라스파티, 우고 론디노네, 아놀드 뵈클린, 알베르토 자코메티


내가 마음에 남겨 기억해둔 스위스 출신 작가들이다.   


아트 바젤이 왜 가장 권위있는 아트페어이며 왜 스위스일까.. 에 대한 답을 하나 찾은 느낌이다.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Nicolas Party: Dust) 
24.8.31 ~ 25.1.19 
사전예약필수 / 유료
호암미술관 


호암은 이번에 기존 회화 및 조각 48점, 신작회화 20점, 미술관 벽면에 직접 작업한 벽화 5점을 전시한다. 거기에 파티의 작품과 대단히 잘 어울리는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이 함께 전시되 '여윽시 호암!'의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특히 국보인 <군선도>와 이번에 처음 본 <금동 용두보당>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군선도는 리움의 어둡게 설계된 독립벽에서 멤버쉽 프로그램 중 <<다르게 보기>>를 통해 오래, 깊게, 미술사가님의 설명과 함께 봤음에도 이번에 상당히 밝은 조도 아래 비교적 관람객의 관심이 덜(?)한 상태에서 음미하니 그 감동으로 다시 한번 가슴이 웅장해졌고 <금동 용두보당>은 아무 정보없이 마주했는데 '상당히 독특한 형태구나, 작은데 정교함에서 나오는 위엄이 있다!' 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국보였다. 


각설하고   


전시는 1층에서 시작해 1층과 2층사이 계단실 벽화를 보고 2층으로 이동하면 된다. 나는 그 중 1층 동선상 마지막관에 있는 사계를 표현한 아래 작품이 가장 좋았다.  

4개의 작품을 한꺼번에 봐도 


<여름풍경> 2024, 리넨에 소프트파스텔
<가을풍경> 2024, 리넨에 소프트파스텔
<겨울풍경> 2024, 리넨에 소프트파스텔
<봄풍경> 2024, 리넨에 소프트파스텔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봐도 아름답다. 


파스텔화의 부드럽고 안정감있는 색채들이 캔버스에 아름답게 섞였다. 파스텔화라고 하여 막연히 밝은 톤의 경쾌한 그림들만 생각했는데 색의 채도를 달리하며 그려낸 <여름풍경>과 <겨울풍경>은 내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주었고, 특히 <여름풍경>은 짙은 녹음을 다채로운 청록으로 표현하되 독특하게 음산한 정서도 베어나와 더욱 매력적이었다. 


위 작품들은 2024 신작들로 호암의 벽화를 호암만을 위해 작업하듯 다른 어떤 나라의 어떤 곳이 아닌 이곳 희원의 사계를 담은 듯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파티가 리움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작품.  


개인적으로 <봄풍경>을 집에 들이면 1년 내내 내 마음이 봄 일 것 같아 더 좋았다. 



<정물> 2015, 리넨에 소프트파스텔

옥션에서 최초로 파티의 작품을 만났을 때 이런 류의 그림이었다. 대단히 거대한 과일을 몇개 두고 색들이 기가 막히게 조화롭고 아름다웠던 정물화. 


이 그림과 스타일이 유사한데 오늘의 그림 중 위 사계 그림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다.  


색감은 보테로의 따뜻한 정서도 떠오르고



<정물> 2020, 리넨에 소프트파스텔
<돌 과일> 2018, 파스텔지에 소프트 파스텔


니콜라스 파티는 유독 정물에 강점이 있는 듯하다. 재료와 대상, 색에 대한 이해 만으로 단순하지만 대단한 미적 창조물들을 세상에 내놓는다. 



<바위> 2015, 리넨에 소프트파스텔
<구름> 2024,  리넨에 소프트 파스텔
<풍경> 2022,  리넨에 소프트파스텔
<붉은 숲> 2022

그가 선택하는 자연들에 그의 스타일이 담뿍 담기는데 물이 흐르고 구름이 지나고 바람이 있을지라도 그의 자연은 움직임 없는 정물일 것 같다. 



