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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Nov 15. 2023

사막의 라이온, 종교 그리고 국가

역사 이야기

기원전 218년,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북부를 공략하면서 2차 포에니 전쟁을 시작합니다. 한니발을 상대로 고전하던 로마는 스키피오라는 신예의 등장으로 반전을 만듭니다. 기원전 202년, 오래 이어온 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스키피오는 지중해 건너 지금의 튀니지 수도 튀니스 인근의 자마라는 곳에서 카르타고의 명운을 놓고 본국으로 소환된 한니발과 마주합니다.


기원전 46년, 카이사르는 북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폼페이우스파 잔당을 제압하기 위해 튀니지에 있는 탑수스라는 곳에서 누마니아 왕국과 연합한 폼페이우스파와 마주합니다.


서로마제국의 쇠퇴 이후 북아프리카는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온 게르만족의 나라 반달왕국, 반달왕국을 멸망시킨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동로마제국에 이어 이슬람 국가인 우마이야왕조가 주인이 됩니다. 이후 북아프리카는 지배 종족은 바뀔지라도 이슬람 세력권에 놓이게 됩니다.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나 1911년, 이탈리아 함대가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를 포격하면서 제국주의 국가 이탈리아가 리비아를 침략합니다. 당시 리비아의 주인이었던 쇠락한 오스만제국이 쫓겨나고 리비아는 이교도인 이탈리아의 식민지가 됩니다.


오마르 무크타르란 사내가 있습니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가르치는 신학자였던 오십 줄의 이 남자가 20년 동안 이탈리아에 맞서 리비아 저항군을 이끌게 됩니다. 신학자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탁월한 전술적 재능이 있었던 그는 당시 첨단 무기인 비행기와 장갑차로 무장한 이탈리아에 맞서 기동력을 바탕으로 한 게릴라전을 벌여 이탈리아의 야욕을 번번이 분쇄합니다. 밀림도 아닌 사막에서 무려 20년 동안을 말입니다.


이제 칠십 줄에 들어선 한 노인을 넘어서지 못한 이탈리아는 저항군에 대한 무기와 식량의 공급 루트였던 이집트와의 국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철조망을 설치함으로써 저항군에 대한 병참을 차단합니다. 더하여 저항군의 지지기반인 베두인족 12만 5천 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둠으로써 저항군에 대한 새로운 병력 유입을 차단합니다. 이들 중 2/3가 수용소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저항군에겐 치명적이어서 결국 오마르 무크타르는 부상당한 채 이탈리아군에 생포돼 교수형을 당하는 것으로 범상치 않았던 일생을 마칩니다. “우리는 신에게서 왔고, 언젠가는 다시 신에게로 돌아간다.” 그가 형장에서 마지막으로 인용한 코란 구절이라고 합니다.


안소니 퀸 주연의 ‘사막의 라이온’이 그의 저항을 담은 영화입니다. 80년대 중반쯤 우연히 이 영화를 보고 오랫동안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전차 앞에서 도망가지 않으려고 스스로 다리를 묶고 전차 궤도에 깔려 삶을 마감하는 저항군을 보며 도대체 종교라는 게 무얼까? 국가라는 건 또 무얼까?라는 화두를 갖게 했지요. 누군가는 이탈리아에 협력하며 부귀를 누렸겠지만, 또 누군가는 사막을 떠도는 이름 모를 고혼이 되었지요.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의병이 있었고 독립군이 있었습니다. 이념은 단지 독립운동의 방편이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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