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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Sep 08. 2024

[헤이그] 에셔 미술관 #1

Escher in the Palace


현실과 비현실
수학과 과학
반복과 착시
진화와 무한



다 보고 나서 이런 요소들로 나름의 정리를 하고 나서야 붕붕 뜨고 복잡했던 마음이 어느정도 가라 앉은 에셔의 작품 세계 


위키엔 판화가라고 대표적으로 되어 있지만 판화가라는 다소 기술적 측면이 강조된 용어에 작가를 가두기엔 수학적, 크리에이티브적 상상력이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Escher in the Palace            

https://maps.app.goo.gl/zqsW2kaZ5cpLNykW6


에셔 미술관은 공식영문명에서 보여주듯 궁전을 개조하여 만들어졌다. 18세기 엠마왕비가 겨울궁으로 사용한 이 궁전은 이후로도 여러 네덜란드 여왕들이 비즈니스 공간으로 사용한 곳이라 작품 외에도 건물 그 자체와 각종 장식품들 때문에라도 미술관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하다.  



에셔미술관 전경과 그 앞 넓고 곧은 길

늦겨울 갔던터라 나무들이 앙상한데 그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Gijs Van Vaerenbergh <Portrait of M.C. Escher>

나무블럭을 이용해 에셔의 초상을 만든 Gijs Van Vaerenbergh 듀오의 작품 


초상을 만들어냄에도 에셔를 표현하므로 이리 평범하지 않은 방식을 채택했다 


에셔의 위상이 느껴지는 부분   



<Self Portrait> 1929,Lithograph

Maurits Cornelis Escher는 이렇게 생긴 분이다. 판화가 답게 석판화로 표현 



<Morano, Calabria> 1930, Woodcut
<Eight Heads> 1922, Woodcut

판화가 이렇게 정교하다고? 

초반부터 놀래서 몇번을 그림앞으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 했다. 


정교함에 한번 놀라고 그 대상이 묘하게 기이함에 자꾸 되짚어 다시 보게 되는 작품들 



<Inside St. Peter's> 1935, black and white chalk in grey paper

쵸크로 이렇게 스케치하고 다음의 판화를 만들었다 (스케치 맞나? 이것 자체도 완성품이라고 할 수 있다) 


<Inside St Peter's> 1935 Wood Engraving

조금씩 디테일이 달라져서 더욱 매력적인 두 작품 



<Castrovalva, Abruzzi> 1930, Lithograph

석판화가 이럴 수 있다고?

방금 초크로 스케치하듯 그린 그림을 봐서 서얼마, 이것도 초크작품이겠지 했는데.... 


판화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이런 수준의 판화가 일상적일 수는 없다는 것은 알겠다. 


쭈욱 감탄중



<Band of Union> 1956, Lithograph

그의 수학적이고 과학적이고 공상적인 면모들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어딘서 많이 본 이미지였는데 에셔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나 보다 


이제 '판화가 이렇게 정교하다고?' 라며 놀래는 단계는 지나 그의 상상력과 수학적 천재성과 한계를 알수 없는 어떤 무한성때문에 놀래기 시작했다. 



<Hand with Reflecting Sphere> 1935, Lithograph

추리소설이나 영화에서 봄 직한 앵글 


장면은 천재 박사의 은밀한 연구실의 모습 같고 앵글은 문 밖 초대받지 못한 자를 Pithole로 내다 보는 모습이 상상된다.  



<Eye> 1946, Mezzotint

눈썹, 동공, 눈꺼플 표현을 판화가 해낸 것에 놀라다 눈동자 한가운데 해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더욱 '재밌다!' 생각되지는 작품 



<Three Spheres II> 1946, Lithograph

앞에 나왔던 <Sphere> 작품의 과학자같은 분이 다시 등장 

좀 더 자세히 보니 본인 얼굴이네..


그림속에서 그림의 제목인 '세개의 구'를 그리고 있다. 

그림 밖에서 그림을 보는데 그림 안에서 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


무한하고 다층적 세계관이 엿보인다. 



<Sky and Water I> 1938, Woodcut
<Sky and Water II> 1938

물고기가 새로, 물에서 하늘로, 블랙이 화이트로 진화 변형되는 모습 


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스타일의 등장이다. 



<Day and Night> 1938, Woodcut

이번엔 낮이 밤이 되고 논이 새가 되고 물이 하늘이 된다. 


조금 더 확장된 변형의 포인트를 잘 살려낸다. 



<Metamorphosis II> 1939-1940, Woodcut
Metamorphosis II @ 에셔미술관

제목이 아예 Metamorphosis, 변형이다. 


에셔 스스로가 변형에 천착한다고 선언하는 듯한 작품 


1938~40년경은 주로 위와 같은 작품들의 변형과 진화를 다뤘는데 아래그림은 1950년 작으로 스타일은 달라졌으나 그 본질은 동일하다. 



나비들의 진화와 변형 


아르침볼도의 사계 작품이 떠올랐다. 

[참고사진] 아르침볼도의 <겨울> (좌), <여름> (우)



4마리 뱀의 기하학적 조형이 아름답다. 

색판화로 미적 다양성이 한층 올랐다. 


보석 디자인에 활용되면 좋을 듯한 도판.



<Circle Limit IV (Heaven and Hell)> 1960, Woodcut

박쥐만 보이는 듯하나 한번 더 보면 천사의 모습과 병치되어 있다.


1950~60년대에는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많이 했구나


우리의 김범이 정확하게 떠오르는 작품 

[참고사진] 김범 <쥐와 박쥐 월페이퍼>





@ 에셔 미술관

서있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여러번 마추쳤었는데 그 원형같은 사람이 에셔인가.. 생각한다. 



서로 다른 벽에 관계 없는 듯한 선들이 어느 한 스팟에서 하나의 도형을 이루는 작품 


그러고 보니 양평의 <<구하우스 뮤지엄>>에 이런 스타일의 작품이 여럿 있었던 기억이다. 



앞쪽의 <Hand with Reflecting Sphere>작품의 주인공이 되보라는 포토존 


지나칠 수 없지ㅋ 


[Note] 

후에 에셔가 자주 쓰던 기법을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테셀레이션이란 타일(tile)이라는 도형으로 겹치지 않으면서 빈틈없게 공간을 채우는 것이다. 쪽매맞춤, 쪽매붙임 또는 타일링(tiling)이라고도 하는데 수학적 변환을 통해 새, 물고기, 도마뱀 등의 형태를 서로 겹치거나 틈이 생기지 않게 반복해 늘어 놓으면서 조금씩 변형해 점차 다른 형태가 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착시와 무한의 향연은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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