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밤마실 지역축제
성북동. 말 그대로 한양 도성의 북쪽에 있는 동네다. 북한산 자락 밑에 있어서 언덕이 매우 가파르고 지하철로는 4호선 한성대입구역만이 거의 유일한 접근지여서 발길이 쉬이 닿는 곳은 아니다.
성북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여러 나라의 대사관 관저에서부터 대기업 일가의 저택이 즐비한 곳이다. 예전엔 심우장(만해 한용운이 짓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집) 인근으로 일명 달동네라 불리는 북정마을과 비교하여 서울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동네라 여겨지기도 했단다. 하지만 지금은 개발이 많이 된 탓인지 이방인의 눈에는 낮은 기와지붕도 고급 주택 못지않게 멋스러워 보인다.
사실 성북동은 나의 생활 반경과는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고, 홍대나 강남처럼 놀거리가 풍부한 곳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이곳을 자주 찾게 되는데 아마 첫 만남이 잊을 수 없게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날은 벌써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내게 간호학과 4학년이던 사촌동생이 찾아왔다. 동생도 나도 모두 취준생 신분으로 어디 멀리 여행 갈 수도 없어 이리저리 찾아보다 우연히 지역 축제를 발견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 #성북동밤마실 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성북동문화재야행 이라는 명칭으로 무려 1회 행사가 진행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평소 궁궐이나 문화재 등에 관심이 매우 많은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가을밤에 산책하듯 이리저리 둘러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척 설레게 했다.
그렇게 참여한 첫 축제는 아직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는데 얼마 전 이 축제가 코로나 상황을 딛고 다시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걸 워낙 좋아하니 인스타에 축제 광고가 뜰 지경)
마침 30일엔 출장이 생겨 일찍 학교 밖으로 나올 수 있으니 혼자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작정하고, 체험 프로그램 사전예약 버튼을 마구마구 눌러댔다.
자 이제 드디어 기다리던 축제 당일!!
유난히 힘들었던 한 주를 뒤로 하고 발걸음 가볍게 4호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