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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지붕집 만장이 Dec 10. 2023

엄마는 커서 무엇이 될까?



엄마도 꿈이 있어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될 거야.
손바닥이 고양이 혓바닥처럼 거칠거칠해져서
등 쓸어주면 한없이 시원했던 울 엄마 손이 될 거야.



아들아이가 꼬맹이였을 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늘 한결같았다.

택시운전기사.

왜 되고 싶냐고 했더니 택시를 몰고 싶다고 했다.

어느 날은  아들이 ‘엄마는 이담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했다.

음…글쎄 건물주?

농담이고 선뜻 말하지 못했다.

내가 꿈을 가져도 되는 나이일까?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아니 꿈을 가질 순 있다. 단지 실현가능성이 좀 떨어질 뿐.

아니  그것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이를 훌쩍 뛰어넘었으니

아쉬웠겠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나이에도 내 꿈은

찰랑찰랑한 생머리 또는 심부름하는 로봇이 되고 싶었다.

무엇이든 꿈을 꿀 수 있는 나이에도  뭐 그다지 실현성이 높은 꿈을

꾼 것도 아니지만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든든했던 그 나이 그 시절이 있었다.


나는 지금 꿈이 없는 건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꿈이 있는데 모르고 사는 게 아닐까.

이혼하고 이렇게 어쭙잖은 글솜씨로 글을 쓰는 것도 꿈이고

살림 브이로그를 보며 청소와 정리에 취해보는 것도 꿈이고

아직은 손이 많이 가는 아들 돌보는 일과

지금 글 쓰면서도 열두 번은 더  네 마리 고양이주인님의 부름에 응답해야 하는

이 모든 일이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아닐까.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꿈이라면

난 나의 가장 따뜻한 기억처럼 아들아이의 기억에 겨울난로 같은 꿈이 되고 싶다.

엄마가 되자

울 엄마 기억 같은 엄마가 되자

엄마.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 같은 엄마가 되자.



엄마는 내게 영원히 행복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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