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라는 불운에서 만난 행운

난 무조건 해낼 거야

by Sean

한국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법한 일들을, 타지에 산다는 이유로 정말 많이 하고는 한다. 예를 들어, 면접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던 곳에 사람을 구하냐고 메일을 보내보기도 하고, 나와 연락했던 모든 리쿠르터들에게도 메일을 돌린다. 답장이 오면 정말 감사하고, 아니면 계속해서 이력서를 넣어본다.


오늘 마지막 나의 월급과 퇴직금이 들어옴과 동시에 내가 일방적으로 면접을 취소했었던 곳에서 곧 사람을 다시 구할 예정이니, 아직도 관심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우주는 역시 모든 걸 잃게 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다음 주 화요일에 새로운 면접을 따냈다. 그것도 지난 사무실과 같은 건물 4층에.


겨울에 춥게 다니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400m 떨어져 있는 곳이라 출퇴근하기 기가 막히게 좋다. 그러면서 내가 늘 하고 싶었던 블로그나 유튜브도 놓치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미없을 것 같은 일이지만 그 자리를 따내고 싶다.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으려는 나의 의지에 다시 한번 놀라고, 타지에서 살아가려면 뭐든지 해보려는 무모함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에 또 한 번 고개가 숙여진다.


주 40시간 풀타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배우고, 2년 6개월 동안 타지에 살면서 만났던 친구들이 헛된 친구들이 아님을 느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지원해 줄 테니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라던 남자친구,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응원해 주는 가족(특히 언니), 그리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나의 모습. 모두 다 정리해고라는 불운에서 만난 행운들과 감사함 들이다.


15개월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또 나의 부족함을 매번 마주해야 했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단단해져 가던 시간들에게 감사하다. 잘 해내준 나 스스로에게 고맙고, 또 새로운 시작을 위해 그 시간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시간이 지난 후 소중히 꺼내보련다. 안녕 나의 첫 번째 직장, 직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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