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아이를 위한 곳에서 유일한 어른인 교사가 겪는 어려움
'어린이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 사랑스러운 새싹들인 어린이들을 위해 적절한 높이의 가구와 교구장, 놀잇감, 화장실 변기, 세면대, 문, 의자 높이까지 맞춘 이곳의 이름은 <유치원/어린이집>입니다. 그 어떤 연령의 어린이든 어린이기만 하다면 편안하게 내 집처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 참고로 이곳에 들어오는 어른의 자리는 없으니 어린이들 사이에서 알아서 잘 버티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곳, 오로지 아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 속의 작은 소인들의 나라, 그 나라의 이름은 유치원/어린이집이다. 아이들이 앉는 변기의 높이와 크기도, 책상의 높이도, 의자의 크기와 교구장 및 놀잇감마저도 작고 아이들에 맞춰서 만들어진 만큼, 아이들은 가정에서 편히 사용하기 힘든 설비들을 직접 자신의 노력으로 사용하고,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내고, 성취하며 자아효능감을 키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것은 바로 교사이다.
아이들에게는 천국과도 다름없는 자율성을 극대화해주는 이 환경은, 성인인 교사의 입장에서는 배려받지 못하는 악독한 문제점으로 돌아온다. 누군가 희생을 해야 한다면 이곳에서 그 희생자는 교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육안으로 보기에 귀엽고 미니어처 같은 바닥 책상과 의자는 직접 앉아보면 생각보다 엉덩이 부분이 좁아서 엉덩이가 배기고, 다리가 불편하다. 바닥 책상의 높이는 생각보다 낮아 같은 자리에 10분 이상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리게 된다. 그것이 바로 교사가 매일 겪는 불편이다. 이곳에 교사를 위한 환경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알아서 버티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업무환경이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에 맞춰 정돈된 것이 아니니 별 수 없이 겪는 질환은 목디스크, 하지정맥류, 골다공증 등이 있다. 무릎으로 기어 다니며 정리를 돕고, 털썩 앉아도 눈높이가 맞지 않는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고개를 쭉 내미는 과정에서 거북목이라 불리는 디스크에도 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참 고생스럽고 어려운 일을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영아반일 경우엔 특히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몸이 고되다. 하다못해 양치하는 법까지 미숙하여 교사가 아이 입을 벌려 직접 닦아주는 과정에서는 허리와 무릎 중 하나는 포기해야만 한다. 허리를 지키기 위해 무릎을 꿇어 '도가니'의 위치를 직접 몸소 느낄 것인가, 아니면 무릎의 연골과 뼈를 지키기 위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디스크를 껴안을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교사가 어린이집/유치원에서 맞지 않는 설비로 고생하는데, 아이들은 이 기관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자신에게 맞지 않은 설비들 속에서 살고 있는 거구나. 얼마나 불편할까. 이곳에서라도 원하는 놀이를 마음껏 하고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스스로 자율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구나. 어른 나라에 초대받은 손님인 아이들은 손님을 위해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는 잔칫상 앞에 앉아 잘 차려진 밥상을 받으려고 끙끙댄다. 마치 우화 '여우와 두루미'에서 여우가 두루미의 길쭉한 병에 든 음식을 하나도 먹을 수 없었던 것처럼.
아이들은 생각보다 초대받아 태어난 삶 속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느끼고 살고 있었겠구나.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들이 무엇이 있었지? 하고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은 소인들이야말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들이 아직 많겠구나- 생각하며 일견 복잡한 기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