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직후 분위기나 얼굴이 달라졌단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얼굴이 그냥 편안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엄청" 편안해 보인다니. 결혼 전에도 딱히 불안이나 고민거리를 갖고 살진 않았기에 이런 인사말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몸과 마음에 포동포동한 살이 차오르는데 그 변화를 저만 늦게 알아차렸던 것 같습니다. 전보다 편안한 얼굴과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 되는 과정은 이러했습니다.
불필요한 관심을 다이어트했습니다.
소란스러운 밖을 향하던 관심이 부쩍 줄었습니다. 세상의 소리에 쉽게 흔들리던 저와 달리 남편은 타인의 말과 행동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런가 보지."
"뭐 그럴 수도 있지."
가끔 내가 AI와 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결같은 반응이었습니다. 남편의 평정심은 신세계였습니다. 감정 소모를 많이 하지 않고 사는 남편이 부러웠습니다. 마음의 피로를 덜고자 그의 태도를 흉내 내다보니 제법 닮게 되었는데요. 남는 에너지를 책과 글에 쏟기 시작하면서 제2의 인생 서막이 열렸답니다.
외적으로 불필요한 다이어트를 끊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겉으론 아닌 척하면서도 외모나 마른 몸에 대한 강박이 있었습니다. 잠시 외출할 때에도 반드시 화장을 했고, 몸은 언제나 홀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천에 옮겼습니다. 이런 강박을 내려놓기까지 남편의 도움이 컸습니다.
"여보. 나 요즘 살찐 것 같지? 다이어트 좀 해야겠어." 어느 날 밤 걱정을 토로하던 내게 남편은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밖에 나가서 그런 말 하지 마. 진짜 총 맞는다." 빵 터져서 웃는데 그의 얼굴을 보니 총이 있다면 진심으로 한 방 겨눌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아등바등 애쓰는 저를 볼 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그렇게 노력해. 지금이 딱 좋아." 배우자 덕분에 나답게 산다는 건 '너무 노오력 하지 않는 삶'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인생이 이렇게 재밌고 편안할 수도 있는 거구나 이따금 감탄합니다. 요즘엔 마른 몸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해 남편과 운동하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나에게 따스한 관심을 주는 딱 한 사람의 반려자만 있어도 세상은 그럭저럭 살아갈만하답니다. 결혼하고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칭찬을 들을 때면 배우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이런 칭찬은 남에게 건넬 때도 덩달아 기쁩니다. "네 얼굴이 전보다 더 편안해 보인다."라는 말은 신혼부부에게 최고의 격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희 잘 살고 있구나. 보기 좋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니까요. 결혼 6년 차인지라 더는 신혼부부 축에 끼지 못하지만 여전히 설레는 일상의 연속입니다. 사랑을 통해 얼굴에 평안 보톡스를 맞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이 좋은 것을 저만 누릴 순 없기에 오늘도 연애와 결혼을 힘차게 장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