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진짜 나를 만났다.
푼타카나에서 토론토로 돌아온 어제, 살벌하게 추운 토론토의 겨울을 마음껏 느꼈다.
오늘까지 휴가를 낸 나와 M은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M에게 미안하게도, 그리고 잔인하게도 Y와 좋아하던 브런치 카페를 데리고 갔다. 그는 그곳을 내 전 남자친구와 갔던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누구와 함께 갔었느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거기 가본 적 있어?"라고 묻는 M에게 "응, 한 세 번인가 왔었어."라고 답했다.
2019년에 토론토에 왔을 때 Y와 처음으로 단둘이 밥을 먹었고,
2021년 4월에 토론토로 오면서 나를 한 번 더 데리고 갔고,
2022년 햇볕 좋던 여름에 한 번 더 그와 갔었다.
늘 주말에 가면 웨이팅이 있었고 붐볐던 그곳에, 오늘은 흔치 않은 평일 데이트를 하러 갔다.
애매한 시간에 갔기에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웨이트리스는 2019년에 Y와 처음 앉았던 그 자리 그대로 우리를 안내했다. 묘하고 이상했다. 자리가 그렇게 많은데 왜 하필 이 자리를 줬는지. 당황했지만, 티 내지 않았다.
그리고 M과 2022년에 마지막으로 Y와 왔을 때 같은 메뉴를 시켰다.
오믈렛과 와플치킨, 그리고 나의 라테.
이것도 Y를 잊어가는 방법이겠지. M과 함께인 이 순간 Y와 함께였던 그 순간을 M으로 덮을 수 있겠지, 생각했다. 미련이 남은 건 아닌데 왜 이렇게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걸까?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생각이 날 때마다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M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렇다. 마음은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더 커지는 법이라고 했는데,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부디 내가 마음이 약해지거나 몸이 약해질 때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모르게 감정에 휩쓸릴 때를 보면 피곤하거나,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뭔가 내가 약해져 있을 때 이런 감정들이 나를 덮친다. 그러니 부디, 내가 Y와 M 모두에게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지지 않게, 차츰차츰 받아들이길 바랄 뿐이다.
누군가는 나의 글이 그냥 남들이 하는 이별과 같이 똑같은 이별 글이겠지.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은 치유가 됐고, 이제는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떨쳐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만 같아서 설레기까지 하는데.
푼타카나에서 읽은 책들과 또 Y와의 헤어짐. 이 모든 걸 생각해 보면 미래 걱정은 딱히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늘 먼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놓치고 있었던 나를 증오하고 미워했었는데, 이제는 조금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나와 비슷한 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글에 그들이 조금 더 힘을 냈으면, 조금 더 따뜻한 마음을 안고 돌아갔으면 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그리고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정말 많은 것이 변할 수 있으니 오늘을 제대로 살아내자고. 글을 쓰다 보면 참 겸허해진다. 감사할 일도 많고 배우는 점도 많다. 하루를 살아가는데도 이렇게 배울 게 많은데, 100살까지 살면 얼마나 지혜로워지고 얻어가는 게 많으려나.
M에게도 Y에게도 미안해하지 않을래. 지금의 나는 뭐가 행복한지 알고, 무엇이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아니까, 그냥 이제는 죄책감도 가지지 않고 눈치 보는 일도 하지 않을래.
정말 행복하다. 나 그대로 살고 있어서. 만으로 26년 만에 그 먼 길을 돌고 돌아 드디어 나를 만났다. 하루하루가 설렌다.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얼마나 삶을 즐기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