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페스 문화 / 자캐 커뮤니티 / 애니메이션 팬 논문으로 보는
팬창작(동인) 문화는 다양한 문화적 맥락으로 볼 수 있으며 여러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동인 문화는 중독으로 인한 시간과 돈의 과소비, 좋아하던 장르에서 발생한 논란, 미디어의 여성 혐오성, 무분별하게 접하게 되는 비윤리적인 요소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덕질/동인 문화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동인 문화는 여성이 자유롭게 욕망과 사랑과 서사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며, 전복적인 창작으로 해방감을 느끼고, 서로의 경험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여성 간 관계의 유대를 강화하는 주요한 창구로 기능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RPS 문화 / 자캐 커뮤니티 / 애니메이션 팬 관련 논문을 인용했다.
<팬덤의 RPS 문화가 사회적 이슈로 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고찰> 논문 일부 인용
- RPS는 갑작스럽게 최근에 등장한 문화가 아니며,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2차 생산문화가 아니다. 젠킨스(Jenkins, 1992; 2006/2007a; 2006/2007b)는 이를 분명하게 참여 문화의 하나로 논의하며, 문화 산업 안에서 팬덤이 주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영역으로 보았다. 젠킨스뿐 아니라 국내의 다양한 팬덤 연구들에서도 팬픽으로 처음 등장했던 RPS 문화를 상호소통하는 사이버 공간의 문화로, 무성애화 되어 왔던 여성 청소년들의 전복적 공간으로 바라보며 해석하고자 했다. 한국에서도 “기획사의 마케팅과 결합된 허구의 창작물(김윤주, 2021. 01. 21.)”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엔터테인먼트 산업과도 함께 상호작용해 온 측면이 있다는 점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팬덤 내부적으로도 관련된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제기와 내부적 성찰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 역시도 팬덤 문화 안에서 존재하는 RPS 문화를 다각적인 각도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자캐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청소년의 경험 연구> 일부 인용
- 연구결과 분석을 통한 의미와 시사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캐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재미를 느낌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는 청소년이 사이버 공간에서 재미로 인식한다는 선행연구(박영신 외, 2011; 허정 경; 2018)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본 연구에서 청소년의 재미는 창조적으로 활동하고, 자신을 어필해보며 공동체 안에서 협력하기도 하고, 가상놀이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청소년은 학교 교과과정에서의 경험이나 사회적 의사표현이나 정치적 발언 등 일상생활에서의 경험에서는 창작을 하고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 이에 커뮤니티 안에서의 경험은 청소년에게 새롭고 만족스러웠다. 또한 스스로 이야 기를 만들어보고 자신의 일부를 담아 역할극을 하며 자기를 어필하기도 했다. 자신의 일부를 담아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성향은 어떻고 취향은 어떤지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해야 한다. 청소년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주어진 과업 외에 자신에 대하여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Sigel(2014)은 청소년기의 4가지 특성을 새로움의 추구, 사회적 유대감 형성의 욕구, 예민한 감수성, 창조적 탐험이라고 하며 이 네 가지 특성이 없다면 청소년의 인생은 색체를 잃고 평범해진다고 하였다, 커뮤니티는 현실세계보다 쉽게 호기심을 갖고 여러 가지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고, 함께 활동 하고 대화하며 유대감을 함양하고, 창조적 탐험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경험하는 대안적 공간이 될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 청소년은 Sigel이 제시한 청소년기의 특징을 생 생하게 경험하였고, 이는 재미라는 자기개념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재미요소는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는 원동력임이 드러났다.
- 한편, 관련연구는 인터넷 과몰입의 요소 중 하나가 재미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심용출, 신경미, 2017). 커뮤니티 활동이 과몰입으로 이어질지 아님 발달적 특성을 발 휘하는 공간이 될지 이 연구 결과로는 확답을 내릴 수는 없다. 청소년이 자신의 긍정성을 찾고 탐색하기 위하여, 커뮤니티 활동 외에 오프라인에서의 재미있는 활동도 필요할 것이다. 이에 청소년이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켜야 하고, 입시에 얽매이지 않는 동아리 활동 내에서의 유대도 필요할 것이다. 이 때 성인 중심이기보다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활동을 기획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청소년 스스로 탐구하며 긍정적인 의미를 찾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더하여 청소년이 자기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찬찬히 돌아 보고 발견한 후, 이를 다양한 장면에서 표현하며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경 험을 한다면 청소년이 자신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이 할 수 있을 것이다.
