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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May 25. 2024

모든 연애에는 방지턱이 필요하다

방지턱 안단테로 넘기

part 1. 바람

 참으로 다양한 연애 사례를 접했습니. 그중에서 제 마음을 아주 어렵게 했던 두 커플의 연애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A커플과 B커플, 각각의 남녀에겐 여러 공통점이 존재했습니다. 여자 측은 연애나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 반면 학문이 높았습니다. 성격이 온순하고 서로 생김새까지 비슷했지요. 남자 측은 훤칠한 키에 둘 다 기회주의자였고 처세술이 뛰어났습니다. 이권을 취하기 위해 여러 페르소나를 빠르게 장착하는 기술이 남달랐습니다. 겉으로는 몹시 예의 바르고 기어야 할 땐 확실히 기는 두 남자는 상사들에게 특히 예쁨을 받았습니다. 결정적공통점으로는 소리 없이 바람도 잘 피웠습니다.


part 2. 결혼 약속

 여자 쪽 부모님은 겉 보기에 듬직하고 진중한 예비 사위를 맘에 꼭 들어하셨습니다. 결혼도 전에 통 큰 선물 공세를 펼 정도였습니다. 예비 장인, 장모님의 재력은 남자가 결혼의 결심을 굳히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착하고, 집안 좋고, 직업 반반하고, 본인에게 헌신적인 여자를 기회주의자가 놓칠 리가 있나요.

 세상 물정 모르고 연애라곤 해 본 적도 없는 딸이 대번에 반반하고 믿음직스러운 청년을 데려왔으니 얼마나 대견하고 기쁘셨을까요. '이제 다 됐다. 결혼만 하면 된다.' 싶으셨을 테지요.


part 3. 장거리 연애

 소시오패스가 마음먹고 목표를 이루고자 덤비면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결과를 손에 넣을 때까지 광명한 천사의 모습을 하고선 간도 쓸개도 다 떼 줄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저도 두 남자에게 깜박 속았습니다. 직장동료인 저를 곁에서 살뜰히 챙겨 주었고 매너 하나는 끝내 줬거든요. 그런데 속을 알면 알수록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았고 지독하게 교만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모두를 하자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연인까지도 만족스럽지 않게 여기는 말본세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교묘하게 남의 약점과 비밀을 발설하는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것이 칭찬인지 욕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커플 모두가 장거리 연애 중이란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좋은 모습 보일 보이고 말 수도 있는 게 장거리 연애니까요. 오랜만에 만난 연인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마음 앞서 그마저도 안 보일 수 있고요.


part 4. 확신

 여자에겐 상대를 향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남자는 오로지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사람이었고요. 나쁜 사람보다 더 나쁜 건 본인을 모르는 인간입니다. 몸만 커 버린 어른은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커녕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나 같은 남자가 어디 있냐?", "그래도 난 최선을 다하는 거야.",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지."

 아무리 내게 다정해도 자신이 최고인 줄로 알고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이라면 경계하세요. 힌트를 드리자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언제나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가까운 미래에 나와 내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비슷할 테니까요. 성급하고 지나친 확신은 독이 될 확률이 큽니다.


part 5. 방지턱

 두 커플의 연애에는 방지턱이 없었습니다. 남자가 생각하는 방지턱은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때문에 지나치게 조심성 있게 행동했고 매사 예의 바르게 행동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있었지만 그 점 오히려 좋게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망할 놈의 콩깍지.

 아끼는 사람일수록 싸워도 보고, 다각도로 보고, 자세히 보세요. 쇠뿔은 단김에 빼라지만 연애는 무조건 안단테! 남자가 나쁜 놈이라는 사실, 바람피우는 대상이 같은 직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한 지붕 아래서 일하는 동료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결혼 준비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습니다. '불량품이 헤어져라.'

 연인의 주변사람들과 가족은 어떤 분들인지, 무방비 상태에서 그가 남을 어떻게 대하는지, 만취했을 때 어떤 술버릇이 있는지,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분출하는지 등등. 연애할 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지턱도장 깨기 하듯 넘어가 보세요. 길이 아닌지 맞는지 때론 의심하면서. 겉보기엔 뻥 뚫린 포장도로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 게 사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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