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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세계 Dec 26. 2022

딸 아이에게 화내고 울어버린 이유

90년 1월 5일


JJ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 참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니?

난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그 사람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생각해.

나의 성격은 대체로 변화 다양한 편이지 왜냐하면 친구들에게는 공손하고 그리고 

후배들이나 동생들에게는 친절하고 엄격하게...

그런데 어떻게 보면 항상 활발한 사람이 가장 좋은 성격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

항상 남에게 사랑받고 호감을 얻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또 너무 묵묵하고 말없는 성격은 그렇게 좋게는 보이지 않는 것 같더구나.

난 어떨 때는 꽉 무게도 잡아보고 어떨 땐 푹 풀어버리기도 한단다. 

그럴 때마다 내가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거든

너의 성격은 참 좋은 편이지 아마? 

얼마 전 우리 큰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서 처음으로 중간고사를 보기 전날이었다. 

퇴근해서 아이의 방에 들러 “내일 시험 보는데 공부 잘되니?”라고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큰 아이는 “응... 빨리 나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아이 공부가 방해될까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12시가 넘어 막 자려고 하는 아이 방에 뭘 좀 찾으러 갔다가 아이에게 “불 끄고 빨리 나가”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참다 못 한 난 “아빠는 공부 잘하는 딸 필요 없어! 아빠는 착한 딸이 더 좋아”라고 버럭 화를 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철칙을 다시 말하고 싶었다. 

딸아이는 눈에 눈물이 글썽했다.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잘 지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한 점을 꾸짖지 않으면 그 아이의 버릇은 한없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다음 날 출근하려고 새벽에 일어났을 때 딸아이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 괜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A4지에 미안한 마음을 적은 짧은 편지를 썼다. 

아빠가 화내서 미안하고 왜 화냈는지 그리고 ‘세상에서 우리 딸을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라는 글도 넣어서 말이다. 

아침 출근길에 딸아이에게서 반응이 카톡으로 날라 와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어 하루 종일 안절부절 했다. 참지 못하고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메시지를 보냈더니 딸아이가 ‘아빠 편지 읽고 울었어... 사랑해...’라고 보내는 것이 아닌가!

이럴 때 ‘아~ 행복하다’라는 말을 하는 것인가?

아쉽게도 그날 큰 아이의 시험 성적은 조금 떨어졌지만 말이다. 

난 우리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착한사람’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작은 아이가 샤워를 한 뒤 머리를 말릴 때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주며 이렇게 늘 말한다. 

“아이 우리 딸은 머릿결도 참 좋네... 공부도 잘하는 우리 딸... 아빠 말 엄마말도 잘 듣는 우리 딸... 어려운 친구들도 잘 도와주는 착한 딸이지?”라고 말이다. 

그러면 작은 딸은 기분이 좋아 “네~”라고 말한다. 

딸들에게 좀 더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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