<폭포> 2022,  리넨에 소프트 파스텔
<커튼 (헤리트 다우,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남자)> 2021, 파스텔지에 소프트 파스텔
<커튼 (헤라르트 하우크헤이스트, 델프트 구교회의 내부)> 2021, 파스텔지에 소프트파스텔

<폭포> 작품 좌우 <커튼> 작품의 서브 타이틀의 의미들이 무엇일까.. 이번 전시에서 자그마하게 의문점으로 남은 부분 


봄에 델프트에 다녀왔더니 더욱 그렇고



<커튼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성모의 죽음)> 2021, 파스텔지에 소프트 파스텔
<커튼 (렘브란트 판 레인, 커튼이 있는 성가족)> 2021, 파스텔지에 소프트 파스텔

카라바조와 렘브란트가 등장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그들이 존재했던 공간, 시간의 오브제 중 커튼이 어떤 존재이며 이런 형태를 갖도록 한 것은 어떤 의도일까



(좌로부터) <막대가 있는 뒷모습> <얼굴이 있는 뒷모습> <보라색 복숭아가 있는 뒷모습> 2017, 리넨에 소프트 파스텔

정물 작품만큼이나 좋았던 세 점 


특히 가운데 작품이 셋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여러 작품들을 봐오면서 르네 마그리트가 떠오르는 지점들이 꽤 있었는데 (<풍경>작품의 나무 스타일이라던가, <부엉이가 있는 초상>의 부엉이라든가) 이 그림이 특히 그러했으며 파티는 초현실주의를 생각하고 있는건가.. 궁금해진다. 



<산> 2023, 동판에 유채

작가는 동판에 유채화도 하고  


<동굴이 있는 초상> 2022 동판과 나무에 유채, 좌대: 나무에 유채와 아크릴릭
<나무가 있는 세폭화> 2023 동판과 나무에 유채, 좌대: 나무에 유채와 아크릴릭

종교화처럼 삼면화를 그리기도 했다. 


성경의 인물들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일반초상이 들어가도 종교적 느낌은 물씬 풍긴다.


좌대 역시 예술적 



(벽화) 니콜라스 파티 <산> 2024 / <금동 용두보당> 고려 10-11세기, 청동 & 도금, 리움, 국보

호암은 5점의 벽화를 파티가 직접 호암의 벽에 그렸다 했다. 


그 다섯 점 중 단연 최고의 작품


다른 벽화들은 리움의 고미술보다 벽화가 먼저 보였는데 이 작품은 고미술이 먼저 보인다. 여러 유물들 중 보지 못한 유형인데 대단히 세련되고 날렵하며 정교하여 눈을 뗄수가 없었다. 특히 파티의 푸른 산을 배경으로 푸르스름한 청룡이 고개를 높이 들고 기상하는 듯한 모습은 압권이다. 


최근 리움이 출판한 '보존'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이 유물을 놓고 굽은등을 해가며 시간과 노력을 들인 연구원들이 상상이 되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이런 기획과 콜라보, 정말 쵝오!!



<동굴> 2024 벽에 소프트 파스텔 / <백자 태호> 조선, 백자,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회장 기증

이번엔 동굴과 태호다. 

태호란 왕실의 태를 담는 용기


사진엔 담기지 않았는데 사이호(귀가 4개인 태호)였던 것으로 기억


동굴과 태호, 태고와 탄생을 연결한 듯한 이 콜라보 역시 맥락적이고 훌륭하다! 



<나무기둥> 2024, 벽에 소프트 파스텔 / <버섯이 있는 초상> 2019

'푸른' 숲과 '노란' 버섯에 둘러쌓인 '붉은' 머리의 여인

원초적 색대비를 써서 강렬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그 앞, 우리의 해태(?)용(?) 닮은 상은 귀염뽀짝 담당 ㅎ



<구름> 2024 벽에 소프트 파스텔 / <부엉이가 있는 초상> 2021 리넨에 소프트 파스텔

구름인데 화산재 같은 벽화

지구 종말을 관장하는 여신과 그 무리들이 풍기는 멸망적 분위기가 매혹적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부엉이를 연상시키고 


다섯번째 벽화는 1층과 2층 사이 계단실 정면에 있다. 

붉은 바위 사이 계단으로도 쏟아져 내릴 듯한 장쾌한 폭포수 


파티는 이번에 초상화를 대거 전시했다. 


