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도

한 뼘 수필

by 한 뼘 수필

"어머니의 기도는 자식을 바른 길로 이끈다."

오늘 내가 되새긴 말씀이다.

교회에서 드리는 기도만 말하는 게 아니다.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자식의 안녕을 기원하는 비손도 기도 아니겠는가.

교회 가는 건 슬렁슬렁 하지만 기도의 힘이 크다는 걸 믿는 사람이다.

아들 둘을 키웠다. 힘에 부쳐서 참 많이 힘들었다.

나는 다정하지만 이기적이어서 자식에게도 온전히 쏟질 못했다.

그래서 내가 모성이 부족한 사람인가 고민한 적도 많다.

아이들이 어릴 때, 엄마, 물...

그러면 나는 왜 제 손으로 물도 못 먹지? 못마땅한 마음이 먼저였다.

형님들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그런 궁리를 하는 동안 벌써 물을 갖다 주는데.

형편이 좋을 때도 아들들이 해달라는 걸 흡족하게 해 준 적이 별로 없다.

내 지론은(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남자는 어른이나 애나 돈이 약간 모자란 듯해야 좋다.

많으면 딴짓을 하게 되고 너무 모자라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보다 힘이 더 세고 더 어른인 남편에게는 내 지론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얄짤없이 적용했다.

큰애는 아르바이트로, 작은애는 장학금으로 용돈을 충당했다.

확고한 교육철학도 없었으면서 굳이 그래야 했나, 지금은 후회한다.

애들이 내 앞에서 지들 어릴 때를 추억하면 미안해진다.


그래서 큰애는 욕심 없는 사람이 됐는가 싶어서.

그래서 작은애는 야망이 커졌나 싶어서.



그런 내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하는 게 아이들을 위한 기도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들이 잠들고 난 뒤 발치에서 기도했다.

기도하는 걸 아들들이 모르게 했다.

왜냐하면 낮에는 내 고함소리가 온 아파트를 울리도록 온갖 성질을 다 부려놓고

밤에 기도해 준다고 하면 아이들이 날 정말 이상한 엄마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몰래 했다.

남편도 모르게 하고 싶었지만 그건 좀 어려웠다. 때로 그가 말했다.

"아이고, 한 가지만 해라. 애들 잡도리를 말든지, 기도를 말든지."

그럴 때마다 민망했지만 그래도 꼭 했다.

내가 좀 모자라는 어미지만 아들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알아주실 거라 믿으면서.


어느 날, 심한 열감기로 뒤척이고 있었다. 작은 아들이 대여섯 살인가 그랬다.

고 조그만 아이가 내게 오더니 갑자기 내 머리맡에서 기도를 했다.


"울 엄마 빨리 낫게 해 주세요."


깜짝 놀라서 어떻게 기도할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그랬다.

"엄마도 날마다 밤에 기도해 주잖아."

아들들은 저절로 알았다고 했다. 신기했다. 그날부터 대놓고 했다.

특히 작은 아들은 내가 기도를 빼먹지 않도록 늘 나의 기도를 믿어줬다.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가족이 이런저런 풍파를 겪었지만 아들들이 벗나가지 않고 착하게 커준 것은

작은 내 기도와 외할머니의 큰 기도 때문일 거라고.

내 기도를 자랑하자는 게 아니다. 그럴 주제도 못 된다. 그저 소박한 어미의 바람일 뿐이다.

꼭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언제라도, 아무 데서라도 자식들을 떠올리면서 그들의 안녕을 바라는 어머니의 기도는

이 세상의 험한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나아가 세상을 조금은 둥글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 하루였다.

어머니의 기도가 남이야 어찌 되든, 세상이야 어찌 되든 내 자식만 잘 되게, 내 자식만 잘 살게 하소서,

그럴 리는 없을 테니까.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이문재 '오래된 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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