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운동 21주째>
코치는 요즘 내게 칭찬을 연발한다. 그는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고 했었다. 남발하는 말에서는 신뢰가 떨어지지만, 그 반대 경우는 신빙성이 높아지는 법이다.
“등이 넓어졌어요.”
“허벅지가 굵어졌어요.”
등은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장담할 수 없지만 허벅지는 확실히 굵어졌다. 근소한 차이에 둔감한 내 눈에도 보일 정도이니 의심할 여지 없는 팩트이다.
주 5, 6회는 운동을 하는 내게 코치와 헬스장 사람들이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운동이 재미있죠?”
“운동 빼먹는 날이면 몸이 찌뿌둥하시죠?”
라는 질문을 해 오지만 아직은 ‘예’라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운동이 즐거울 수 있는 경지가 존재할까. 코치의 말에 의하면 운동으로 분비되는 도파민은 다분히 중독성을 지닌다고 한다. 기구들의 무게를 올리면서 엄청난 희열을 맛보게 될 것이라 했다. 반신반의 상태라 더 해보는 일밖에 없을 것 같다. 아직은 일이 있거나 장거리 출타를 할 일이 있으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운동을 빼먹을 수 있어 은근히 홀가분하다. 가기 싫어 안 하는 것과 사정이 생겨 못 하게 되는 것과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의무감으로 하는 운동이지만 언젠가는 그렇지 않을 날이 오길 기대한다.
그동안 20주 넘게 근력운동을 해 오면서 중간 평가를 해 보자면. Lat Pulldown은 30킬로로 시작하던 것을 지금은 60킬로도 거뜬하게 몇 세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bench press는 10킬로 들던 것을 20킬로는 우습고 30킬로 가능하게 되었다. 덤벨을 들고 응용할 수 있는 운동은 수 가지가 되었다. 덤벨로 바벨을 들고 하는 스쾃과 런지, 덤벨 숄더 프레스, 덤벨 사이드 레이즈 등 근육들을 세분화시켜 자극해 주는 운동도 가능해졌다.
완전 초보일 때는 상·하체를 같이 해도 되었지만, 몇 주 전부터는 상 하체를 나누어서 하게 되었다. Weigh의 중량이 늘어나고, 사용할 수 있는 기구가 늘어나다 보니 운동의 강도가 세졌다. 하루씩 번갈아 가며 상·하체를 나누니 자연스럽게 하루씩 회복기를 부여하는 셈이다. 오늘은 하체, 내일은 상체 이분법으로 나누고 보니 내가 조금 더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것 같아 괜스레 우쭐해진다. 이대로 잘 연습해 가면 상체운동에서도 하루는 팔 부분 또 하루는 등 부분을 나눠서도 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럴 때가 올까 의심스럽지만 우선 한 단계 한 단계씩 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가까운 목표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거의 매일 운동을 하니 몸이 좋아지는 일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만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두 가지는 실감하는 중이다.
첫 번째로 술이 잘 받는다는 점. 예전에는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치지직거리는 소리로 괴로웠고 각성효과로 밤새 뒤척여야 했다. 이렇다 보니 술은 두려움의 존재였다. 술은 말로 마시는 것이 제격이다. 친구들과도 ‘술 한잔하자’고 말하지만, 밥과 안주 위주로 즐기고 술은 그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존재에 불과했다.
술이 몸에 이로운가 하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술을 잘 받는다는 것은 운동의 역효과라 할 수 있겠으나 고주망태가 될 정도로 마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두세 잔 정도의 술로 즐기는 건 내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 정신과 육체 모두에 이로움을 주는 음주는 확실히 운동의 긍정적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운동의 효과를 실감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걸핏하면 입안에 생기던 ‘구내염’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평소 정해진 루틴에서 조금만 무리하면 나타나던 증상이었다. 한쪽이 나으면 또 연이어 나던 염증이 최근 2개월 동안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만큼 면역력이 증강된 것으로 나는 해석한다.
이러다가 운동의 효과를 홍보하는 전도사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우울해하는 동서에게 권해서 근력운동을 하게 했고, 도서관 사람들께 열심히 홍보하는 중이다. 코치가 단체 피티를 모집할까라는 발언을 해서 도서관 회원들께 말했더니 호응이 아주 좋았다. 결국은 코치가 계획을 바꾸는 바람에 단체 피티가 성사 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의 호응을 보니 모두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수업료가 부담되다 보니 선뜻 시작하기를 주저할 뿐이었다.
코치 말대로 ‘재테크로는 근테크가 최고’라는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근력 손실로 아픈 곳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의료비가 늘어날 테고 삶의 질은 가차 없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치료비로 나갈 돈을 미리 운동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당장 돈을 들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운동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는 손실과 대치시켜보면 근테크야말로 확실한 투자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