그가 추구하는 작품군이 정물화, 풍경화, 인물화로 나뉘는가...싶게 전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초상> 2021,파스텔지에 소프트 파스텔
위 다섯 초상 중 좌, 우, 정면의 초상화

전시 초입에 가장 먼저 마주한 작품이 이 초상화들이었다. 


앞으로 계속 마주할 니콜라스 파티의 초상화는 이런 스타일로 모든 작품을 관통하고 있었다.  



<복숭아가 있는 초상> 2024
<연꽃이 있는 초상> 2024
<당나귀가 있는 초상> 2024
<사슴이 있는 초상> 2024

2024년에 제작된 이 초상들은 초상과 함께 등장한 소재들이 동양화에 많이 등장하는 것들이기도 하여 이번 전시를 염두에 두고 호암과 얘기를 나누며 선택한 것은 아닌가 유추해 본다.  


<청자 주자가 있는 초상> 2024

이 작품은 리움이 가장 사랑하는 도자를 그림안에 두었다.


도자의 정식 명칭은 <청자 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고려시대 청자로 국보이자 전세계 단 세점만이 존재한다. 


최근 이 작품에 대한 긴 이야기를 읽어 더욱 마음이 가는 우리 문화재인데 이렇게 세계적 아티스트가 리움의 여러 소장품 중 특별히 이 소재를 선택하여 그림에 박제한 것은 리움과의 조율과 대화의 결과였을 것이라 예술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훌륭한 작업이었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은 하우저앤워스 소장이다.  


현재 전세계 가장 영향력있는 갤러리 중 하나이니 앞으로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퍼져나가길...



<초상> 2017
<빨간 꽃이 있는 초상> 2020
<운석이 있는 초상> 2022

2024년작이 아닌 그 이전 초상화들도 여럿 전시되었다. 


<아기> 2023, 동판에 유채

위 <아기> 작품은 동판에 유채라 파스텔화보다 선명하고 쨍한 느낌이 이질적이었다. 


재단화나 삼면화에 많이 쓰이는 위가 둥근 판넬이라 아기 예수같은 느낌이 들기도

또는 달라이 라마의 노란 장옷 같기도


결론은 아기이나 종교적 느낌이 나는 오묘함이 있다


<주름> 2019 (좌) (우)
<주름> 2020 (좌) / <주름> 2021 (우)

전시 초입의 <주름> 연작들 


인체를 변형한 후 벌레와 곤충들을 얹었는데 그로테스크하다. 



이번 호암의 전시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작품의 디스플레이 방식이었다. 


파티의 작품은 작품 위를 둥근 프레임으로 많이 두었는데 이 형태를 전시실간 벽이자 문에 차용해 감상자가 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저쪽 벽면의 동일 형태 작품을 감상하며 쭈욱 빨려 들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벽화가 여럿 전시되다 보니 해당 벽면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이 걸리는 벽면의 색까지 깊게 고민해 작품이 배경색에 힘입어 좀더 잘 보이게 해주었다. 최근 한 전시에서 모든 벽면을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한 마이아트뮤지엄과 비교해 같은 기법인데도 훨씬 고급지고 깊이감 있는 벽표현때문에 작품을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작지만 세련되게 관람객의 감정과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이런 기법들이 전문가답다. 



이 날은 여름의 뜨거운 대기가 물러가고 그 안에 맑고 청량한 공기가 들어차 서울외곽의 자연을 느끼기에도 그만이었다. 나오다 도로 위를 유유히 지나는 희원의 마스코트 공작을 보고 뒤늦게라도 도로를 다 지난 공작의 꽁무니라도 찍는 행운까지~



공작이 날개를 펴는 모습을 보면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ㅋ 이 날은 못보았지만 예전에 여러번 본 적이 있어 덜 아쉬웠습니다.



[사전예약처] 

https://ticket.hoammuseum.org:8443/hoam/personal/exhibitList.do#none


니콜라스 파티전은 올 하반기 가장 의미있고 영향력있는 작가의 대형전시임은 틀림없다. 꼭 시간내 이웃님들도 방문했으면 하는 마음이고 100% 사전예약제이니 위 사이트로 들어가 선예약 하시길 (2주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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