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력운동 11 주차 >
운동시작한 지 11주 차의 후기다. 주 2회 PT를 받기로 했었다. 10회 권을 끊은 지 10주 만에 사용 완료 했다. 5주 동안은 서울을 떠나 있어 홀딩했었고, 5주 동안 주 2회씩 pt를 받았으니 계획한 대로 이행한 셈이다. 코치는 두루뭉술 생각했던지 이렇게 오래 끌면 안 된다고 내게 충고했다. 다시 10회권을 끊고 주 2회 반드시 레슨 받을 것을 거듭 강조했다.
나는 평균 주 5,6회 짐에 나간다. 시작했다 하면 열심히 하는 습성도 있고, 운동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의욕이 음악분수처럼 넘실대는 시기다. 아팠던 등이 운동 직후 거짓말처럼 나았다. 빠른 효과에 동력을 얻어 거의 운동 마니아가 되었다. 아직은이다.
통증이 사라지는 마법 같은 일이 있은 후로는 다른 가시적 변화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약간의 근육이 생겼길 기대하지만 너무 섣부른 욕심 같아 이내 기대를 접는다. 뱃살은 육안으로 관찰가능하지만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하루 레슨을 받고 이틀은 복기하며 복습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 레슨을 받을 때보다 혼자 복습할 때가 훨씬 운동량이 많다. 코치는 어떤 날은 35분 만에 수업을 끝냈꼬 길어도 45분을 넘기지 않는다. 나는 더 할 수 있고 조금 더 강도 있게 할 수도 있다. 코치는 계속해서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10회쯤 했으면 어느 정도 나의 체력과 한계를 파악하고도 남을 시간이라 생각하는데... 코치는 이런 나의 개별사항을 반영하지 않는 듯했다.
수업 시간을 꽉 채워서 레슨 해 주기를 바라고, 어서어서 기구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진도를 더 빼줬으면 했다. 레슨비는 부담스런 가격이라 본전 생각이 난다. 마음에 꽁 하고 있으려니 서운한 감정이 눈덩이 될까 염려하여 말하기로 했다. 예상했던 대로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다.
기구 사용법을 빨리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초심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못을 박는다.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라는 설명이었다. 한 가지 운동을 하더라고 힘이 길러지기 전후의 사용법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케틀벨 하나를 가지고도 다양한 운동에 응용이 가능하다. 스쾃과 데드 리프트를 접목하다 보면 사실상 수십 가지의 활용방법이 있겠다는 짐작이 갔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역시 얘기하길 잘한 것 같다. 충분히 납득이 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PT비를 절약하려는 마음에 진도의 욕심은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이다.
일이십 회의 PT로 평생의 근력을 책임질 운동의 기초를 완성한다는 것은 애당초 틀린 생각이었다. 피티를 받다가 혼자 하는 날에는 엉터리인 경우가 허다하다. 계속 엉터리로 하는 것과 하루 이틀 엉터리로 하다가 이후에 코치가 제대로 잡아줬을 때의 학습효과는 완전히 다르다. 실수를 거친 후에 체득되는 것이 확실히 내 것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과정 과정에 코치가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pt 50분을 꽉 채워주지 않는다고, 근력운동 중간중간 너무 많은 휴식을 하는 것 같아도 그 행위들에는 모두 의도가 있었다. 열심히 정성을 다해 복습하고 숙지하게 되면 코치는 저절로 나의 페이스에 따라오겠지라는 마음을 갖기로 하자.
코치가 중간중간 던져주는 정보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턱대고 운동하는 것보다 원리를 알게 되니 운동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것 같다. 운동에 대한 필연성과 운동 중 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상상하면 내가 하는 움직임에 세세한 관심을 쏟게 된다.
운동을 시작하고는 매사에 근력운동에 온 신경이 모이는 것 같다. 영어 스터디 때도, 영상을 볼 때도 또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온통 근력에 관한 주제들이다. 자체 생성하는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영어스터디에서는 근육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공부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근육이 자극에 노출되다 보면 미세한 손상을 입게 된다. 이에 손상을 입은 세포는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물질을 방출하여 면역체계가 손상을 치료하도록 한다. 바로 이때 근육이 커지는 마법이 일어난다고 한다. 손상과 회복을 반복함으로써 꾸준히 더 큰 상처에 적응하게 되고 더 크고 강한 근육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근육이 어느 정도의 저항에 꾸준히 노출되어야 하므로 세포가 평소보다 더 많은 업무량에 노출되어야 한다. 그래서 웨이트를 할 때 무게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육이 찢어지고 난 후 잘 먹고 휴식하는 것을 반복하면 가능한 한 크고 강한 근육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한다. (TED 중 what makes mucles grow? 나오는 내용 요약)
이렇게 공부하고 나니, 운동 후 생기는 근육 뭉침이나 당김이 오히려 뿌듯하게 다가온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운동이 손상되었나 보다. 단백질 보충도 충분히 하고 잘 쉬어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실천으로 이어진다. 운동 중간에도 개수를 다 채우지 않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다 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아는 것이 힘이 되듯, 아는 만큼 끈기가 생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