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과 트위터 경험 일지
포스타입에서 탈코부치일기를 읽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탈코르셋/페미니즘은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맥락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길거리에서 폭행당한다면 레즈비언이어서가 아니라 탈코 페미처럼 보였거나 여자라는 이유가 100퍼센트이기 때문이다. 탈코르셋/페미니즘 운동은 여성이 생존할 권리다.
N번방, 버닝썬, 성착취, 딥페이크 범죄,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강간, 불법촬영, 스토킹, 교제 폭력, 가정 폭력, 미성년자 그루밍, 폭언, 여성혐오 사이트 이용자 수, 여성 혐오 범죄 등등 많은 것은 반페미니즘과 연루되어 있다
내가 코르셋에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 있을 수도, 나의 얼마 없는 행복이 코르셋에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탈코 운동 실천 여부와 상관 없이 어떤 사람이든 코르셋 개념을 인지하고 있고, 탈코르셋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탈코르셋을 조롱하지 않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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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여성 차별을 인지하고 거부감 없이 여성 차별에 대해 말하는 페미니즘을 받아들였다. 몇 년 전에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인상이 기억에 다 지워지지 않았을 정도로. 여성 혐오와 차별에 관한 정보를 빠르게 흡수했다. 트위터에서 페미니스트 계정의 정혈(월경) 그림 창작을 접한 적이 있는데 충격을 줄 정도로 내 고정관념을 깨서 여러 계정을 구경하면서 페미니즘 의제를 배웠다.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단 하나는 탈코르셋이었다. 나는 자기관리한다는 자기 만족감을 주는 행위가 코르셋을 조인다는 문장으로 치환되는 게 낯설었다. 못생기고, 뚱뚱한 내 외모를 더 낫게 해 줄 수 있는 화장과 두꺼운 다리를 가려주는 치마가 좋았고, 시간도 그렇게 쓰지 않고 가볍게 꾸미기를 적당히 하는 건 괜찮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깼던 건 탈코일기였다.
탈코일기를 읽고 단번에 탈코르셋이 옳다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탈코르셋은 화장, 긴 머리, 하이힐, 치마, 체형 등 외적 코르셋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만 주로 가해지는 심리적 압박, 나이, 도덕, 말투, 외모 평가,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내적 코르셋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때는 평생 숏컷으로 잘라본 적이 없어서 어울리지 않을까 봐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남자는 어울림에 상관없이 디폴트가 숏컷이었고 여자는 장모종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르고 보니 생각보다 별 일 아니었고 뒷머리가 시원했고 해방감이 느껴졌다. 머리 묶어야 할 때나 먹을 때 머리카락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머리카락에 목덜미가 거슬리지 않고 머리를 말리는 시간도 빨랐다. 미용실에 더 자주 가야 한다는 것 말고는 장점이 내게 훨씬 많았다.
탈코르셋 운동은 개개인의 편함만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닌 사회 운동이지만 부수적으로 오는 일상에서 편함도 많았다. 디폴트 상태로 머리를 자르니 평균적으로 화장과 치마 등이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 것들을 다시 하거나 착용하지 않게 되기도 했다. 탈코르셋이 목적이 아니라도 여성이 숏컷을 한 번 정도는 경험해 봤으면 할 정도로 디폴트 상태는 편한 면이 많다.
탈코르셋과 인간 관계에 대해 걱정이 들었을 때가 있었으나 내가 디폴트 상태여도 나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깨달았다. 몇 년 전에는 숏컷이라는 것만으로도 페미니스트나 레즈비언으로 지칭 당해 낙인찍히고 소문이 돌까 어떤 환경에 변화가 있을 때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대놓고 그런 것을 드러내는 것은 무례하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지 내게 아직 너 페미야? 물어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현재는 페미 검열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어서 생긴다고 해도 좋은 의도로 말하지 않은 그 사람에게 숏컷이면 다 페미야? 등으로 되묻고 요즘 그런 말하면 욕먹는다고 가르쳐 주는 태도로 대처할 것이다. 적어도 생각 없이 말 내뱉기 전에 눈치 한 번 더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난 탈코르셋을 생각하면 어린이와 유아 화장 산업 규모가 막대하다는 통계가 떠오른다. 그 사실 하나로도 내가 탈코르셋을 할 이유는 충분했다. 난 탈코르셋을 했지만 탈코르셋을 하지 않은 여성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탈코르셋의 정의를 오염시키는 사람들은 싫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탈코르셋을 조롱하는 건 타격이 전혀 없었으나 많은 여자들이 남자 연예인이 대충 하고 다니는 모습을 탈코했다고 비웃거나 열심히 외모를 꾸민 자신을 코르셋 조였다고 명명하거나 코르셋을 조일 자유도 있으니 탈코를 강요하지 말라고 하는 탈코 조롱이 지긋지긋했으나 탈코 정의에 대해 잘못 이해한 여성들도 많으니 부정적인 감정을 할애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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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탈코르셋과 팬덤과 페미니즘을 접한 트위터는 의견이 많고 즉각적이어서 급격히 빨랐다. 트위터는 키워드를 통해 트윗을 서치하고, 관심사와 맞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짧은 글에 대한 기록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례함을 배설하거나 생각을 거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짧은 텍스트를 쓰기 쉬웠다. 트윗이 쓰인 앞뒤 맥락이 거세되어 하나의 트윗으로 내용이 판단되어 사이버 불링이 발생하는 일이 빈번했다.
