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가능할까
요즘엔 3년 차 경력직 우울증 환자답게
우울을 다루는 노하우를 나름대로 찾아가고 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내가 우울하다는 걸 알아채기
우울함을 인지하면 일단 쉬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하기 싫지만 의식적으로 운동을 한다.
우울에 깊이 빠져 잠식되기 전에, 나에게 읊조린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지금 운동을 해야 해.
몸을 움직여야 해. 머리를 써야 해.
더 우울해지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
뭐라도 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은 갓생이 되었다.
질 높은 수면을 지속하지 못해 일찍 일어나는 건데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아픈데 운동을 하는 건
뇌에 도파민을 분비시키기 위해서인데,
운동을 많이 하는 모습만 보고 건강한 줄 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생각으로 꼬이는 우울을
잠시 멈추기 위해 머리를 쓰려고 온갖 글을 읽는데
자투리 시간에 책 읽는 지성인이 되었다.
결국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다 보니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느낌이다. 하지만 무엇도 멈출 수 없다.
달려도 기쁘지 않지만 도파민을 위한 달리기.
거울 속 나만 보며 차분하게 진정시키기 위한 발레.
일상에서 얻지 못하는 성취를 채우기 위한 학업.
교직에 갇힌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공부.
살아 있지만 방황하는 느낌이 싫어서 읽는 책.
눌러 놓은 감정을 털어버리고 싶어서 하는 글쓰기.
이렇게 생각을 적으니 보이는 게 있다.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울을 누르고 있다는 것.
‘난 휴직했는데 왜 이렇게 바쁘지?’ 싶었던 갓생은
우울을 누르기 위함이었다.
우울감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내 의지로 나를
조절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이 오는 게 두렵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처럼 우울 속에서 내 인생을 찾아보겠다고
숼 틈 없이 우울감을 누르며 지내야 할까?
다 놓아버리고 우울 속에 들어가야 하는 걸까?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갓생을 살자니 힘겹고
다 놓아버리기엔 예전으로 돌아갈 모습이 무섭다.
이게 바로 환자로 살아가는 삶의 무게일까?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억울한 마음이 가득하다.
내가 이런 병을 얻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이제는 화조차 나지 않는데, 이미 속이 다 타버려
더 이상 탈 게 없어서 불이 붙지 않는 느낌이다.
다 타버린 마음 안에는 억울함만 남았다.
내가 대체 무엇을 잘못한 걸까?
살 날이 구만리인데 이렇게 버텨야 하는 걸까?
무얼 해결해야 좀 살 만할까?
언감생심 행복은 바라지도 않으니
삶의 무게가 조금만 더 버틸 만 해졌으면 좋겠다.
더 아프기 싫어서 열심히 사는 건데 너무 힘들다.
매일 잠들기 전, 알면서도 헛된 희망을 품는다.
자는 동안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