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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n 08. 2024

치부를 감추지 않아도 되는 사랑

아픔마저 사랑해 줄 사람은 어디에

 누구나 마음속 깊은 웅덩이에 치부 하나쯤은 안고 살아갑니다. 치부는 남에게 꼭꼭 숨기고픈 부끄러운 을 일컫는 말이죠. 보통의 관계는 치부를 드러내는 순간 약점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강한 척, 있는 척을 하며 치부를 포장하죠. 이와 반대로 너무나 성급하게 치부를 드러내는 실수를 범할 때도 있습니다. 상대의 반응이 내 예상과 다를 경우 큰 상처를 받기도 하고요. 양쪽 모두 외로운 길입니다. 그러나 건강한 관계 내에서는 치부가 치유로 변하는 역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천군만마 같은 온전한 내 편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사랑하는 이와 짐을 나기 앞서 자신의 치부는 스스로 감당하고 다스려야 하는 과제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단점도 나를 구성하는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습니다. 필요하다면 관련 서적을 읽거나 상담 받는 등 다방면으로 내면을 탄탄히 다져야 합니다. 때가 되면 강한 사람이 강한 사람을 알아보는 법. 좋은 상대를 만나 두터운 관계를 형성했다면 나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천천히 드러내도 좋습니다.


 치부가 가난인 청년이 있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감 강한 남성이었죠. 순박한 그는 소개팅 상대에게 초면부터 고해성사를 하듯 아픈 부분을 알렸습니다. 관계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집은 어려서부터 가난했었고 짜장면 한 그릇 편하게 먹어본 적 없단 말을 들으니 상대는 부담을 느꼈을 테죠. 가난을 통해 더욱 성숙하고 훌륭하게 성장한 남자의 진면목이 가려지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패를 보이는 행동은 솔직한 게 아니라 성급한 것입니다. 미래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면 채무 상태는 투명하게 치부는 천천히 드러내도록 합시다.


 연애 시절 내내 나의 치부를 깊숙이 숨겼습니다. 딱히 공개해야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았고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신앙생활을 통해 대부분 극복하였고 스스로 감당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제가 생각하기에 남편에겐 치부라는 자체가 없어 보였습니다. 자존감 대장에 건강한 마음과 신념을 가진 청년과 함께 살기란 허허. 혼자 양파껍질을 벗기듯 때론 나약하고 볼품없지만 속까지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지요. 그때마다 남편은 "그게 왜?",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습니다. '어라? 이게 되네?' 숨기고 싶었던 이면을 드러낸 자리에 밝은 볕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제게 그러했던 것처럼 남편의 치부 또한 제겐 함께 안고 있는 미한 요소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남편에게 특별히 치부라 칭할 만한 점이 없어 보였던 것이겠지요.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라는 물음에 소이현, 인교진 부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나세요. 내 치부를 다 털어놓아도 창피하지 않은 사람." 그들도 아픈 부분을 털어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잉꼬부부임에도 처음엔 이러한 과정이 너무나 어려웠지만 이후 더욱 편한 사이가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반려자입니다. 내가 나의 상처를 제대로 보듬는 순간 남 건강한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희망이라는 여권을 품에 안고 마음을 활짝 여세요. 귀한 사랑을 찾는 여행에 포기란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께 행복과 행운을 모두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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