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단어를 어느 정도 익혀서 아는 단어의 수가 충분히 확보되면,
그 다음으로 '범주'라는 개념을 배우게 된다.
예를 들면 '사과', '딸기', '포도'를 아는 아이는 이제 이들을 한데 묶어 '과일'이란 단어를 배울 수 있다.
각각의 하위 단어보다 한 단계 위의 개념인 '과일'과 같은 단어를 '상위범주어'라고 한다.
상위범주어를 배운다는 건 비슷한 속성을 공유하는 대상끼리 분류하는 법을 익히는 거다.
하지만 상위범주어는 꽤 어려운 인지적 개념이다.
하나씩 떼어 보면 상당히 다른 것들 가운데에서 공통된 속성을 찾아내야 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들이 비슷한 속성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더 큰 범주를 형성함을 이해해야 한다.
상위범주어를 가르치다 보면 이런 상황을 겪을 때가 있다.
"사과, 딸기, 바나나. 이것들은 다 뭐지?"
"먹어요."
"맞아, 먹는 것들이지. 근데 이것들을 전부 다 한 단어로 뭐라고 부를까?"
"맛있는 거."
"그치, 맛있는 거. 근데 얘네는 물이 많고 새콤달콤하고 식물에 열리는 열매들이야.
사과, 딸기, 바나나 같은 걸 뭐라고 할까요?"
"수박?"
"음... 강아지, 고양이, 호랑이는 전부 다 동물이라고 하지?
그럼 사과, 딸기, 바나나는 전부 다~?"
"......빵이 아니에요."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과일이라는 개념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과가 빵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즉, 다름을 구분하는 감각은 자리잡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름'을 넘어 '같음'을 발견하는 힘이야말로 한 단계 높은 지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사과, 딸기, 바나나가 있다.
바나나는 사과와 싸우는 중이다.
"왜 너는 노란색이 아니라 빨간색이냐?"
사과는 딸기에게 화를 낼 수도 있다.
"왜 너는 씨가 안이 아니라 밖에 박혀 있냐?"
딸기는 바나나를 비난할 수 있다.
"왜 너는 껍질이 있냐?"
그러나 빵이 등장하면 비로소 알게 된다.
아, 우리는 모두 과일이구나.
즉, 공통점을 찾는 요령은 아주 다른 것과 갖다대는 것이다.
매우 다른 대상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다른 것끼리는 한순간에 비슷해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비교적 '덜 다른' 것끼리 '같은' 부류로 인식 수가 있다.
요즘 나는 똑같은 걸 찾는 법을 잊어먹은 것 같다.
이 넓은 세상에 나 혼자 똑 떨어진 별종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날이 갈수록 누군가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쉽게 불편해지고,
나와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확실히 나랑 달라. 안 맞아. 너무 안 맞아.'
'같음'은 소소해보이고 '다름'은 치명적으로 보이는 탓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언가 달라 보이는 게 많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래 다른 것이 눈에 더 잘 띄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요즘 나는 스스로 이렇게 주문을 건다.
"같은 점을 찾아보자."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을 볼 때,
생각도 취향도 이해할 수 없어 불편해지는 이들을 만날 때,
의식적으로 한 번 더 되뇌어본다.
"똑같애. 똑같애."
결국 관계를 대하는 지혜는
‘우리가 무엇으로 함께 묶일 수 있느냐’를 볼 수 있는 시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