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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Oct 03. 2024

제주도 다녀옴

사람 이야기

첫째 날, 좋아하는 북동쪽 해안을 마냥 걸음

남서해안에 비해 속초바다와 좀 더 닮음

저녁에 흑돼지 먹으러 감

선택권 없이 단일메뉴 600g

헐 둘이서 그걸 거진 다 먹음

술이 눈물 나게 맛있음

장에 탈이나 사흘 강제 금주한 결과임

절제의 미학을 태어나 처음 체험함

극강의 술맛은 금주에서 비롯된다는     


둘째 날, 우도를 마냥 걸음

우도의 모든 바다가 꿈길같이 아득함

오후에 큰돈 들여 VIP석에서 난타 봄

중국인과 고등학생 단체관람으로 몹시 소란함

중국인과 고딩의 공통점을 발견함

몹시 부산하고 소란스럽고 큰 목소리를 가짐

웨이팅 끝에 저녁식사

줄서서 먹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맛

음식 맛없는 건 용서하겠는데

술맛 없게 만드는 음식은 용서가 안 됨

제주도에서 자연은 언제나 옳고

사람은 종종 실망스러움     


셋째 날, 가파도를 마냥 걸음

뙤약볕 아래서 태양과 사투

가파도에서 보는 제주 풍경이 절경임

오후에 중문단지에서 요트 탐

탈 건 한라산뿐인 줄 알았는데

나름 운치 있음

범섬 인근 해안가를 밤새 노닐음     


넷째 날, 제주 서해안을 마냥 걸음

오후에 딸아이 픽업해 북쪽 해안 걸음

다시 아들 픽업해 애월로     


다섯째 여섯째 날,

아이들 합류한 이후로 기사가 됨

사이사이 걷는 것으로 보상


점점 흐릿해지는 두 눈으로

검푸른 제주바다가 들어와 자리함

조금씩 퇴색하며 좋은 추억이 되길

많이 걷고 많이 마신

길고 긴 제주 유배가 끝남     


그리고

시월 첫날, 월이 숨겨둔 가을이 시작됨


* 마눌님 30년 재직휴가에 덤으로 다녀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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