- 둘째, 자캐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청소년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가치관을 경험하며 다양함에 대한 인식이 각자의 매력 또는 차이로 이해하고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확장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청소년이 다양성에서 비롯된 진정한 차이를 알게 되 며, 각자의 차이는 다양성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기존 연구(김미윤, 2003)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 참여청소년의 보고에 ‘정체성’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참여자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고 놀이를 경험하며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반성하기도 하며 인식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는 자아정체성이 확립된 청 소년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경험이 청소년의 심리발달을 촉진시키고 개인적 정체감과 친밀감을 확립한다는 기존 연구(한상철, 2000)와 맥을 같이 한다. 캐릭터와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입장 바꿔 생 각을 하는 능력이 증가함을 표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공감에 실패하기도 하는데, 다시 말해 캐붕이 오기도 하는데, 이는 청소년에게 혼란으로 경험되기보다 공감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경험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 또한 청소년들은 커뮤니티 경험이 현실의 기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고 있 었다. 영향의 크기는 각기 달랐지만 커뮤니티 경험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때 참여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하고 실행하였다. 또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때 더 나 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기에, 현실에서 그림이나 글 등 관련 활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반복적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숙달감과 유능감을 경험하기도 했 다. 즉, 사이버 정체감의 경험은 현실에서 자신의 가치를 점검하고 발전시키기도 하 였다. 더하여, 청소년은 스스로 하는 학습은 누군가 시켜서 타율적으로 하는 경험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경험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뿌듯함과 만족스러움을 표현하였다. 이는 청소년을 바라볼 때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존재로 존중하는 것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 살펴본 것과 같이, 현실에서는 제한된 역할만 실험해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자캐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청소년은 다양한 역할들을 실험한다. 일부는 현실에 통합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 에 청소년에게 다양한 가치에 대해 점차적으로 알아가고, 가치관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은 청소년이 정체성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청소 년을 연구하고 상담하고 활동을 지도할 때 관련 전문가들은 다양성의 가치에 열린 시 각과 자세를 갖고 청소년들과 함께 여러 가치들을 탐구하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 이다.
- 셋째, 자캐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청소년들은 커뮤니티 안에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이를 해결하기도 했다. 충돌은 때론 과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청소년기의 초합리적인 인지특성(Sigel, 2014)이기도 하지만, 사이버공간에서는 때론 과하게 감정 표현이 될 수도 있다(황상민, 2000a)는 선행연구와 맥을 같이한다. 충돌이 일어 나면 규칙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진에게 신고하기도 했고, SNS에서 토론을 하기도 했고, 더 나은 규칙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참여자들은 커뮤 니티가 발전을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규칙은 때론 융통성이 없게 느껴지기도 했고, 규칙이 많아지기 때문에 처음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되기도 했다.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규칙을 만들며 커뮤니티의 안전과 조화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이는 청소년들이 주체 적으로 대안을 만드는 소중한 경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만으로 토론이 쌍방적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커뮤니티 내에서 청소년이 토론을 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보다 심도 깊게 하기 위하여, 오프라인에서 청소년 상담이나 청소년 활동 장면에서 토론을 풍부하게 경험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가치에 대해 탐구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접해보는 것은, 청소년이 갈등 상황에서 보다 건설적인 해결과 회복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 특히 참여자는 언론과 부모, 주변 친구들이 자캐 커뮤니티 활동을 공감하지 못하여 소통하기 어렵고, 자신의 동기는 알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봄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청소년 혐오로 느끼기도 했다. 이로 인해 비공개 공간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커뮤니티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 지 않기도 했다. 청소년은 점차 독립적으로 생활을 해야 하고, 청소년의 곁에 있는 성인들도 청소년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도 삶의 어려움을 마주할 때가 있고, 고통을 느끼며 이를 나누어야 할 때가 있다. 청소년이 어려움을 경험하고 고통을 느낄 때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은 청소년을 지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때, 청소년이 경험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조언하려는 태도 보다,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듣고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시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팬 활동으로 재 정의되는 여성의 ‘관계’와 의미> 논문 일부 인용
