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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Jan 16. 2023

아이들과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

유난히 걱정이 많은 편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좋은 기대와 상상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고 회사일에 대한 걱정과 인간관계에 대한 분노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없이 행복해야 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마저 이런 걱정과 분노들로 가득 차 있다. 몸은 아이들과 있지만 머리는 다른 곳에 가있는 셈이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가족들을 향해 짜증으로 표출된다. 일요일은 월요일에 출근해서 일어날 걱정거리로 인해 '미리월요일'이 되어 버린다.


그날도 아이들을 옆에 두고 이런저런 걱정거리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은 아빠 배를 타고 손을 잡아당기며 같이 놀자 뛰었지만 만사가 귀찮은 나는 5인치 휴대폰의 작은 화면에 눈을 꽂고 그런 아이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왔다 갔다 하며 뉴스, 정치, 운동, 역사 등의 카테고리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트위터에서 추천한 타임라인을 읽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글은 2022년 4기 암판정을 받은 분의 것이었는데, 직장 내에서 승승장구하며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던 분이었지만 안타깝게 몹쓸 병에 걸려 항암치료 중인 분이었다. 그분이 22년 한 해를 병마와 싸우며 12월 31일 마지막 날에 남긴 글이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현재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매 순간을 온전하게, 가득하게, 충만하게 사는 것'


반성했다. 나는 매 순간 온전하지 못했고, 과거에 대한 후회로 가득했으며, 머릿속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충만했다. 바보 같았다. 매우 어리석었다. 아이들이 아빠 없이 자기들끼리 뛰어노는 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았다.


무엇보다 행복하게 보내야 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나는 스스로 해결되지 않을 걱정거리와 단단한 후회들을 주변에 벽돌처럼 쌓아 올렸던 셈이다. 그리고는 소중한 아이들을 그 벽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가끔 '아빠 무슨 생각해?' 하며 아이들이 물어왔지만 나는 그냥 '응 아무것도 아니야'하며 내 공간을 지옥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현재에 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문득 다른 생각이 들 때면 머리를 강하게 좌우로 흔든다. 그리고 트위터의 그분의 글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눈맞춤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뛰어논다. 아이들도 더 이상 '아빠 무슨 생각해?'라고 묻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지우고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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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분의 허락을 얻어 토막글을 소개합니다.


http://twitter.com/eyesofj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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