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를 읽고

by 그리다

제목.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저자. 태수

출판. 페이지2북스

분량. 285쪽

표지 사진. 책 표지

작가 소개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제목처럼 책 내용도 조용하다

연극이 끝난 후의 무대 같은 조용함이랄까

화려하고 기름진 유화가 아니라 수묵화로 그린 한국화의 담백함이 느껴지는 글이다


많은 내용 중 가장 공감이 가는 글은 -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챕터이다

퇴근을 하고 지친 작가는 집에 가면 시무룩해진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 데리러 갈까?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어김없이 체력이 괜찮은 날이었다-라고 고백한다

- 삶이 고단하지 않은 날 나는 다정한 사람이었다-라고




나 자신이 맞벌이를 하고 퇴근 후 육아와 가사를 하는 생활을 삼십 년 넘게 했기에 책 전체에서 가장 크게 고개 끄덕이며 읽은 것인지도 모른다

퇴근 후 고갈된 체력으로 배우자와 아이에게 다정하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왜 내가 힘들 때 이것을 알지 못했을까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다정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높은 파도처럼 나를 덮쳐온다

기차는 떠났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말하지만 늦은 건 늦은 것일 뿐인 일도 있다

아들은 결혼해서 독립한 지가 삼 년이 넘었다

아니 취업해서 독립한 기간을 합하면 육 년이 되었다

이제 남편과 나 이렇게 둘만 남았는데 그래도 남편에게 다정한 배우자로 다시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네이버 MY BOX에 저장한 사진이 주기적으로 옛 기억을 환기시켜 줄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 캘린더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켜면 BOX의 사진이 자동 재생될 때 뜻하지 않게 추억 여행을 하게 된다

친구들과 이집트 여행 중 A 친구의 생일을 이집트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여행이 열흘을 넘어가면서 나는 예외 없이 복통과 두통을 동반한 무기력 증세로 호텔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다

친구 B가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SURPISE 파티 준비를 하자고.

케이크와 와인을 사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는 내용의 카톡 알림이 왔다

나는 무거운 손을 들어 폰 내용을 확인하고 무기력한 손가락을 틱틱 두드려 답을 보냈다

-혼자 가-

친구 B는 낯선 이국땅 카이로의 어느 호텔을 나가 낯선 길을 걸어 혼자 깜짝 파티 준비를 했다

저녁 시간 레스토랑으로 내려가 케이크에 초를 켜고 와인 잔을 채우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채운 잔을 쨍그랑 부딪치며 생일을 기념했다

생일인 친구는 감동했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나는 레스토랑에도 겨우 걸어갈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때 찍은 사진이 네이버 박스에 저장되어 있다가 재생된 것을 보았는데 내 표정은 정말 가관이었다

기쁜 표정은커녕 응급실 환자를 일으켜 의자에 앉혀 놓은 것처럼 테이블에 상반신을 겨우 기대고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으로 앉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었다

혼자 밤길을 걷던 친구는 얼마나 서운했을까

이국에서의 생일파티에 활짝 웃지 못하는 친구를 보며 생일 주인공은 또 기분이 가라앉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무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체력이 있어야 주변 사람에게 상냥할 수 있다

체력을 기르려 노력하고 있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국에서 친구를 혼자 어두운 거리를 헤매게 하고 친구의 생일에 칡즙이라도 머금은 듯한 쓰디쓴 표정을 하고 있다니

친구 A와 B 모두에게 미안할 뿐이다






-삶에 지치면 평범함도 꿈이 된다-

혈기 왕성하던 20대 시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패배를 준비하거나 실패에 대비하는 비겁함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많은 일을 겪고 중장년을 넘긴 나이에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체감하고 아무 일 없는 오늘 하루에 감사하게 된다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는 저녁이 더없이 편안하다

어두운 거리에서 동네를 바라볼 때, 창으로 스며 나오는 불빛들이 따스하다

예전 재테크 정보를 알려주는 유튜버에 출연한 주식 투자자의 말이 생각난다

주식 한 종목에 전재산을 투자하여 50억 수익을 내고 전량 매도하여 강남 아파트를 샀다고 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가족을 모두 등에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심정이었다-라고 말했다

단지 주식 투자에 성공해서 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가 무슨 일을 하든, 얼마를 벌었든 혹은 잃었든

누구나 가족을 등에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브런치 글을 쓰면서 여러 작가들의 글을 통해 배운다

-이 분은 참 대단하구나- 하며 감탄할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이 나를 독려하는 자극이 될 때도 있다

반대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스스로를 자조하게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를 읽고 지금의 평범함 마저도 무한히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되새겼다

그것이 소박하지만 소중한 결실임을 인정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