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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와 찰리 Jul 15. 2020

[무턱대고 취미활동] 박치도 기타를 칠 수 있을까요-中

칠 때와 안 칠 때를 아는 것, 박자감 키우기

 | 미지


좋은 연주는 칠 때와 안 칠 때를 정확하게 구별해 낸다. 이것을 리듬감 또는 박자감이라고 말하는데 불행하게도 내겐 이런 재주가 없다. 노래를 부를 때 ‘지금이야!’하고 입을 벌려 음을 내면 항상 늦거나 빠르다. 이런 내게 학창 시절 음악 실기 수행평가는 늘 고통과 절망의 시간이었으며, 타고난 노래꾼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10대를 보냈다.


20대 중반인 지금, 기타 연주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기타를 들었다. 6개월 정도 배운 지금도 기타는 내 인생에서 가장 무모하고 가능성 없는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도전을 시작하기 전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을 되새겨본다. ‘느리지만 꾸준히 해보자.‘    


기타 주법은 기본적으로 기타 줄을 하나씩 뜯어 소리를 내는 ‘아르페지오’와 손가락이나 피크로 여러 줄을 동시에 쳐 화음을 내는 ‘스트로크’가 있다. 이 두 가지 주법을 익혀야 다른 어려운 주법을 연주할 수 있다. 기타 레슨 첫날, 박자 감각이 없다는 것을 선생님께 미리 밝혀두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내게 스트로크 주법을 먼저 배우는 것을 추천했다. 스트로크 주법의 핵심이 바로 리듬이기 때문이다. 몇 개의 코드를 배우고 곧바로 동요 <나비야>를 연습했다. 한 마디에 4번 치기만 하면 되는 아주 쉬운 노래였으나 나의 연주는 매번 빠르거나 느렸다. 내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니까 선생님은 옆에서 함께 연주를 해주셨다. 그제야 나는 제대로 된 박자를 짚어냈다.


첫날은 그렇게 40분 동안 박자만 맞추다가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긴장해 있던 어깨가 풀려 뻐근함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사용해서 그런지 손이 욱신거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박자를 맞추느라 레슨 시간을 모두 써버린 게 아까웠다. 이런 상태로는 제대로 된 수업을 못 듣겠다 싶어서 그날부터 일상생활에서 박자감을 키우는 특훈에 돌입했다.

당신, 지금 기타를 치고 있는 중이었어...?! (사진 구글)


 번째 훈련은 노래를 들으며 가사 대신 박자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훈련은 랩을 들을 때 큰 효과를 봤다. 부르려는 욕심을 버리고 소위 말하는 ‘비트’에 귀를 기울였다. “둥둥 탁 둥둥 탁” 입 밖으로 소리를 내가며 노래의 시작과 끝을 맞추려 애를 썼다. 동생의 한심스럽다는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훈련을 이어나갔다.


 번째 훈련은 노래방 악보 기능을 활용하는 . 이전까지 노래방을 그저 ‘즐기러’ 갔다면, 훈련을 하고부터는 노래를 ‘배우러’ 갔다. 노래방 악보 기능을 띄워두고 노래를 부르면 더 정확한 박자와 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훈련은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자 하지 못하게 됐다.


마지막으로는 연습곡을 틀어 놓고 기타를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기타 연주는 그 자체로도 박자감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잘 치고 싶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느리지만 꾸준히 같은 곡을 무한 반복했다. 노래를 원래 속도로 틀어놓고 기타 연주로 처음과 끝을 맞추면 성공이었다.


말은 훈련이었지만 사실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뿐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보며 견뎌냈다. 꾸준히 견뎌내니 내 박자감에도 변화가 생겼다. 간단한 스트로크 리듬은 바로바로 칠 수 있게 됐고 그만큼 레슨 시간에 박자 맞추기가 아닌 연주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복잡한 리듬의 새 연습곡은 박자를 익히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칠 때 안 칠 때를 구분해 내는 것도 완벽하지 않다. 선천적 ‘박치’ 본능을 완전히 교정하는 것은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상에 변화를 주는 훈련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엉망진창이었던 첫날과 비교해 연주 실력이 는 건 확실하다. 가요 몇 개를 칠 수 있게 되니 자신감도 붙었다. 이제 어디 가서 기타를 배우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박치도 잘하진 못하지만 기타를 배우고 있다고. 엉성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그러니 나와 같이 박자감이 없다고 기타 배우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박치도 기타 충분히   있다!“



*커버 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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