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텐트 안으로 들어가고 화로대는 어른들의 차지가 되었다. 아이스 박스 위에 막 꺼낸 맥주 두 캔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화로대 옆 작은 테이블에는 어묵탕이 무와 함께 끓고 있었고 아내는 무릎 담요를 차에서 꺼내 자리에 앉았다.
'이제 우리 나이도 가을이 되었다.'
마른 장작 하나를 꺼내 꺼져가는 불에 넣던 나는 아내의 말에 살며시 미소 지었다. 싱그러운 여름 같은 나이에 시집와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그렇게 느끼는 걸까. 연애할 때의 두근거림은 사라지고 서로 편안함에 의지해 이어가는 결혼생활 때문일까. 아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담요를 어깨까지 당겨 올렸다.
맞아 가을이지. 우린 과일나무고, 아이들은 과일이고. 감나무는 너무 키가 크니까 그것보다 작은 사과나무쯤으로 하자. 사과는 자기가 좋아하는 과일이니까. 우린 긴 인연 끝에 서로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아이들을 열심히 키워내고 있고. 언젠가 저 장작처럼 사그라들겠지만, 아직은 조그만 불꽃을 간직한 나이지.
아내는 맥주캔을 들어 내 술에 부딪혔다.
너무 많은 장작을 넣어서 세게 타 들어가지는 말자. 지금처럼 은은하게 서로 사랑하고 알콩달콩 지내고. 나는 지금 이런 시간이 너무 행복하거든. (아내가 작은 소리로 '나도'라고 대답했다.) 아이들도 건강하고. 우리 부부도 아픈데 없고. 알잖아.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가끔 재미는 없겠지만 그럴 때는 뭐 어디 가까운 데 여행이라도 가지 뭐.
아내는 또 맥주캔을 들어 내 술에 잔을 부딪혔다. 아이들은 아직 자지 않는 건지 여전히 깔깔거렸다. 나는 꺼져가는 불꽃에 장작을 들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