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밤마실 후기
다음으로 향한 곳은 만해 한용운 선생님이 직접 짓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셨던 집인 심우장.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골목이 있나 싶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숨어 있던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여느 집들과 다르게 북쪽을 향해 지어진 이 집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평소엔 6시면 문을 닫지만 일 년에 단 이틀, 성북동밤마실이 열리는 기간에만 밤까지 불을 밝힌다. 낮에 보아도 훌륭하지만 밤에 조명을 켜 놓으면 더 아름다운 공간이 되는데 더 자주 그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라본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성북전차 정류소가 보인다. 마을버스처럼 작은 버스들이 언덕이 많은 성북동을 오르내리며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나는 걷는 것이 좋아 직접 타 보진 않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왔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두 번째 체험활동은 청사초롱 만들기.
입구부터 어린아이들이 많아 조금 멋쩍었지만 이번에도 당당히 1인이요! 를 외치고 자리에 앉았다.
반투명한 종이에 도안에 있는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정해진 50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이왕 만드는 거 예쁘게 정성껏 만들고 싶어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2층에 올라가 마저 만들어도 된다고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우와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성북역사문화센터 2층에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꾸며 놓았다. 그런데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서 내가 다 안타까울 지경. 나라도 마음껏 호강하고 가야지 뭐. 미처 다 만들지 못한 재료들을 꺼내 다시 열심히 색칠하고 뚝딱뚝딱 조립하니 청사초롱 완성!!
아 오늘 힐링 제대로 하고 가는구나!
친구나 동생이랑 같이 올 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몇 시간을 만들기에만 집중하니 다른 사람이 아닌 나와의 대화를 속으로 많이 나눌 수 있어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했던 체험활동 외에도 캐리커쳐 그리기, 비단부채 만들기, 선잠인형 만들기, 전통놀이, 음악공연 등 정말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다들 꼭 한 번 가봤으면 좋겠다.
잊지 마세요. 2022 성북동밤마실은 바로 오늘 밤까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