또한 트위터는 만원 지하철에 있는 것처럼 불쾌감을 주는 내용에 실시간으로 과잉 노출된다. 수많은 리트윗과 인용 트윗의 빠른 속도 때문이다. 그렇게 보이는 사건과 문제들로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뮤트, 차단에도 한계가 있기에 결론적으로 부정적이고 유해한 트윗이나 계정과 분리될 수 없다.
트위터 팬덤 싸움에 대해서도 생각한 적이 있다. 서로 간의 간격이 밀접해서 팬과 공인뿐만 아니라 팬과 팬 사이마저도 적정한 거리 두기가 어렵다. 또한 특정한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지면 사실이 아니어도 이미지가 벗겨지기도 어렵고, 여러 문제나 사건들도 멈추지 않고 타임라인에 들어오니 트윗으로 자잘한 스트레스나 감정 소모를 겪는 일이 일상이 되기 쉽다.
트위터뿐만 아니라 SNS는 비교 심리와 동시에 실시간 알림으로 계속 반응하고 타인의 반응을 기대하게 되는 즉각적인 랜덤 보상, 즉 슬롯 머신 같은 도박 심리로 작동되며 결국 그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문제가 된다. 고로 SNS, 인터넷은 시간이 돈이 되는 강원랜드다. 몇 개월 전에 도둑맞은 집중력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과 SNS는 상상 이상으로 우리를 불행하고 우울하게 만들었고 직장인의 평균 집중 시간은 3분이며 이건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무척 어려운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주인공이 스마트폰이 없는 환경에서 지내다가 다시 돌아와도 스마트폰을 계속하게 된 것처럼 나 또한 다시 SNS를 많이 했었다.
여성 혐오에 둔감하지 않는 내게 릴스와 틱톡 같은 숏폼은 중독 대상이 아니었으나 트위터는 감정 피로를 초 단위로 느끼면서도 몇 시간을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시간을 낭비하기 쉬웠다. 예전에 봤던 트위터의 문제점을 적어놓은 게시글을 다시 찾았는데 공감이 됐다. 트위터는 익명이 아니라 내가 설정한 닉네임과 프로필, 말투, 캐릭터성이 있고 의견 표출보다 꾸민 의견을 전시하게 된다. 오늘 내 생각과 내일 내 생각은 달라지는데 그 의견이 타인에 의해 “예전에는 이런 의견이셨잖아요” 지적을 당하기도 쉽다. 비슷한 수준의 의견이 들어와 한쪽 의견으로만 생각이 강화되고 발전이 더뎌지기도 한다. 맞팔한 사람의 의견을 반박하기도 어렵다. 내가 좋은 의견을 내도 네임드 글보다 주목을 덜 받으니 범람하는 타인의 의견을 보느라 내 주관이 생각할 틈이 없어진다. 좋은 글이 내 생각과 같다 느껴도 그건 남의 것이고 내 것이 아닌데 그것을 깨닫기 힘들다.
재테크와 영어, 자기 계발 등의 정보를 얻고 페미니스트와 소통하고 계정을 키워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과 새로운 페미니즘을 배우는 것은 이상적이다. 그러나 나는 각성 뒤 5년 동안 돌고 도는 페미니즘 의제와 조롱과 싸움, 사이버 불링과 구시대적 의견과 분리될 수 없는 시스템에 피로를 많이 느꼈다.
트위터를 하지 않아서 페미니스트와 소통할 기회를 잃는 건 아쉽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mbti나 회피형이라고 정의하는 얘기,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빠졌을 때를 정신병 걸린다고 말하는 류의 정신병 혐오 얘기, 여성 혐오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실시간 트렌드,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 물 흐린다는 얘기 같은 피곤한 의견을 정기적으로 마주하지 않고, 내가 트위터할 때 제일 단점이라고 여겼던 감정 소모와 시간 낭비를 줄이면서 독서하고 글 쓰거나 건강에 좋은 시간을 늘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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