- 연구결과, 여성의 애니메이션 팬 활동방식 및 의미는 다양한 층위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통적으로 인터뷰이들은 ‘2차 창작’을 통해 팬 활동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으며, 이들 경험의 핵심에는 ‘즐거움’이라는, 기존 팬덤 연구에서도 강조한 내적인 만족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 이것이 자기표현 및 개발, 인정욕구 등의 발현이라는 점, 참여자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행위’이자 그 자체로 현실과 ‘동등한 행위’라는 사실은, 이때의 즐거움과 만족감 역시 단일하게 해석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이러한 일상생활과 팬 활동 사이의 적극적인 상호개입은 여성과 캐릭터, 혹은 (비)참여자들과의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전자의 경우, 참여자들은 현실에서의 실질적 노력 및 캐릭터와의 위치설정을 통해 나름의 방식으로 캐릭터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들에게 캐릭터는 ‘훼손되지 않는 완전한 존재’이며, 이에 대한 갈망은 현실의 불완전성에 대한 반대급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이러한 해석은 이들의 활동 및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현실과의 단절이 아닌, 현실의 문제와 한계에 대한 적극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과적으로 두 경험이 상호 소통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준다.남성 캐릭터 간 관계를 중심으로 창작하는 ‘BL’장르에서는 참여자들의 젠더 정체성이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었다. 인터뷰이들에게 BL은 단순히 서사적 즐거움을 넘어, ‘안전하게’ 자신의 성적 욕망을 투영할 수 있는 도구이자, 가부장제 담론을 의심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때 후자의 경우, 참여자들이 두 남성 캐릭터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는가에 따라 전형적인 이성애 서사구조의 재생산 혹은 균열의 시도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참여자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서사구조 혹은 이성애 담론의 균열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이를 객관화할 수 있는 ‘남성’과 ‘동성’의 관계가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참여자들의 BL에 대한 의미부여의 견제는, 2차 창작에 명백하게 개입하고 있는 여성의 모순적인 욕망과 자기인식을 넘어, 이것이 다시 개인의 고민으로 자리 잡는 순환적 과정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 한편, 팬덤 구성원들과의 소통은 팬 활동을 지속시키고 이에서 비롯된 만족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주요소였다. 관계의 중요성은 애니메이션 팬덤의 폐쇄적이고 다소 분산적인 활동방식으로 인해 더욱 강조되며, 팬덤 구성원들과의 관계가 결국엔 현실에서의 그것과 중첩확장됨으로써 그 이상으로 중요할 수도 있었다. 더불어 팬덤 ‘밖’ 타인들이 제공하는 사회적 낙인이나 여성성 훼손의 경험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자기검열을 통한 구별 짓기를 시도하게 하며, 이는 다시 팬덤 안에서의 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들에게 ‘애니메이션 팬 활동’이 그들의 정체성을 내외부적으로 규정짓는 상징적 활동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본 연구에서는 대상의 실존 여부를 떠나 ‘관계’를 맺거나 분리함으로써 자신들의 일상을 구성하고, 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여성의 ‘관계 지향성’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아닌, 팬덤 활동에서 명백히 포착되는 다층적 관계들이 여성의 일상과 정체성을 재구성하며, 여성들은 이를 다시 현실에 비춰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 끝으로 본고는, 여성들의 애니메이션 팬 활동에 대한 인식개선이나 의미부여를 제안하거나 이들의 경험에도 개입하고 있는 사회 지배담론에 대한 비판은 잠시 접어두고자 한다. 다만, 애니메이션 팬 활동을 수행하는 여성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캐릭터’와 관계를 맺고 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계’와 ‘상호작용’은 기존 통념들의 재 정의를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더불어 이러한 경험이 ‘즐거움’을 넘어, 여성들로 하여금 역설적으로 현실의 한계와 문제, 사회담론을 생각하게하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여성 자신의 정체성과 위치를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이처럼 관계 지향적 팬 활동과 여성의 일상생활, 정체성이 순환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인식할 때, 더불어 이들의 정체성 역시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형성중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애니메이션 팬 활동’은 또 다른 상징적 의미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내 경험은 아이돌과 팬픽 문화가 대부분이다. 진심이었고 괴로웠던 감정도 많았지만 그 문화가 아니였다면 느낄 수 없었던 행복했던 기억도 많았다. 이미지와 달리 입체적인 경험은 한정적이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