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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보두다멜 & LA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2번 부활

by 미술관옆산책로
내가 올해 본 공연 중 가장 비싸고 가장 유명한 공연
영화 '엘 시스테마(El Sistema)'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두다멜 지휘
인터미션없는 90분 공연 시간


난 화요일 나에겐 팩트적으론 이런 의미를 갖는 '두다멜'공연을 다녀왔다.


구스타보 두다멜 &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소프라노 첸레이스 / 메조소프라노 베스테일러
- 성남 시립합창단 / 파주 시립합창단

프로그램
-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2025. 10.21(화) 7:3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공연장에 도착하니 예전 공연들보다 공연장의 활기가 대단하다. 관객들도 들뜬 분위기고 오케스트라진은 예당의 커다란 무대를 빈틈없이 꽉꽉 채웠다. 합창석까지 찼으니 공연장의 분위기는 스타디움투어를 하는 팝공연 같다.


연주단은 대략봐도 100명은 넘었다. 규모에서 오는 압도감이 좋았다.


곧바로 지휘자가 등장하고 1악장이 시작되었다.


바로, 와!


더블베이스의 힘있는 저음이 첫 기강을 확실히 잡았다. 세보니 15대. 4~5대의 더블베이스 공연을 보다 15대의 더블베이스가 내는 일사분란하고 완벽한 베이스음이 공연장을 꽉 채우는데 가슴이 웅장해졌다.


이후 진행되는 공연에서 현악기단의 합과 연주는 말할 나위가 없었고, 관악기는 초반 호른(?)의 소리가 쭉 뻗어나오지 못하고 울퉁불퉁한 한 (나만의) 느낌이 들었던 것과 관악기들이 원래 소리가 비교적 독립적이고 강하다 보니 덜 뭉쳐지고 덜 고른 (느낌) 것을 제외하면 훌륭했고, 언제나 어느 오케스트라나 타악기진은 쾌감과 하일라이트 담당으로 LA필에서도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대편성이 주는 규모감과 모든 공간을 소리로 셀틈없이 메꿔주는 디테일이 이리도 좋은 것인 줄 이번 공연을 보고 깨달았다.



5악장에 갔을 때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독창과 파주시립, 성남시립 합창단의 공연은 목소리가 들어가는 교향곡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괜찮았다.


5악장의 연주는 특이하더라...


연주도중 무대의 좌우 문이 조용히 열려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관악기의 소리가 멀리서도 더 멀리서도 들려온다. 이런 연주스타일은 <전원>에서인가..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표현할 때 무대 뒤에 연주자를 두었다는 어느 지휘자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방식이다.


재밌다, 흥미롭다.


번스타인 버전의 <부활> 완곡을 3~4번을 듣고 본 공연인데 녹음으론 몰랐던 연주방식이다. 공연이 끝나고 연주자들이 들어왔는데 왼쪽은 호른 4대, 오른쪽은 트럼펫 4대였다. 무대밖에서도 10여명의 연주자가 더 있었던 것이다.


흑인연주자도 새로웠다. 그러고 보니 한번도 흑인연주자를 솔로든, 오케스트라든 본적이 없었다. LA를 베이스로 하는 오케스트라이므로 가능했나... 생각한다. 그는 선율을 연주하진 않고 드럼(같이 생긴 악기) 앞에 섰다. 공연도중 제3 팀파니도 겸직을 했는데 큰 체구의 연주자가 살금살금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빨간색으로 데코를 한 2대의 하프도 인상적이다. 2대가 들어온 공연도 처음이다. 피콜로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악기 위치도 전통적이지 않다.


제1, 제2 바이올린이 좌우로 나뉘어있고 비올라가 우측, 첼로가 중앙, 더블베이스가 왼쪽이다. 금관중에서도 튜바가 오른쪽 끝점 즈음이 아니라 금관악기들의 중앙에 있었다.



연주가 끝난 후 지휘자는 각 파트의 리더들을 세워서 박수를 받게 하기에 분주했다. 두다멜은 또한 연주 후 한번도 단에 올라가 본인이 오롯이 청중의 박수를 받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다. 언제나 단 뒤에서, 연주자들 사이에서 단원들을 내세우며 함께 박수를 받았다.


인상적이다.



공연을 다 보고는 어라, 두다멜의 명성때문에 선택한 공연인데 지휘자가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했다. 연주스타일도 특별한 제스처가 있거나 동작이 과하다거나 하지 않았던 듯하다.


이제 생각하니 그게 좋았네


말러 경연대회 1위 출신 지휘자는 말러의 '부활'이라는 곡, 순수에 가까운 그 곡의 본질, 그리고 그 곡이 내포하는 여러 색깔의 다이나믹과 에너지를 누군가의 유명세에 기대지 말고 그 자체로 즐겼으면 하는 소망을 담고 있었네


지휘자 리스펙 들어간다!


그래서 내가 공연을 다 보고 난 후, 말러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 그 꽉 차서 들어오는 곡의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구나... 말러의 10개의 교향곡 중 1번 타이탄과 2번 부활에 와 있는 나는 (영화삽입곡으로의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도 듣긴 한다만) 앞으로 그의 10개의 교향곡으로 서서히 나아갈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두다멜은 2025/2026 시즌을 마치면 뉴욕필로 자리이동을 한다. 그는 어떤 면에선 말러보다 스트라빈스키를 세계최고로 연주해 낸다는 평가가 있다. 나는 말러의 <부활>을 선택했지만 다음날의 관객들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과 <봄의 제전>을 봤다.


그가 이제 뉴욕으로 건너가 어떤 다양한 연주를 하건 - 그것이 스트라빈스키건 말러건 - 나는 찾아볼 것 같다. (내가) 가서든 (그가) 와서든.


훌륭한 지휘자와 위대한 곡을 마주하고 가슴이 웅장해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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